[마음을 흔든 책]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김동하/이담북스/16000원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책 표지. ⓒ 이담북스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책 표지. ⓒ 이담북스

질문이 직업인 사람이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공공의 알권리를 위해 질문하는 기자(記者)다.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을 통해 기사가 세상에 나온다. 좋은 기사는 좋은 질문에서 비롯한다. 질문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에 질문을 ‘잘’하는 것 또한 기자의 역할이다. 좋은 질문이 감춰진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질문을 잘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책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는 위 질문에 관한 저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김동하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는 질문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다양한 취재원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독자에게 ‘질문’에 관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질문은 실체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질문(質問)이다. 질문의 사전적 정의는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한 물음’이다. 저자는 질문을 ‘현상, 본질, 관념에 대해 무궁무진한 대답을 도출할만한 것을 묻는 행위’로 정의했다. 그는 질문이 날카로울수록 본질에 가까운 부분을 건드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처음부터 본질적이거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다면 평범한 질문을 본질에 가까운 질문으로 심화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질문은 실체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질문을 관계적·존재적·목적적 질문 3가지로 구분했다. 사람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관계적 질문’이다. 내면을 파고드는 철학적 질문은 ‘존재적 질문’이다. ‘목적적 질문’은 이 둘과 대비된다. 목적이 분명한 업무를 위해 철저한 준비에 바탕을 두는 것이 ‘목적적 질문’이다. 기자는 ‘목적적 질문’을 던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대통령실의 사적채용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는 질문을 통해 권력을 견제하고 공공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 ⓒ 연합뉴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대통령실의 사적채용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는 질문을 통해 권력을 견제하고 공공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 ⓒ 연합뉴스

좋은 질문을 위한 준비

저자는 묻고 또 물으며 본질(실체)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지 독자에게 묻는다. 이것을 저자는 ‘질문의 맛’이라고 말한다. 그는 “질문의 맛은 맛볼수록 더 알게 되며 괜찮은 대답을 얻은 경험이 많을수록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고 했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먼저 준비해야 한다. 저자는 준비한 만큼 물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준비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평소 취재원과 ‘친밀한 관계’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처음엔 단순 정보만 이야기하던 상대와 가까워질수록 대답의 밀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질문하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묻는다는 건 고상한 일이 아니”며 기자는 “칭찬을 듣기보다는 욕먹을 일이 더 많다”고 했다. 질문해야 할 때 기자는 질문해야 한다. 2012년 8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대선 후보 A씨를 선출했다. 잔칫날 분위기였던 수락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5·16 군사 정변’을 ‘5·16 구국의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후보의 역사관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이후 A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가 회사로 몰아치기도 했다. 그러나 A 후보의 역사관 논란은 계속되었고, 결국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문해야 할 때 질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질문은 권력자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권력자는 ‘말’을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 기자는 질문을 통해 권력을 견제한다.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수 엘리트의 힘이 아닌 다수의 공론화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질문하면 달라진다”고 믿는다.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내용은 주로 정치부 기자였던 저자의 경험에 한정돼 있어 아쉽다. 그럼에도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해야 하며, 물어야 할 때 물을 수 있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는 수긍할 수 있다. 정치부 기자 생활과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가 궁금한 예비 언론인에게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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