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오전 10시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피카그린 농장. 구불구불하고 길쭉한 선인장과 작고 동그란 모양의 다육식물이 가득한 온실을 지나자 2000평 규모의 블루베리밭이 나왔다. 진초록색 이파리와 진보라색 블루베리 열매가, 막 잦아든 보슬비에 촉촉이 젖었다. 인접한 꽃밭에는 달리아와 칸나, 백일홍 등이 빨강, 노랑, 연분홍의 빛깔을 뽐냈다. 오르막길로 조금 더 가자, 푸른 잔디 위에 아담한 목조건물이 보였다. 카페와 목공·꽃꽂이 등의 수업 공간이 있는 곳이다. 블루베리 수확과 친환경 꽃꽂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
2021년 5월 30일 공식 개막한 서울 녹색미래(P4G)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시민·환경단체들이 정부에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P4G 멈춰! 우리가 바로 녹색이다!’ 집회가 열렸습니다. 섭씨 30도에 가까운 뜨거운 날씨에도 환경·노동·인권·종교 등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나온 1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초록색 깃발과 크고 작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환경·노동·인권·종교단체 150여 명 청계천 광장에
지난 5월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테크노파크의 세종인터내셔널 사무실. 검은색 태양광 패널과 건물 모형, 스리디(3D) 프린터가 곳곳에 놓인 공간에서 사원 6명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조현수(31) 팀장은 책상 위 컴퓨터 화면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외벽 도면을 띄워놓고 수정 작업에 한창이었다. 지식산업센터는 내년에 시공할 건물이다. 사무실 바닥에 놓인 직육각형 상자 모양의 3D 프린터에서는 흰색과 회색 필라멘트(실 모양의 자재)로 이뤄진 건물 외벽 자재 모형이 ‘슥슥’ 소리를 내며 출력되고 있었다. 이곳은 지붕재,
2021년 5월 27일 오전 서울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광장.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검은색 우비를 입은 남녀 청소년 5명이 서 있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인 이들은 30여 명의 취재진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기자회견의 주제는 ‘청소년들이 DDP 앞에 썩은 당근 217kg을 쏟아부은 이유는?’이었습니다. 이들의 뒤편엔 문재인 당시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한정애 환경부 장관 등의 사진이 들어간 종이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최악인데 왜 입만 움직여?’ 등이 적힌 팻말도 놓여있었
2021년 4월 30일 밤 12시쯤 경남 고성군 하이면의 삼천포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가 공식 폐쇄됐습니다. 두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국내 석탄발전소 수는 일단 56개로 줄었습니다. 각각 560메가와트(MW) 발전용량을 가진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1983년 8월과 1984년 2월에 준공돼, 약 38년간 전기를 생산했습니다. 가동연한은 30년이었습니다. 문을 닫은 두 발전소 바로 맞은편에는 고성하이석탄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가 들어섰습니다. 새 발전소 2기의 합계 발전용량은 2080MW로, 폐쇄된 2기의 2배 규모입니다.
“입을 옷이 없어. 옷은 사도 사도 없어요. 진짜 희한한 일입니다요.”옷걸이에 옷이 잔뜩 걸려있고, 바닥에도 수북이 쌓였는데 여인은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불평한다. 그녀는 옷을 마구 던지다 옷더미 아래 깔리더니, “차라리 다 같이 발가벗고 다니면 좋겠다”고 외친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 시립 대구섬유박물관 ‘최소한의 전시’에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연극 <옷옷옷옷옷>의 한 장면이다. 국내 유일의 종합섬유박물관인 대구섬유박물관에서 지난 5월 9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는 우리의 의생활이 기후위기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보여주고, 대안을 고
“하나, 우리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나온 133만 톤(t) 오염수의 태평양 투기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둘, 우리는 삼중수소 추정량 이외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총량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셋, 우리는 해양 투기 계획을 취소하고 오염수의 육지 저장을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 넷, 우리는 태평양에 방사성 폐기물 및 기타 방사성 물질의 투기를 금지하는 국제 조약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한국과 일본의 녹색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 녹색당은 지난달 30일
“지구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플랜 비(B)’는 없습니다.”2021년 5월 12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2021 한국포럼’에서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이 말했습니다. 그는 “신은 항상 용서하고,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포럼은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주최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현장 참석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한 가운데 유튜브로 생중계됐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성동구 왕십리 서울숲 인근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26개 농부팀이 10여 개 대형 천막 아래 설치한 가판대가 붐비기 시작했다. 짙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40대 여성 등 남녀노소 100여 명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가판대를 오가며 마늘종, 부추,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을 요리조리 살폈다. 서울 한복판에 왁자하게 펼쳐진 장터, 이곳은 ‘마르쉐앳’(marché@)의 지구농부시장이다.프랑스어로 ‘장터, 시장’이라는 뜻의 마르쉐에 장소라는 의미의 at(@)을 붙인 마르쉐앳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는 오염물질을 완전히 걸러내지 못합니다. 알프스에서 한 번 걸러진 물 샘플을 조사했을 때, 70%가 규제 기준 이상으로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 거르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일본 정부가 오염물질 양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물이 많은 다른 방사성 물질이나 유기물, 금속, 그리고 연료봉이 녹으며 의해 생성된 독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지난 10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사흘째 열린 제5회 세계녹색당(글로벌그린즈) 총회
“빠르면 6월, 늦으면 8월쯤에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는데, 방류되고 나면 수산물 판매가 급감할 거예요.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은 수산물이라고 먹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이 도시는 (주민들이) 다 떠나서 유령의 도시에 가깝게 될 거예요.”지난 4월 20일 오후 경남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지욱철(58) 씨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화삼어촌계장을 맡은 어부이자 통경거제환경운동연합 이사장이기도 한 지 씨는 “마을 사람 대다수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어, 수산물 소비가 줄면 다들 어촌을 떠날 것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에이펙(APEC)로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부산 기후산업 국제박람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기술혁신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집약된 행사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중앙부처와 부산광역시,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카카오, 현대자동차 등 5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기술개발 현주소를 보여 주었다.기후위기 대응을 기술혁신과 성장의 기회로 벡스코의 1·2전시장 중 청정에너지관·에너지효율관·탄소중립관·미래모빌리티관이 마련된 1전시장에서 먼
미세하게 찰랑거리는 물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이 아슬아슬하게 얼굴만 내놓고 떠 있다. 장면이 바뀌자, 하얀 옷을 입은 5명의 무용수가 푸르스름하고 투명한 비닐 아래에서 절규하듯 온몸을 움직인다. 이어 한 여성 무용수가 바닥을 향해 구부린 다른 무용수들의 등을 밟고 올라선다. 구원을 바라듯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그의 표정엔 두려움과 간절함이 가득하다. 위태롭게 서서 손을 뻗던 그는 결국 뒤로 넘어진다. 물에 떠 있던 여성은 점점 가라앉더니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화면이 전환되자 흰옷을 입은 무용수도 죽은 듯 바닥에 쓰러져 있다.
[단비 소리뉴스]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벚꽃이 거리를 눈부시게 수놓았던 2021년 4월 초, 이시현 씨는 친구들과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으로 꽃구경을 갔습니다. 친구들은 사진을 찍기 바빴지만, 이 씨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기후변화 탓으로 벚꽃이 열흘이나 일찍 피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에는 야경을 보러 서울 성동구 응봉동의 응봉산에 올랐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뒤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자동차들과 빛 공해를 일으키는 조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친구들은 야경을 만끽하며 이야기꽃을 피
충북 제천시 강저로 9안길. 지도 앱에서는 위치가 검색되지 않아, 도로명 표지판을 보고 어렵사리 찾아간 들판 한가운데 소형 트럭 크기의 달팽이 모양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그 뒤로 철제 셔터가 달린 차고형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꽃팽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수문장처럼 지키는 건물이 ‘전창환 조형연구소’였다. 폐스티로폼으로 만든 조형 작품으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전창환(55) 작가를 지난달 4일 이곳에서 만났다.제천 의림지 역사박물관에서 ‘1.5℃의 눈물’ 전시회작업실 내부에는 4월 11일부터 6월 25일까지 제천시 모산동 의림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산림 훼손, 공장식 축산, 원자력 폐기물, 그린뉴딜.... 윤정열(33) 작가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사포(SAPO)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후위기와 환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지만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그의 그림은 기후행동파 시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윤 작가를 만났다.풍자와 해학 가득한 기후위기 고발 만화윤 작가는 어린 시절 전문 산악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자주
지난달 17일 경북 경산시 조영동 영남대 세포배양연구소. 초저온 유지를 위한 액체질소(LN2)탱크와 겔(gel)분석프로그램기, 전자현미경 등이 곳곳에 놓인 연구실에서 연구원 10여 명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스포이드(액체투입기)로 닭의 근육 줄기세포 등을 염색한 뒤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세포배양연구소장인 최인호 교수의 안내로 현미경을 들여다보니, 보라색 국수 다발 같은 근육 줄기세포들이 4~5초 만에 한 번씩 꿈틀대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최 교수는 “종(種)마다 세포가 다르게 생겼고,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설명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