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오전 10시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피카그린 농장. 구불구불하고 길쭉한 선인장과 작고 동그란 모양의 다육식물이 가득한 온실을 지나자 2000평 규모의 블루베리밭이 나왔다. 진초록색 이파리와 진보라색 블루베리 열매가, 막 잦아든 보슬비에 촉촉이 젖었다. 인접한 꽃밭에는 달리아와 칸나, 백일홍 등이 빨강, 노랑, 연분홍의 빛깔을 뽐냈다. 오르막길로 조금 더 가자, 푸른 잔디 위에 아담한 목조건물이 보였다. 카페와 목공·꽃꽂이 등의 수업 공간이 있는 곳이다. 블루베리 수확과 친환경 꽃꽂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
전편: ①오백 명의 어린이가 모여드는 놀이터지난 보도에서 아파트 놀이터와 연립·다세대 주택가 놀이터의 양적 차이를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다. 시행령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1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반드시 놀이터를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놀이터가 몰리는 이유다. 하지만 연립·다세대주택이나 일반주택에는 놀이터 설치 의무에 관한 법령이나 규정이 없다. 법률로 강제하지 않으니,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줄 어른도 드물다. 결국 일반 주택가 아이들은 아파트 놀이터로 향한다. 그런 어린이를 다시 어른들이
토요일이었던 지난 25일 낮 하나로마트 정문은 닫혀 있었다. 마트를 찾은 주민들은 노사 단체협상 중인 관계로 주말에는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읽고 발걸음을 돌렸다. 마트 오른편에는 천막이 있었고 그 안에는 노조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조합장이 갑질을 했다고 비판하며 지난 22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협 건물 양옆에는 조합장의 갑질을 규탄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지난 8일 충북 제천시에서 전국적으로도 드문 ‘10선(選) 조합장’이 배출됐다. 홍성주(70) 봉양농협 조합장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되며 충북도
전편 : [카미야마 마을의 비밀] 상편 - 청년들이 몰려드는 시골 마을일본 시코쿠섬 도쿠시마현에 위치한 카미야마 마을은 인구감소로 지역소멸 문제에 직면했던 작은 산골마을이다. 1995년 2만 명이 넘던 마을 인구는 지난 1월 기준 4846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카미야마는 마을 자체 인구는 줄더라도 외부 인재의 유입으로 인구 구성의 질을 높이는 ‘창조적 과소’ 전략으로 지역 소멸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카미야마는 1990년대 해외 예술가들을 마을에 초청해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며 예술 활동을 하게 하는 국제교류
일본 시코쿠섬 도쿠시마현의 중심역 도쿠시마역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가량을 달리면 어느 순간 창밖 풍경이 달라진다. 넓은 도로는 점점 좁아지고 잔잔히 흐르는 아쿠이강(鮎喰川) 너머로 빽빽한 삼나무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뱀처럼 좁고 구불구불하게 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족히 100년을 넘은 목조 건물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도쿠시마현 동쪽에 자리한 카미야마(神山) 마을이다.카미야마 마을은 일본의 다른 지역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인구소멸 문제에 직면한 전형적인 과소(過疏) 마을이다. 1955년 약 2만 1천 명으로 정점으로 찍은 카미
프롤로그 : 죽을 고비를 넘어 한국에 왔지만전편 : ① 독재에 저항한 교사 수민우② 내전의 아비규환에서 탈출한 티기스트③ 정부 탄압에 맞선 소수민족의 청년 아웅사④ 군부를 피해 민주주의를 찾아온 하산⑤ 내전으로 가족과 이별한 하산⑥ 죽음이 기다리는 고국을 떠나온 이스마일어려울 난(難), 백성 민(民). 재난이나 박해 따위를 당해 곤궁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종교나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받고 차별당한다. 한국 사회도 난민들을 마주했다. 2018년에는 내전을 피해 500여 명의 예멘인이, 2021
사진으로 진실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 사진기자, 다른 말로 ‘포토 저널리스트’(Photo Journalist)다. 사진기자는 세상의 최일선에서 바라본 것을 사진으로 전한다. 독자는 그 사진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여기, 세상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으로 뉴스를 전하는 사진기자가 있다. 김혜윤(31) <한겨레> 사진뉴스팀 기자다. <단비뉴스>는 지난 1월 3일 저녁 공덕역 근처 한 카페에서 김 기자를 만났다. 만 3년 차 사진기자가 목격한 세계를 그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들려줬다.세상을 만나는 매개, 사진김 기자는 대학 시절 처음 카메라
프롤로그 : 죽을 고비를 넘어 한국에 왔지만전편: ① 독재에 저항한 교사 수민우② 내전의 아비규환에서 탈출한 티기스트③ 정부 탄압에 맞선 소수 민족의 청년 아웅사④ 군부를 피해 민주주의를 찾아온 하산[고국] 총소리로 깨진 평온하산 아흐메드 바탈(Hasan Ahmad Batal·25)의 고향인 시리아 알레포(Aleppo)에는 총소리와 전투기 소음이 끊이질 않았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산은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유복한 가정에서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일본 제 2도시인 오사카의 우메다역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다시 도쿠시마 역에서 버스를 갈아타 1시간 10분을 달린다. 구불구불한 삼나무 산길을 지나 긴 터널을 지나자 마침내 카미야마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좁고 긴 일방통행 도로 주변에 100년도 더 된 옛날 일본식 전통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한국의 광역시 또는 작은 도에 해당하는 도쿠시마현(徳島県)은 24개의 소도시로 이뤄져 있다. 도쿠시마현은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 내에서도 고령화와 이촌 등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지역 침체 문제를 심각하게 겪어 왔다. 도쿠시마현 내의
충북 제천시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50여 분을 달리면 한수면 상노리가 나온다. 이 동네 언덕에서 인근의 청풍호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꽃잎 모양의 평평한 구조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직사각형 구조물도 나란히 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한수면 어업계의 모터보트를 빌려 타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검푸른색 태양광 패널들이 부유물 위에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 플라스틱과 철제로 된 부유물 발판에 올라가 드론을 높이 띄워 보니, 청풍호 수면을 수놓은 꽃잎 모양의 태양광발전소가 한눈에
일본의 주요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 섬의 도쿠시마현 남동쪽에 ‘미나미’라는 이름의 작은 어촌 마을이 있다. 오사카에서 차로 3시간 30분 거리인 이 마을은 동쪽으로는 태평양, 남서쪽으로는 카이후(海部)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룬 경관을 자랑한다.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이어진 마을 주택가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오후 3시 무렵이면 잔잔한 이 마을에도 생기가 돈다. 마을 초등학교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이다. 학교가 끝나고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은 삼삼오오 흩어진다.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동
<단비뉴스>는 서울시에 있는 놀이터의 ‘실체’를 취재했다. 놀이터가 어디에 많고, 어디에 적은지 데이터를 통해 알아봤다. 행정안전부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 국가통계포털의 지역별 주택유형,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 등에서 자료를 찾아 교차분석했다. 그 결과를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1회에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어린이 놀이터의 실태를 보도하고, 2회에서는 대안과 제도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희생자 실명 공개로 벌어진 찬반 논란지난달 5일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났다. 그럼에도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았다. 희생자를 기리는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애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 있었다. 지난 14일 시민언론을 표방한 인터넷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인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다. 이 매체는 추모 대상이 익명으로 추상화됐다면서 진정한 애도를 위해 희생자의 이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 동의 없는 일방적인 희생자의 실명 공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재난 등으로 식량위기에 관한 걱정이 부쩍 커진 가운데 청소년들이 현장에서 우리 농업·농촌의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둘러봤다. 대산농촌재단(이사장 김기영)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력연락사무소(소장 탕 셩야오)가 함께 주최한 청소년 농업·농촌 연수에 국내 국제학교 학생과 일반 청소년 등 15명이 참가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전라도 일대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제주도와 강원도에서 열린 1·2차에 이은 3차 연수로, <단비뉴스>가 동행했다.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담양 대나무밭연수단은 지난달 21일
지난 8일,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실내스포츠센터에서 2022년 대한장애인체육회장배 전국 장애인 댄스스포츠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내년에 있을 국제대회에 참가할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겸했다. 대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참가한 선수는 모두 38명이었고, 그 가운데 장애인 선수는 21명이었다. 2명의 시각장애인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었다. 서울, 부산, 강원, 제주 등 등 전국 각지의 장애인들이 대회에 참가했다.장애인 댄스스포츠는 기준에 따라 여러 종목으로 나뉜다. 우선,
교통약자의 발을 고쳐주는 기술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9월 28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제9회 성동구청장배 이동보조기기 전국 장애인 수리기술자 기능대회가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2018년 8회 대회 이후 2년 만에 개최된 자리였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26명의 장애인 수리기술자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이날 열린 대회는 장애인 수리기술자를 발굴하여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업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이동 편의를 도우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이번 대회는 전동(휠체어, 스쿠터)과 스페셜
사진으로 진실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 사진기자, 다른 말로 ‘포토 저널리스트’(Photo Journalist)다. 사진기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뉴스를 전할까. <단비뉴스>는 지난 7월 28일 낮, 서울시 구파발역 근처 한 카페에서 하상윤 <세계일보> 사진기자와 만났다. 그는 8년 차 사진기자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8기 졸업생이기도 하다. 든든한 풍채의 그는 밝은 미소를 띠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사진기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사진기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를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단비 인터뷰] 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