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봉양농협 측 “판정서 나온 뒤 대응할 것”

50일 넘게 노사 갈등이 진행 중인 봉양농협에서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가 이뤄졌다는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봉양농협이 노조 간부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봉양농협 이미진 여성국장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3월, 2년 계약직이던 이 국장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조합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노동조합 분회 설립과 조합활동, 단체교섭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이고, 조합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지배 개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9일 열린 심판에서 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라는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지난 10일 노사 갈등이 진행 중인 봉양농협. 농협 입구 왼편에는 사무금융노조 봉양농협 분회의 주장이 담긴 알림판이 놓여 있다. 박시몬 기자
지난 10일 노사 갈등이 진행 중인 봉양농협. 농협 입구 왼편에는 사무금융노조 봉양농협 분회의 주장이 담긴 알림판이 놓여 있다. 박시몬 기자

봉양농협, ‘포인트 처리 잘못 2건’ 이유로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

이 국장은 지난 2월 2일 사측으로부터 근로계약기간 만료 통지서를 받았다. 계약 해지 사유는 “무기계약직 직원 전환 인사위원회의 심의 결과 부결”이라고만 나와 있었다. 이 씨는 인사위원회 심의 내용 공개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거절했다. 이 씨가 마트에서 근무한 지 만 2년이 되던 지난 3월 7일 계약이 종료됐다.

봉양농협이 이 국장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한 표면적인 이유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의 포인트 적립 처리 2건이다. 하나는 지난해 11월, 홍성주 조합장의 부인이 추진위원장인 봉양박달콩축제 관련 구매 건을 마트의 한 직원이 전산에 홍 조합장 이름으로 올려 포인트 약 2만 4천 원을 적립한 것이다. 해당 건은 5일 뒤 농협중앙회 지원금으로 결제가 이뤄졌는데 조합장 앞으로 적립한 포인트를 취소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홍 조합장은 마트를 담당한 이 국장이 조합장을 음해하기 위해 일부러 조합장 앞으로 포인트를 적립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합장 부인이 물품구매를 한 날 이 국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두 번째 포인트 적립 건도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일이다. 이 국장과 직원 최 모 씨 등은 농협 신용계의 구매 건으로 발생한 포인트 5,070원을 최 씨 앞으로 적립 처리했다가 농협 내 자체 수시감사에서 지적받았다. 이 국장은 최 씨 앞으로 적립된 포인트를 차감하는 시정 조치를 했다. 이 국장이 출근하지 않은 날 발생했던 건까지 합쳐도 문제가 된 포인트 적립액은 3만 원 정도다.

지난 3월 22일 봉양농협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봉양농협 조합장 갑질 규탄 결의대회에서 발언에 나선 이미진 씨. 박시몬 기자
지난 3월 22일 봉양농협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봉양농협 조합장 갑질 규탄 결의대회에서 발언에 나선 이미진 씨. 박시몬 기자

김대환 사무금융노조 봉양농협 분회 사무국장은 “4년여 전 홍 조합장의 친인척인 홍 모 씨가 수년간 농협 주유소에서 일하며 포인트 130여만 원을 부당 적립한 것이 드러났지만 ‘견책처분’에 그친 감사 기록이 있다”며 “이 국장의 경우는 두 건 모두를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견책처분 관련 감사 기록도 지노위에 제출됐다.

지난해 10월 홍 조합장 부인이 이 국장에게 쪽파를 던진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봉양농협 분회는 지난 3월 15일 파업에 들어갔다.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과 같이 상여금과 자녀 장학금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과 9차례 단체교섭을 시도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며 봉양농협 분회는 현재까지 이 국장의 부당해고와 홍 조합장의 갑질을 규탄하는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봉양농협 하나로마트 옆 농성 천막에서 김대환 사무국장이 파업이 57일째로 접어들었다는 걸 알리는 칠판을 바라보고 있다. 박시몬 기자
지난 10일 오전 봉양농협 하나로마트 옆 농성 천막에서 김대환 사무국장이 파업이 57일째로 접어들었다는 걸 알리는 칠판을 바라보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이번 사건에 관한 지노위의 최종 판정문은 30일 이내에 판정서를 송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당사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보희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조사관은 “봉양농협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가 최종 인정되면 지노위는 봉양농협 법인에 구제명령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며 “이행할 때까지 1년에 두 번 이행 강제금이 부과되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청에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봉양농협이 불복할 경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 중앙노동위 재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날 경우 행정소송도 낼 수 있다. 지난 10일 봉양농협에서 기자와 만난 안경수 상임이사는 “지금으로서는 말할 게 없다”며 “노동위원회의 판정서를 받아본 뒤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대표노조 관련 판정서는 이달 말 나와

봉양농협에는 지금 민주노총 소속인 사무금융노조 봉양농협 분회 외에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별도로 구성돼 있다. 한국노총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분회가 파업에 들어가기 이틀 전인 지난 3월 13일이다. 양대 노총 산하의 두 노조는 그때부터 단체교섭을 누가 대표할 것인지 ‘교섭대표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봉양농협 분회는 지노위에 과반수 노동조합에 관한 판정을 요청했다.

지노위는 지난달 28일 봉양농협 분회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노총 노조가 과반수 노동조합이라고 판정했다. 판정서가 송달되면 봉양농협 분회는 교섭대표권을 가진 노조만 할 수 있는 쟁의행위를 더는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안병기 분회장은 지노위의 교섭대표노조 판정에 관해 “지노위 판정서가 오면 회의를 거쳐 다음 절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판정에 관해서는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될 때까지 사측의 조치에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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