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50·부산 수영구 망미동)씨는 지금 살고 있는 건물의 1층에 살던 시절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잠자리에 들려고 불을 꺼도 창문으로 밝은 빛이 들어와 대낮처럼 집안을 비췄다. 길 건너편 집의 대문 옆 가로등이 문제였다. 두꺼운 블라인드나 커튼도 설치해봤지만 빛을 완전히 차단하진 못했다. 무려 11년 동안이나 이 씨 가족들은 편안한 수면을 방해받아야 했다. 같은 건물 2층으로 이사하면서 빛이 도달하는 강도는 약해졌지만 아직도 ‘깜깜한 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주변에서 민원을 넣어보라고도 했지만 어디에 얘기를 해야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자면 많은 제약이 따른다. ‘파업과 ‘투쟁’한다는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견뎌야 하고,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협약 내용도 따르지 않는 회사들도 걸림돌이 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10%를 겨우 넘는다.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는 무시되고 그들의 목소리는 세상에 전파되지 않는다. 여기, 또 하나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부산에 위치한 막걸리 제조회사 생탁 노동자들의 이야기인 <깨어난 침묵>이다.지역 유지들로 이뤄진 41명의 사장단
“1분 동안 자기소개 해보세요.” 면접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준비한 답변이지만 늘 어색하게 느껴지던 바로 그 질문. 오늘도 마주하게 된 그 시간. 면접장의 엄숙한 분위기, 뜨겁게 내리쬐는 조명, 그 아래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내 모습이 심사위원의 안경에 비쳐 보인다. 그렇게 또 탈락을 직감한 열한 번째 면접이 끝났다. 면접장을 나서자 긴장이 풀리며 무릎이 절로 꺾인다.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넌 정말 스스로를 잘 소개할 만큼 널 알고 있니?’누군가에게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 얼마나 다양하고 자세한 정보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에서 봤던 문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지구가 망하면 일자리도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파리의 시민들은 정부가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쓰면서 그 사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일명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표현하더군요.”녹색당 이유진(40)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통의동 당사에서 가진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는 이런 흐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화력과 원자력이라는 낡은 에너지를 붙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나만 물어봅시다. 언론이 이런 걸 보도하는 겁니까?”“이런 사건을 보도하지 않으면 그게 언론입니까?”지난달 24일 국내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대사다. 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의혹을 쫓던 <보스턴 글로브>지의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분)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법원 증거물을 신청하기 위해 판사를 만난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영화가 내리고 있는 언론의 정의를 드러낸다. 영화는 2002년 <보스턴 글로브>가 보도해 다음 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미국, 가톨릭, 그리고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되는 걸 원했던 거죠. 그래서 노동하는 사람은 있는데, 노동계급은 없는 현상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일어납니다. 너무나도 잘 구현된 곳이 우리나라죠.”‘노동계급 없는 자본주의’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진단한 우리나라 노동의 현실이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를 만든다. 노동자들이 공산주의자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반공주의는 결국 노동자들의 정체성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불렀다. 반공의 영향으로 경제를 위한 정치만 남겨지고 우리 사회 다수 시민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눈 감고, 귀 막고, 입 벌리지 않은 채,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우리는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세계적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흐름에 우리는 뒷걸음질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녹색당과 에너지정의행동이 주최한 ‘20대 총선, 탈핵에너지전환의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쉽게 쓰여 있어요. 얼핏 보면 어떻게 이런 순진한 경전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입니다. 다른 작품들에서 힘들게 내려 했던 일상적인 느낌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이철수 판화가는 몇 년간 원불교 경전 ‘대종경’을 대해본 느낌으로 내용이 쉽고 일상적인 점을 꼽았다. ‘대종경’은 원불교 사상의 근간이 되고 가장 널리 읽히는 경전이다. 일상에서 가르침이 응용되고 활용되는 다양한 사례와 부가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지난 5일부터 대전시 중구 ‘예술가의 집’에서 <이철수 대종경 판화전: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 전시
발생한 지 5년이 다 돼 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방사성 물질이 섞인 대량의 냉각수가 아직도 바다로 콸콸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난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에 바닷물(해수)을 주입해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물에 방사성 물질이 섞이고, 그 오염수가 인근 바다로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고농도 오염수가 원자로 건물 지하에 고여 있는 정황이 처음 포착된 것은 사고 발생 10일째인 2011년 3월 21일이었다.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통제되고 있다’ 거짓말당시
“원자력이 그렇게 위험한 줄 몰랐어요. 한국에 이틀 정도만 피난했다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방사능 때문에 30년 정도는 못 돌아간다는 말을 (뉴스에서) 들었죠.” 이불, 수건, 김만 챙겨 황급히 떠난 피난길지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최유희(21‧국내유학 중)씨의 삶을 많이 바꿔놓았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씨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10킬로미터(km)가량 떨어진 후쿠시마현 토미오카 마치(읍)의 2층짜리 주택에 살고 있었다. 지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최 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일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한다. 싸움구경이 재미있는 것은 구경꾼의 본성에 내재된 경쟁심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어느 한 쪽의 승리를 바라는 방향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경쟁 포맷이 꾸준히 활용되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원동력인 이치와도 같다. 최초의 인터넷 예능으로 주목받은 <신서유기>도 경쟁구도를 차용하고 있다. <신서유기>는 문제 있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협동하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대중에 투영시켜 ‘1등 우월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숨이 차서 거동이 어렵고, 밤에는 입이 말라 물을 15번 정도 적셔야 잘 수 있습니다. 크게 아픈 병도 아니지만, 쉽게 죽는 병도 아니어서 더 고통스러워요.”지난 20일 오전 11시쯤 충청북도 단양군 매포읍 영천리 마을회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는 이영환(81·제천시 송학면 입석1리)씨가 쉰 목소리에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장을 차려입은 유엔(UN)의 바스쿳 툰작(Baskut Tuncak·42) 유해물질특별보고관과 통역 등 일행 4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비슷한 연령대의 피해 주민 7명과 취재진 등
“여러분에게 익숙한 제천의 현대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린 F.A.맥킨지의 <조선의 비극>(Tragedy of Korea)>에서는 제천에 대해 묘사하면서 ‘의병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아마 오늘 주제인 전쟁정치가 한국정치에 준 영향과 연관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전쟁정치>의 저자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있는 제천의 지역사를 언급하며 사회교양특강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정전과 분단이라는 준(準) 전쟁상태에서 내부의 반대세력을 적
오는 3일부터 광주광역시에서는 전 세계 145개국 대학생 선수 1만3천여 명이 참가하는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린다. 대한민국 수구 국가대표팀의 안기수(55) 감독은 이 대회를 앞두고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의 진천선수촌에서 15명의 선수와 비지땀을 흘려왔다.석가탄신일이 낀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5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푼 선수들이 수중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훈련장은 국제규격인 길이 30미터(m), 너비 20m의 수영장으로, 양쪽에 그물이 쳐진 골대가 설치돼 있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인 수십 개의 공과 선
여기,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지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치명적 문제가 있다.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가 보여주는 ‘원전 밀집국의 운명’이 그것이다. 영화는 2011년 3월 14일의 다급한 무전으로 시작한다.“본부, 큰일 났습니다. 3호기에서 수증기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11시 1분 긴급연락입니다.”이날로부터 3일전, 일본 후쿠시마 해역에는 진도 9.0의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해일(쓰나미)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덮쳐 전원이 끊기면서 원자로 냉각기능이 멈췄다. 일본 정부는 반경 20킬로미터(km) 이내를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산수유마을에는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봄 가뭄 끝에 찾아온 단비를 맞고 연노랑 산수유 꽃잎도 물기를 머금었다. 3일부터 시작된 ‘이천백사 산수유꽃 축제’의 마지막 날인 이날,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알록달록 우산을 펼쳐 들고 흐드러진 꽃과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 색다른 먹거리 등을 만끽했다. 백사면의 도립리, 경사리, 송마리 등을 아우르는 산수유마을은 올해로 16회를 맞는 이 축제를 위해 풍년기원제, 육현(六賢)추모제, 농악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축제는 이천산수유농악단이 길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