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녹색당 탈핵선거운동본부 출범식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눈 감고, 귀 막고, 입 벌리지 않은 채,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우리는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세계적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흐름에 우리는 뒷걸음질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녹색당과 에너지정의행동이 주최한 ‘20대 총선, 탈핵에너지전환의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밀양765킬로볼트(kv)송전탑반대투쟁을 이끌어 온 김준한 신부와 녹색당원, 에너지산업 분야 관계자, 그리고 시민 20여명이 참석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의 ‘19대 국회 탈핵에너지정책평가’로 시작된 토론회는 3시간가량 이어졌다.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19대 국회의 탈핵 및 에너지전환 정책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배지열

이 대표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출범한 19대 국회가 이전보다 원자력발전 관련 연구 및 법안 제출을 활발히 했다는 점을 일단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올라간 원전관련 법안 267건 중 최종적으로 공표된 법안은 36건에 그쳤다는 데 아쉬움을 표했다. 예를 들어 원전 부지로 선정된 지역의 관심을 모았던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은 실질적 지원책 대신 선정과정을 공개하는 수준의 입법에 그쳤다. 원전사고 대비를 위해 제안된 ‘원자력안전법’의 경우도 폐로 근거조항을 개정했을 뿐, 사고대비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은 “현재의 여야구도에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지기 힘든 성격의 법안들이 대안으로 많이 제시됐다”며 “핵에너지 분야에 정통한 전문위원과 전담기구를 국회 내에 만들어 대화 통로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경제전문 일간지 이투뉴스의 이상복 기자는 “탈핵 이후에도 지금 원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고 더 많은 일자리 만들 수 있다는 게 설득의 중점이 돼야 한다”며 “스페인의 경우 태양광 사업으로 길러낸 인력이 경제위기 이후 외국으로 진출해 외화벌이의 매개체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의 탈핵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토론 참석자들 모두 정부와 현장의 대화 부족과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 배지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종사자의 호소도 나왔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최승국 상임이사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수익성을 일정 정도 보장하는 고정가격매입제도(FIT)를 지난 2011년 폐지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한 후 소규모 태양광사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RPS적용을 받는 대규모 발전회사들이 태양광전기 공급을 입찰에 부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최 이사는 태양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소규모 사업자에게 만이라도 FIT를 단계적으로 재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은 탈핵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골자로 한 20대 총선 정책공약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 핵발전소 가동을 모두 중지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늘리며, 적극적인 폐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녹색당이 오는 4월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할 경우 현재 원가에도 못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에 필수적인 고정가격매입제도(FIT)를 재도입하는 법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용 전기료 현실화, 대체에너지 고정가매입 추진 

토론회는 녹색당의 ‘탈핵선거운동본부’ 출범식으로 이어졌다. 녹색당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창당했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연구해온 전문가와 원전부지 선정에 반대해온 주민, 활동가들이 지난 4년여간 당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그동안 전국운영위원회 산하에 탈핵특별위원회를 두고 활동했는데 이를 선거운동본부로 전환, 정당연설회와 길거리 캠페인 등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 원자력안전위원회 야당 추천 위원이자 <한국탈핵>의 저자 동국대 김익중 교수가 녹색당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 배지열

<한국탈핵>의 저자인 동국대 김익중 교수는 지지발언을 통해 “원자력발전 관련 정부 관계자나 사업체들과 이야기해보면 못 알아듣거나 알아듣지 않으려 하는 태도가 대부분이라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다는 느낌이 든다”며 “탈핵선거운동본부라는 이름의 의미 있는 조직이 만들어진 만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한 탈핵선거운동본부는 관련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녹색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도울 예정이다. 올해가 체르노빌 원전사고 30주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다양한 탈핵 시민단체들과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주요 공약 중 하나인 FIT 재도입을 위해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전국태양광사업자연합회와 산업자원부 관계자 간의 면담을 추진하고 서명운동 결과도 전달할 것이라고 녹색당측은 밝혔다. 탈핵선거운동본부 이보나 본부장은 “탈핵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탈핵 운동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동작 갑에 출마하는 이유진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지역구 후보와 밀양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출신의 이계삼 후보를 포함한 5명의 비례대표 후보가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편집 :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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