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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두 얼굴
[씨네토크]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슬기로운 해법’
2016년 03월 11일 (금) 17:58:05 배지열 기자 journalistbae@gmail.com

“하나만 물어봅시다. 언론이 이런 걸 보도하는 겁니까?”
“이런 사건을 보도하지 않으면 그게 언론입니까?”

지난달 24일 국내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대사다. 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의혹을 쫓던 <보스턴 글로브>지의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분)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법원 증거물을 신청하기 위해 판사를 만난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영화가 내리고 있는 언론의 정의를 드러낸다. 영화는 2002년 <보스턴 글로브>가 보도해 다음 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미국 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헌법에서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미국 대통령은 성서에 한 손을 올리고 취임 선서를 한다. 여론조사는 종교가 미국인들 삶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교는 기독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0.6%가 자신을 기독교인(가톨릭, 개신교)이라고 답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보스턴에서도 가장 큰 종교는 가톨릭이다. 종교를 건드리는 것이 금기시되는 상황에서 <보스턴 글로브>의 새로운 편집장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 분)은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 의혹 심층취재를 ‘스포트라이트’ 팀에 지시한다. 편집국 내부 회의에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받지만 ‘스포트라이트’ 팀은 포기하지 않고 제보자와 피해자들을 만난다. 편집국장 마티는 지역 추기경과 만난 자리에서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는 말을 듣고 “언론은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정중하게 거절하기도 한다.

취재를 통해 성추행 의혹이 있는 신부들이 교구를 옮겨 다니며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다. 기자들은 추기경과 교구의 고위층이 이들의 비리를 알고도 묵인한 사실에 집중한다. 지역 가톨릭 교구의 압력은 세어지고 지역 변호사들이 성추행 혐의 사제들을 변호해주고 합의금을 챙긴 사실도 밝혀진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팀장 윌터 로빈슨(마이클 키튼 분)은 괴로워한다. 보스턴이라는 도시를 생각해서 그만하라는 교구 대변인의 말에 월터는 “보스턴이라는 도시를 생각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모두가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며 분노한다.

   
▲ 미국 사회 주류라고 할 수 있는 가톨릭의 문제를 보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스포트라이트 팀. ⓒ 네이버 영화

영화 마지막 장면은 보도 이후의 상황들을 자막으로 보여준다. 보스턴 지역 추기경은 해임됐지만 추기경 직위를 유지한 채 다른 교구에서 활동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지역의 이름들이 여운을 남긴다.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지만, 한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가톨릭이 저지르고 있는 의혹을 용기 있게 보도한 언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대한민국, 대기업, 그리고 조중동

   
▲ 영화 <슬기로운 해법>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슬기로운 해법>은 우리나라 언론의 민낯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제목은 2009년 5월부터 한 신문에 연재된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한 기획 시리즈’ 제목에서 가져왔다. 영화는 우리나라 언론에서 일했던 또는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의 증언으로 채워져 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2,800여개 언론매체가 있다. 연간매출액은 2011년 기준 8조원에 이르는데 이중 신문 산업은 3조 4천억 원,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11개 일간지는 1조 6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3대 메이저 신문사로 알려진 조선‧중앙‧동아가 그중 1조를 차지하며 신문 산업의 독과점적 지위에 올라있다. 이들 3개사는 전체 유료발행부수의 74%를 차지하며 때로는 여론을 독점하고 그들만의 프레임을 대중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폐해를 낳기도 한다.

2010년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는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삼성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보낸 후 편집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자가 ‘상황이 어려운데 이 글을 칼럼으로 활자화하는 게 부담이 됩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줬다는 게 저에게는 소중했습니다”고 말하는 김 교수의 인터뷰 다음에 내레이션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 모든 상황은 언론 또한 기업이라는 비극적인 운명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2007년부터 삼성그룹의 광고비 변동 추이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조선‧중앙‧동아가 <한국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에 비해 월등히 높은 광고 수주액을 기록하는데, 특정 시점부터 진보 매체들에 대한 광고비가 아예 0원을 기록한다. 2007년 10월 삼성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고, <경향신문>, <한겨레> 두 개 매체가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시점이다. 이 사실은 기업이 운영하는 광고의 작동원리가 곧 기업의 속내를 의미하며, 이들의 속내에 맞추지 못할 경우 대부분 광고수익으로 운영되는 언론사는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 유력매체와 대기업간 광고수입으로 맺어진 관계는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 네이버 영화

영화는 우리나라 신문사 수익구조 80%가 광고수입이고 20%가 구독료 수입이라고 말한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언론사 수입의 대부분이 광고수입이기 때문에 언론사 경영진이나 편집진이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방적 프레임을 형성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유력 매체와 광고로 언론사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의 기업 이익논리 속에서 이 땅의 언론은 가야 할 길을 잃고 방황한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슬기로운 해법’

지난해 한국 영화에는 유독 기자가 많이 등장했다. 청년들의 힘든 현실을 다룬 영화에서 막내 인턴으로(<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단독으로 연쇄살인사건을 보도했다고 믿었지만 자신의 실수임이 드러나자 소설 속 이야기로 보도를 이어나간 기자(<특종: 량첸 살인기>), 그리고 정치인들과 검찰과 결탁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사 논설위원(<내부자들>)까지. 영화 속 기자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주체라기보다는 조직 속 객체로 그려진다. 영화에는 기자의 현실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언론산업의 구조적 병폐까지 투영돼 있다.

   
▲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 있는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 영화 <슬기로운 해법> 화면 갈무리

<스포트라이트>의 후반부에서 팀장 로비는 몇 달에 걸친 취재가 마무리된 뒤 보도시기를 조율하며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과거에 자신이 담당하던 팀에 관련 제보가 왔을 때 단순 사건기사로 보도했던 것이다. 자책하는 그에게 편집국장은 “우리는 가끔 어둠 속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고 말한다. 빛은 어두운 곳에서 더욱 빛난다. 춥고 어두운 동굴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칠 때, 한 줄기 빛은 처절한 희망에 비유되곤 한다. 지금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 있는 언론이 가야 할 빛, ‘슬기로운 해법’이 보이는가.


편집 : 박성희 기자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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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r (188.XXX.XXX.155)
2016-05-13 07:24:28
Boom shaaklkaa boom boom, problem sol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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