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기록하거나 이를 제시하는 보도다. 미국 솔루션스 저널리즘 네트워크(Solutions Journalism Network, SJN)가 제시한 솔루션 저널리즘의 핵심 가운데는 ‘복제 가능성’이 있다. 다른 이들이 따라 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뒤집어 보면, 비슷한 문제를 이미 겪은 이들의 문제 해결 과정을 소개하는 것도 훌륭한 솔루션 저널리즘이 될 수 있다. <시사인>이 그 전형을 보여줬다.지난해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대규모 압
‘페미사이드’란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모든 살해를 뜻한다. 여성을 뜻하는 라틴어‘femina’와 살인을 뜻하는 ‘homocide’의 합성어로 1976년 여성주의 작가 다이애나 러셀이 처음 사용했다. 중세의 마녀사냥은 물론 오늘날의 가정 폭력, 젠더 폭력,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 등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여성을 향해 일어난 구조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이 페미사이드이다.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여성이 살해당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페미사이드가 수면 위로 올랐지만, 페미사이드에 관한 국내의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않
왜 그냥 온천이 아니라 ‘야생’ 온천일까? <오프로드 야생 온천>의 공저자인 황상호, 우세린 부부는 5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광활한 자연에 숨어 있는 자연 온천 30여 곳을 여행하고, 그 생생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그들이 다닌 야생 온천은 ‘하늘빛 욕조와 키 큰 야자수, 부드러운 목욕 가운 같은 것이 있는 곳’이 아니라 ‘죽은 이끼가 떠다니고 쿰쿰한 유황 냄새가 나며, 덤불 속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곳’이다. 조금이라도 지저분하거나 고생스러운 것에 질색하는 사람들은 돈을 쥐여 줘도 찾지 않을 장소. 그런데도 이들이 야생 온천에 푹 빠진 이유는 뭘까?
동물학대 보도는 동물과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대중의 동물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언론도 동물권 의식을 키우고, 섬세하고 주의 깊은 보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그러니까 2013년 겨울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 <상속자들>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판 ‘가십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이른바 ‘금수저’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였다. 이 학교에서는, 가난한 친구에게 학교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라도 그가 ‘금수저’라면 어떤 어른도 사태에 개입하지 않는다. 극 초반에는 남자 주인공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한 남학생이 전학을 택하며 학교를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괴롭힘의 다음 대상이 여자로 바뀌고 가해자인 남자 주인공들과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학교폭력은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은 이기정 전 YTN 기자를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임명했다. 이 전 기자는 비서관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YTN 기자로 근무했다. 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일을 그만두자마자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서 폴리널리스트를 둘러싼 논란은 역대 모든 정부에서 반복돼왔다.‘폴리널리스트’는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의 결합어로,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권으로 바로 옮겨가 활동하는 인물을
지난해 10월 4일 밤, 강원도 강릉 지역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그 사이 이태원 참사와 북한 무인기 도발 등 많은 일이 벌어져 오래전 일 같지만, 불과 석 달여 전 일이다. 굉음을 내며 하늘을 붉게 물들인 미사일은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트위터 등 SNS상에서는 관련 사진과 영상이 공유되며 무슨 일인지 상황을 추론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다음날인 5일 아침 7시가 되어서야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훈련 중 발생한 낙탄 사고라고 해명했다.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이제는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에는 부족한 내용을 출연진의 아이디어로 채워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 11월 6일부터 27일까지 JTBC의 시사교양 팀 팩추얼이 4부작에 걸쳐 선보인 ‘팩추얼 웹툰 창작단 역습:역사를 습작하다(이하 역습)’이 그렇다. 제목 그대로 웹툰 창작단으로 구성된 패널들이 웹툰을 만들기 위해 역사적 사실의 부족한 고리를 상상으로 그려보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역사가의 기록에는 공백이 존재한다. 그 공백을 각자가 가진 상상력과 전문 지식으로 메우는 것이 웹툰 창작단의 역할이다.
희생자 실명 공개로 벌어진 찬반 논란지난달 5일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났다. 그럼에도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았다. 희생자를 기리는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애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 있었다. 지난 14일 시민언론을 표방한 인터넷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인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다. 이 매체는 추모 대상이 익명으로 추상화됐다면서 진정한 애도를 위해 희생자의 이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 동의 없는 일방적인 희생자의 실명 공
경찰은 범죄가 일어난 뒤 범인을 찾는다. 이미 벌어진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 범인의 꽁무니만 쫓다 보면 누가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파악해 미리 막고 싶다는 데까지 생각이 뻗을 수 있다. 이런 상상을 영화로 만든 것이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그런데 이 일을 현실에서 이루려다 주민을 감시하고 조직적으로 괴롭힌 경찰이 지역 언론의 탐사보도로 드러났다.<탬파베이타임스>의 탐사보도팀 캐슬린 맥그로리(Kathleen McGrory)와 네일 배디(Neil Bedi) 기자는 범죄를 예측하겠다며 빅데이터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치안 책임자가
최근 ‘회귀물’이 젊은 세대에서 유행이다. 현재까지 알고 있는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로 과거로 돌아가 인생의 기회를 다시 얻는 설정을 가진 장르를 ‘회귀물’이라 부른다. 사실 최근이라고 하기엔 웹툰이나 웹소설 분야에서는 2010년 후반에 이미 크게 유행했던 설정이지만, 드라마, 영화 등 대중의 보편적 관심사로 올라온 것은 이번년도부터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같은 자조적 유행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실의 어려움이나 삶에 대한 불만 등을 탈피하고자 하는 청년 세대의 욕망이 회귀물의 유행으로 번져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자의 업무는 어떻게 바뀔까요? 인공지능이 잘하는 일을 기자가 하는 건 포크레인 앞에서 땅 파기 실력을 자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기자는 ‘취재하고 기사 쓰는 사람’이었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기자는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자연어 데이터(뉴스)의 생산·유통·축적 과정을 이끌고 바꾸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공무원부터 청소년까지… 사회적 문제가 된 마약 범죄지난 10월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이 호주에서 7억 원 상당의 코카인을 숨겨 들여오다가 현지 국경 수비대에 체포됐다. 또 지난 9월에는 가수 겸 작곡가인 돈스파이크 씨가 필로폰 상습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청소년들이 펜타닐 등을 처방받아 투약하고, 액상 대마를 전자담배 키트에 담아 흡연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마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KBS <시사 직격>은 지난달 18일 “2022 대한민국 마약 보고서 – 마약 청정국은 끝났다”에서 마약 압수량이 계속 늘어나고, 마약 투약자 또한 늘어나는 문제를 짚었다. 다른 언론들도 꾸준히 마약 범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주로 마약 중독 치료에 드는 비용이 매우 많다는 점을 부각하거나, 중독됐을 때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 부작용 등을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9월 미국 델라웨어주 월밍턴에서 한 남성이 보석가게를 운영하던 60대 한인 남성을 폭행하고 보석을 훔쳐 달아난 강도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보도한 현지 언론을 뒤따라 국내 방송사와 신문사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그런데 현지 언론의 기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원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한 단어가 일제히 붙었다. 바로 ‘흑인’이다.“보석가게 한인 주인, 흑인 폭행에 뇌출혈…증오범죄 가능성”. JTBC의 기사 제목으로 범인이 흑인임을 명시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앵커와 기자는 이 사건을 보도하며 가해자를 ‘검은색 마스크로
“OOO 논란”. 언젠가부터 언론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어난 논란을 종종 보도하고 있다.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의 특성상 논란의 진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실체가 모호한 논란을 사실 검증 없이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사회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진위 파악 없는 커뮤니티발 논란 보도로 피해자가 발생했다. 조선일보 등은 베트남에서 일부 시민들이 핼러윈 코스프레로 이태원 참사를 조롱했다는 기사를 썼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안에서 확산한 영상이다.
“뭘 애써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창구 자체가 막힌 느낌. 지배적인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사업자 손에 그간 고생해 만든 다큐멘터리가 좌지우지되는 게 속상했습니다. 유튜브 채널로 눈을 돌렸죠.”지상파 방송의 시사교양PD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다시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한 김재환(52) 단유필름 대표가 지난달 24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강에서 유튜브 시작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콘텐츠 기업의 유튜브 채널 전략’을 주제로 강의한 김 대표는 ‘큰 시장을 겨냥하라’ ‘출연자 리
지난달 31일 한국기자협회가 한겨레의 <저당잡힌 미래 ‘청년의 빚’> 연재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달 27일 기사에서 이 기사가 ‘청년의 빚에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1년 동안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도덕적 해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한겨레 기자 4명은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될 저신용 청년들 대부분이 실제로 빚내서 투자한 이들인지 알아보고자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