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검증 없는 ‘커뮤니티 논란 보도’ 문제

“OOO 논란”. 언젠가부터 언론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어난 논란을 종종 보도한다.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의 특성상 논란의 진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실체가 모호한 논란을 사실 검증 없이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사회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진위 파악 없는 커뮤니티발 논란 보도로 피해자가 발생했다. 조선일보 등은 베트남에서 일부 시민이 핼러윈 코스프레로 이태원 참사를 조롱했다는 기사를 썼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안에서 확산한 영상이다.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이 확인에 나서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YTN 등은 이태원 참사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시민들을 밀쳤다는 논란을 보도했다. 토끼 머리띠 남성은 경찰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당 남성은 자신의 SNS에 억울하다는 심정을 밝혔다. 뉴스1은 이태원 참사 당시 피해자가 여성이었던 경우 심폐소생술, 즉 CPR을 꺼리는 분위기였다는 내용의 커뮤니티 글을 보도했다. 하지만 참사 당시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의 성별, 인종, 국적과 관계없이 모두 적극 실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커뮤니티 논란 보도는 주로 조회 수를 노린 것들로 대체로 ‘어뷰징’이라고 부를 만하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살펴보자.

① GS25 포스터 ‘남혐’ 논란

2021년 5월, GS25 포스터에 사용된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소위 ‘남성 혐오’라는 논란이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촉발됐다. 언론진흥재단이 구축한 뉴스 데이터베이스 빅카인즈(Big Kinds)에 ‘GS25’, ‘포스터’, ‘남혐’을 지난달 15일 검색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모두 185건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특히 해당 논란에 대한 전체 보도 중 140건이 지난해 5월에 집중됐다. 그에 대한 후속 보도는 지난해 6월 20건에 그쳤다.

‘GS25’, ‘포스터’, ‘남혐’ 주요 언론사 보도량 추이 그래프. 출처 빅카인즈
‘GS25’, ‘포스터’, ‘남혐’ 주요 언론사 보도량 추이 그래프. 출처 빅카인즈

지난해 8월에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가 다시 늘어났다. ‘GS25’ 논란과 관련한 보도가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당시 도쿄올림픽 안산 양궁선수의 쇼트커트 논란, 국방부 포스터 이미지 남혐 논란 등에 관한 보도였다. 기사 안에 키워드를 끼워 넣었기 때문에 보도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비슷한 내용과 키워드를 반복해서 보도해 조회 수를 늘리려는 이른바 ‘어뷰징’ 보도라고 볼 수 있다. 빅카인즈에 같은 키워드로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GS25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평택시(평택시 포스터 남혐 논란)’, ‘여혐BBQ(BBQ 포장지 남혐 논란)’ 등이 추출되었다.

‘GS25’, ‘포스터’, ‘남혐’ 키워드 연관어 분석. 출처 빅카인즈
‘GS25’, ‘포스터’, ‘남혐’ 키워드 연관어 분석. 출처 빅카인즈

GS25 논란을 보도한 매체는 주로 경제지와 보수지, 혹은 인터넷 보도를 주력으로 하는 매체였다. 한국경제 24건, 머니투데이 23건, 아시아경제 16건, 세계일보 16건, 조선일보 11건, 중앙일보와 국민일보 10건의 순서로 많이 보도했다. 경제지와 보수지의 구독자층은 GS25라는 기업의 위기에 관심이 있어서 이런 사안도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커뮤니티 안에서 벌어진 논란만 전달하면 엉뚱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GS25 논란 보도 건수. 그래픽 이선재
GS25 논란 보도 건수. 그래픽 이선재

한국경제가 이 사안을 처음 보도한 것은 지난해 5월 2일 “난리 난 GS25, 남혐 논란에 포스터 수정 거듭하다 끝내 삭제”라는 기사였다. 해당 보도는 “일각에서는 손 모양의 일러스트가 남혐 표현이라고 지적했다”며 논란을 제기한 측의 의견만 전달하면서 “의혹이 제기될 만했다”고 해설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GS25를 둘러싼 모든 논란에서 집게손가락 이미지 자체가 ‘남혐’의 표시로 쓰였다는 증거는 없었다. 더불어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가 후에 ‘블라인드’라는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해당 이미지를 제기된 의혹과는 다른 의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디자이너는 집게손가락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자료를 사용한 것일 뿐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의혹이 제기된 이미지들은 디자이너와 그의 팀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징계를 받고, 마케팅팀장은 인사이동을 당했다. 확인 없는 언론의 커뮤니티 논란 보도가 파문을 일으켜 실질적인 피해자를 낳았다.

커뮤니티발 ‘남혐’ 의혹 제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었다. GS25 포스터 논란을 시작으로, 무신사 포스터에서 카드를 잡는 손의 모양, 카카오뱅크와 BBQ가 포스터에 사용한 집게손가락 이미지, 인천 1호선 부평구청역 내 안전문에 부착된 포스터 속 인물이 집게손가락으로 문을 열고 있다는 논란 등 비슷한 의혹 제기를 반복했다. 언론은 반복적으로 커뮤니티발 논란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실제로 어떤 악의적 의도가 있었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실제로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어떤 실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2010년 타블로 스탠퍼드 학력위조 의혹 논란

2010년 네이버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를 중심으로 제기된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은 대표적인 커뮤니티발 논란이었다. ‘왓비컴즈’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이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고 카페를 만들자 사람들이 모였다. 일명 ‘네티즌 수사대’는 검찰처럼 타블로의 학력, 신상, 가족 등 인적사항을 수사했다. 카페 구성원은 타블로의 모교인 스탠퍼드에 전화해 학력위조 여부를 확인했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타블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며, <MBC 스페셜>에서 제작진과 함께 직접 스탠퍼드에 가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타블로는 타진요 회원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했다. 2012년 법원은 타진요 회원 2명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타블로의 학력 논란은 언론의 커뮤니티 ‘중계 보도’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12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인터넷 보도들은 대부분 지워져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관훈 저널 2010년 겨울호에 기고한 글에서 “한쪽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그쪽 말을 보도하고, 해명하면 그것을 그대로 보도하고, 누가 비판하면 그걸 또 보도하며 중계방송만 했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안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클릭 장사를 위해 인터넷 언론이 논란을 재확산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는 극화된 공간…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필요

언론은 커뮤니티 논란을 다룰 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커뮤니티(community)는 원래 공동체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넷에도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가 생겼다. ‘디시인사이드’, ‘네이트판’, 네이버와 다음 카페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직장인들의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중고 물품 거래 앱인 ‘당근마켓’의 게시판 기능 등도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베 저장소’ 또한 커뮤니티이다.

커뮤니티는 오프라인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구성원에게 소속감을 부여한다. 온라인에 제2의 자아가 생기는 것이다.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일례로 커뮤니티를 통해 자영업자의 미담이 퍼져 이용자들이 자영업자에게 ‘돈쭐’을 낸 경우가 있다. ‘돈쭐’은 ‘돈으로 혼쭐낸다’를 줄인 신조어다. 자영업자에게 매출을 올려주는 방식의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디시인사이드’의 아이돌, 배우, 가수 등의 일부 팬 갤러리는 커뮤니티의 이름으로 모금을 진행해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도 하다.

커뮤니티 구성원의 행동력이 높아지는 것은 그 특성이 작용한 결과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크게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 번째는 ‘극화’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언론학자 나은영은 온라인 공간이 극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극화된 공간이란 서로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공유하고 그 의견에 관한 일체감을 확대하는 곳이다. 의견이 비슷하여 구성원들끼리 말이 잘 통하고, 일의 실행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부정적인 내용, 특히 사실이 아닌 의견도 극화된 공간에선 더 빠르게, 그리고 기정사실처럼 퍼진다. 이를 통해 집단 극화가 일어난다. 집단 극화는 어떤 문제를 논의하기 전보다 더 모험적인 의사결정을 지지하는 경향을 뜻한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면 논의는 더 급진적이 되고 실행력까지 가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온라인의 상호작용성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행동력을 가지는 것에 일조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대중은 수용자의 특성만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릭, 접속, 스크롤의 과정은 자발성 없이 불가능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구성원은 우연히 정보를 알게 되지 않는다. 직접 흥미가 가는 제목의 글을 클릭하고 선택해서 참여한다. 따라서 커뮤니티 구성원은 자신이 커뮤니티에 완전히 소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선택의 과정에 자발성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위험하다. 극화된 공간, 즉 편향적인 의견을 다루는 공간의 구성원이 되었지만, 스스로 알지 못한다. 커뮤니티에 휩쓸려 하는 행동이 자신의 온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자신의 의지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면 행동력은 높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확산, 언론의 역할은?

집단 극화된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장은 혐오표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내려갈수록 현상이 뚜렷해진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디지털을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1980~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만 15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0.3%가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실생활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한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등장한 ‘갈라치기’는 온라인 커뮤니티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이기도 하다. 조선일보가 특별취재팀을 꾸려 연속 보도하고 있는 젠더 심층 기획 기사 중 5월 19일 자 ““개준스기 사수” “이재명의 개딸”… 여론몰이하는 남초·여초 커뮤니티”라는 보도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기사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남녀 혐오를 부추기는 젠더 최전선으로 부상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가 정치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언론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논란 제기를 보도하기에 앞서 한국기자협회가 제시한 언론윤리 헌장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언론윤리 헌장 제6조의 제목은 “갈등을 풀고 신뢰를 북돋우는 토론장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한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의혹이나 논란 보도를 남발하면서 ‘갈등을 풀고 신뢰를 북돋우는 토론장’을 제공한다고 할 수는 없다. 논란에 대한 철저한 사실 검증, 교차 검증과 더불어 커뮤니티 논란의 이면과 본질을 꿰뚫는 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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