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특강] 김재환 단유필름 대표

“뭘 애써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창구 자체가 막힌 느낌. 지배적인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사업자 손에 그간 고생해 만든 다큐멘터리가 좌지우지되는 게 속상했습니다. 유튜브 채널로 눈을 돌렸죠.”

지상파 방송의 시사교양PD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다시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한 김재환(52) 단유필름 대표가 지난달 24일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강에서 유튜브 시작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콘텐츠 기업의 유튜브 채널 전략’을 주제로 강의한 김 대표는 ‘큰 시장을 겨냥하라’ ‘출연자 리스크에 대비하라’ 등 경험에서 나온 필수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문화방송에서 <MBC 스페셜> 등을 연출한 뒤 다큐 감독으로 전업해 방송사 맛집 프로그램의 비리를 고발한 <트루맛쇼>를 내놓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다룬 <MB의 추억>, 대형 교회의 이면을 추적한 <쿼바디스> 등 문제작에 이어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치는 과정을 담은 <칠곡 가시나들>로 연출의 폭을 넓혔다. 2019년에는 유튜브 <굿라이프>를 개설해 구독자 109만 명의 건강채널로 키웠다.

대형 복합상영관 횡포에 다큐 상영 보이콧

MBC 시사교양 PD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다시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한 김재환 단유필름 대표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에서 ‘콘텐츠 기업의 유튜브 채널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나종인 PD
MBC 시사교양 PD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다시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한 김재환 단유필름 대표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에서 ‘콘텐츠 기업의 유튜브 채널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나종인 PD

2019년 개봉한 <칠곡 가시나들>는 당시 복합상영관인 씨제이 씨지브이(CJ CGV)와 메가박스의 홀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CGV는 전국 159개 영화관 1182개 스크린 중 8개를 내주겠다고 했다. 개봉일 성적에 따라 상영날짜도 조정하는 조건이었다. 그는 CGV와 메가박스에 보이콧(거부)을 선언하고 롯데시네마와 예술극장 등에 <칠곡 가시나들>을 걸었다. 이를 계기로 대형 복합상영관에 좌우되지 않고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창구로 유튜브를 선택했고, 일정한 성공을 이뤘다.

그는 많은 언론사가 ‘뉴미디어부’ ‘디지털 스튜디오’ 등의 이름으로 부서를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도전하는 것과 관련, “좋은 콘텐츠라도 수익모델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MBC 유튜브 채널 <오느른>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2년 만에 잠정 중단된 것도 수익을 올릴 방안이 뚜렷하지 않았던 탓으로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언론사가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이유는 저널리즘의 구현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목적이 제일 크다”며 “9시 뉴스에서 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저널리즘 구현을 목적으로 유튜브에서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가로세로 낱말퀴즈를 게임으로 출시하고, 요리법 구독 플랫폼 ‘쿠킹’(Cooking)으로 돈을 버는 것도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통해 본연의 저널리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할 때 챙겨야 할 세 가지

김재환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굿라이프 계정 화면. 굿라이프 갈무리
김재환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굿라이프 계정 화면. 굿라이프 갈무리

김 대표는 <굿라이프> 운영을 통해 깨달은 것을 토대로 ‘언론사 유튜브를 시작할 때 유념해야 할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주력할 콘텐츠 분야의 시장이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규모가 큰 분야에 들어가야 성공할 때 얻는 보상 규모가 크다. 시장이 작으면 사업 확장성이 떨어진다. 둘째, 콘텐츠 제작비가 적게 들어야 한다. 유튜브 콘텐츠는 지상파 방송과 달리 오랜 시간 꾸준히 콘텐츠를 올려야 언젠가 빛을 발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면 충분히 오랜 시간 콘텐츠를 올리기 어렵다.

셋째, 출연자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출연자에 의존해 성장한 채널은 성공 후에 출연자가 자신의 채널을 따로 만들거나 다른 채널로 옮길 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대안을 세워 두어야 한다. 김 대표는 <캐리TV 장난감친구들>이 성공한 후 ‘캐리언니’ 강혜진 씨와 채널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것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들이 김재환 대표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를 통해 외부 청중도 참여했다. 나종인 PD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들이 김재환 대표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를 통해 외부 청중도 참여했다. 나종인 PD

그는 이 밖에 출연자를 선정할 때 윤리성에 어긋나지 않는지, 장삿속을 위해 나오려는 사람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출연자를 유명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해악을 저지른 사람을 유명하게 만든 건 아닌지 따져야 하며, 그런 일을 만들지 않도록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나쁜 놈 유명하게 만들어주는 게 저는 아직도 겁나요. 협찬, PPL 광고(간접광고) 등 돈을 받는 대가로 언론사를 포함한 미디어 업계에서 누군가를 유명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장을 왜곡하면서 주요 수익 모델을 만들기도 해요.”

깜빡하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상표권 등록

채널 기획 개발 단계 이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 채널명 상표권 등록이다. 김 대표는 <굿라이프> 채널 등록 전 상표권부터 등록했다. 그 덕분에 JTBC에서 같은 콘셉트의 프로그램 <굿라이프>를 시작했을 때 문제 제기를 하고 이름을 바꾸게 할 수 있었다. 상표권 등록을 해 두지 않았다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는 “상표권 등록은 애써 만든 콘텐츠를 거대 기업으로부터 지키는 방패”라고 말했다.

질의답변 시간에 수강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김재환 대표. 나종인 PD
질의답변 시간에 수강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김재환 대표. 나종인 PD

“유튜브 채널이 성공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 있다면 먼저 시작하고 오래 하는 것입니다. 2022년 유튜브 채널은 포화 상태고, 어떤 분야에서 먼저 시작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오래 계속하는 건 지금도 가능합니다. 다 포기하고 그만둘 때 계속 버티면 결국 어떤 길이든 찾게 될 테니까요.”

김 대표는 언론사 등 콘텐츠 기업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여러 갈래의 수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수단 중 하나로 유튜브 채널을 잘 키우려면 끝까지 버티는 정신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답변 시간에 정승현(31·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 씨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현하면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하나의 콘텐츠에 저널리즘과 수익 추구라는 두 가지를 같이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수익 창출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되 최종적으로 저널리즘 가치를 버리지 않는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종편 등에서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유튜브 클립을 많이 게시하는데, 인기만을 위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 위험하다”며 “자극과 새로움을 구분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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