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2층. 3층. 그리고 F층. 한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에는 4층이 F층으로 표기된 곳이 많다. 숫자 4가 ‘죽을 사(死)’ 자와 발음이 같아 죽음을 연상시키는 불길한 말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죽음을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죠.” 지난 10월 23일 충청북도 충주시에 있는 충주의료원에서 만난 충북 호스피스 협회 지회장 홍기만(66) 목사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죽음을 앞둔 이들의 존엄한 삶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죽음을 중요하게 여기지...
지난 3월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가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코처는 영화 <코다(CODA)>에서 정상인 자녀를 둔 청각장애인 아버지를 연기했다. 시상자로 나선 배우 윤여정이 수화로 트로이 코처를 호명했다. 시상대에 선 코처는 수화로 “이 상을 모든 장애인에게 바친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장애인 배우에...
지난 1월 정당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가입 나이가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아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에서 당원으로 활동하는 청소년 정당인은 수십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대선기간 동안 투표나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선거운동과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투표권은 없는 청소년 정당인은 이번 대선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단비뉴스>는 전화와 서면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지난 4일 찾아간 ‘처음책방’은 개업 준비로 부산했다. 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대학교 후문 근처에 자리 잡은 책방 곳곳에는 아직 책장에 자리 잡지 못한 수백 권의 책이 쌓여 있었다. 각종 단행본의 초판본, 수많은 잡지의 창간호 등이었다. ‘처음책방’이라는 이름도 거기에서 나왔다. 처음 세상에 나온 종이 출판물만 모아둔 책방이라는 뜻이다. 책방 주인은 김기태(59)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다. 대학시절 문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이후인 1988년부터 삼성출판사에서 잡지와 책을 편집하는 출판
3평(약 9.9㎡)짜리 정사각형 방안.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나연(28·여·가명) 씨는 2018년 봄부터 2020년 여름까지, 그 안에만 있었다. 가로 1.5m, 세로 2m 크기의 침대에 누워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다음 2021년 봄까지는 가끔 집을 나서 도서관에 혼자 앉아 있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은둔 생활을 하는 3년 내내 거의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함께 사는 부모와도 대화를 피했다.은둔에서 탈출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김 씨는 그 시절을 생생히 기억한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있었어요.” 책상 위에는 은둔 생활 내내
지난 9월 3일에 발표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에 관한 반발이 거세다. 10월 28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36개교의 총장으로 구성된 서울총장포럼(회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제22회 서울총장포럼 총회에서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에 관해 수도권 대학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총장포럼 총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이 과도하게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 대학들이 아주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째 경제협력기구(OECD) 4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통계는 시민은 기자를 불신하고, 기자는 시민들의 불신에 억울해하는 세태를 보여준다.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과 기자의 간극을 좁힐 방법이 있을까? 이 질문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달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1 저널리즘 주간’의 행사 가운데 하나로 ‘저널리즘 위기 탈출, 시민과 기자의 동상이몽’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서울시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충청북도 제천시 숭문로16길과 독순로7길이 교차하는 곳에는 모텔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밤이 되면 모텔의 불빛이 거리를 밝힌다. 그 불빛 사이에 흰색 벽으로 가려진 ‘관계의미학’ 카페가 있다. 하얀 벽 안으로 들어가면, 정사각형의 녹색 정원을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벽에는 ‘관계의미학’이라 적힌 문패가 붙어 있다. 문패 옆 대문은 열려있다. 지난 17일 저녁, 그 틈으로 가수 윤상의 ‘한 걸음 더’가 흘러나왔다. ‘관계의미학’은 박흥진(39), 김수지(33)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문을
8일 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대학교 학술관 103호에서 제4회 한국어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중국에서 온 신과 씨가 무대에 서서 ‘나의 꿈’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었다. 국제교육원에 다니고 있는 그는 중국어 성조가 묻어나는 한국말로 “그림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17명의 세명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이들은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에서 왔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한 자리씩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제4회 한국어말하기 대회는 한글날 575돌을 맞이해 세명대학교
링컨은 침략자다. 적어도 미국 남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 제임스 바더맨의 <두 개의 미국사>에는 남부 사람들이 링컨에 적개심을 갖는 이유가 나온다. 남북전쟁 때 북부는 ‘노예 해방’을 명분으로 남부를 악으로 몰았다. 전쟁 승리 뒤에는 치안 유지 이유로 남부에 머물며 점령군 행세를 했다. 북부 자본가들은 남부 소자본가들과 결합해 철도와 산업을 장악했다. 남부 소농들은 철도 부지로 토지를 팔고 소작농이 됐다. 소작도 못하는 주민은 북부 자본이 만든 공장의 저임금 노동자가 됐다. 북부에 흡수된 남부는 사실상 식민지였다.전쟁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어릴 적 패스트푸드점에서 ‘서핑하는 구피’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 부모에게 떼를 썼습니다. 기어이 한 손에는 햄버거를, 다른 손에는 구피를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에릭 슐로서가 쓴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볼 때까지는 몰랐습니다, 구피 장난감과 햄버거는 탐욕의 죄악임을.<패스트푸드의 제국>에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어떻게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지 나와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어린이들을 공략했습니다. 문화와 자본을 결합해 패스트푸드가 어린이의 친구인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장난감과 놀이공원
제3자의 언어로 말하는 진실이 독자에 가닿지 못하는 일이 있다. 2018년 <한겨레>는 노인 요양 문제의 진실을 시민들의 마음에 가닿게 할 저널리즘을 시도했다. 권지담, 이주빈, 정환봉, 황춘화 기자가 요양문제를 취재했다. 권지담 기자는 한 달간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모두 3부작으로 구성된 기사의 ‘1부 요양orz’는 요양원에 사는 노인들과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목소리를 담았다. ‘2부 요양원 비리’는 제도 문제를 다뤘다. ‘3부 대안’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국내외 모범사례를 다뤘다.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윌리엄 맥도널드 엮음/윤서연 외 6명 옮김/인간희극/2만5000원부고기사는 한 사람의 죽음을 알린다. 뉴욕타임스는 1851년 창간호를 낸 이래로 매년 1천 건이 넘는 죽음을 알려왔다. 저명인사의 죽음으로 한 시대를 조명했다. 부고전문기자는 미리 저명인사의 이야기를 쌓아놓는다.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미리 기사를 쓴다. 그래서 작은 평전이라 불릴 정도로 깊은 기사가 나온다. 부고기사를 기다리는 부고중독자까지 생겼다.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은 2019년 한국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해 음식 배달 거래액이 전년 대비 43% 늘어난 20조1005억 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 등으로 배달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라이더)의 일거리도 그만큼 늘어났다. 배달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37) 위원장도 더욱 바빠졌다. 그는 주중에 유니온 일을 하고, 주말에는 배달을 나간다. 지부 모임에 참석하고, 언론에 기고하고, 인터뷰에 응하는 일 등으로 주중 일정이 빼곡하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교동의 라이더유니온 사무실에서 박 위원장을
청년들이 고립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쌓아야 할 스팩만 많아졌다.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방 안으로 피난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일본에서는 ‘틀어박히다’는 뜻의 ‘히키코모리’, 한국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로 부른다.은둔형 외톨이는 6개월 이상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가족이나 극소수 친구 외에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다. 심한 경우 가족관계도 끊는다. 편의점에 가는 것처럼 가벼운 외출은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활동 범위는 집에 한정된다. 정신질환 때문에 은둔하게 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