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년 보고서] ① 은둔 청년의 하루

한정된 공간에서 은둔하며 외톨이로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른다. 은둔형 외톨이는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청년 세대의 은둔은 중요한 사회 문제다. 지난해 12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거나 '집에 있으면서 인근 편의점 등에만 외출한다'고 답한 비율은 3.4%였다. 이를 한국 청년(19~35세) 인구에 대입하면 37만여 명의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추정치일 뿐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전국에 은둔 청년이 얼마나 있는지,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지내는지 한국 사회는 알지 못한다. 정부 차원의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파고든 국내 언론의 보도도 부족했다. 그들의 실태를 밝히기 위해 5명의 <단비뉴스> 기자가 '은둔 청년 취재팀'을 결성했다.

취재팀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지원 단체 관계자들을 도움을 받거나 직접 수소문하여 25명의 은둔 청년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심층 인터뷰한 25명의 은둔 청년의 연령은 10대 1명, 20대 16명, 30대 8명이다.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는 14명, 광주·강원 등 비수도권 거주자는 11명이다. 남성 12명, 여성 13명을 만났다.

심층 인터뷰와 별개로 취재팀은 이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도 분석했다. 은둔 청년들이 모인 어느 인터넷 카페의 회원 소개글에는 은둔 계기, 현재의 어려움 등을 진솔하게 적은 내용이 있었다. 취재팀은 2017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4년 6개월여 동안 이 카페에 올라온 소개글 471건의 내용을 분석했다. 또한 관련 전문가 11명을 인터뷰하고, 은둔 청년 문제를 다룬 단행본·보고서·연구논문·토론회자료집 등 2500여 쪽 분량의 문서도 검토했다.

자료조사, 전문가 자문, 지원단체 취재, 은둔 청년 인터뷰 등 4개월 여에 걸친 취재 내용을 5편으로 나눠 담았다. 기사에 등장하는 은둔 청년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표기했다. 당사자들이 신상 노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진 촬영도 꺼렸다. 기사에 등장하는 사진 대부분은 당사자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들의 생활상을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러스트를 삽입했다. 일러스트는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편집자주)

 

▲ 취재팀이 만난 25명의 은둔 청년들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5년까지 은둔 생활을 했다. 이들은 방안에서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고, 긴 시간 동안 잠을 자며 하루를 보냈다. PC방에 가는 등 가벼운 외출도 한다. 필요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립된 삶을 살았다. ⓒ 현경아

3평(약 9.9㎡)짜리 정사각형 방안.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나연(28·여·가명) 씨는 2018년 봄부터 2020년 여름까지, 그 안에만 있었다. 가로 1.5m, 세로 2m 크기의 침대에 누워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다음 2021년 봄까지는 가끔 집을 나서 도서관에 혼자 앉아 있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은둔 생활을 하는 3년 내내 거의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함께 사는 부모와도 대화를 피했다.

은둔에서 탈출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김 씨는 그 시절을 생생히 기억한다. “모든 것이 그대로 있었어요.” 책상 위에는 은둔 생활 내내 한 번도 켜지 않은 노트북이 있었다. 책장에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펼치지 않은 경제학 서적이 꽂혀 있었다. 옷장조차 열지 않았다. “안 입는 옷을 엄마가 가끔 빨아줬어요. 옷이 썩지는 않았죠.” 

그 시절, 김 씨는 눈이 떠지면 일어났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눈이 뜨였다. 언제 눈이 떠지건 상관없었다.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찾았다. 동영상을 틀었다. 종일 그것만 봤다. 돈이 없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입 첫 달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므로, 넷플릭스의 무료 기간이 끝나면 왓챠로 옮겼다. 영화나 드라마가 지겨워지면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무료 웹툰을 봤다. 그마저 볼 게 없으면 ‘맘카페’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배회했다. 그저 시간을 보내는 용도였다. 그러다 눈이 감기면 잤다.

은둔 기간에 김 씨는 하루 한 끼만 먹었다. “움직이지 않아서 배고플 일이 없었어요.” 식사 시간은 보통 오후 4시였다. 눈 떠지는 대로 영화, 드라마, 웹툰을 보다가 허기가 지면 엄마를 불렀다. 하루 중 그때가 유일하게 말하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볶음밥이 담긴 그릇을 방에 넣어줬다. 김 씨는 유일한 그날의 끼니를 침대 위에서 빠르게 먹어치웠다. 때가 되면 엄마가 조용히 방에 들어와 뒷정리했다. 방 청소도 엄마가 했다. 청소하는 동안 김 씨는 침대에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드물게 은둔 탈출을 도모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 스마트폰으로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채용 공고를 살폈다. 그때마다 김 씨는 자신감을 잃었다. “쌓아놓은 스펙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래도 김 씨는 자격증 하나 없는 무능력자라고 자신을 탓했다. 자책할 때마다 김 씨는 침대에 다시 웅크렸다. 스마트폰을 켜고 가상세계로 도망갔다.

은둔형 외톨이란

▲ 은둔 청년이 침대 위에 웅크린 자세로 누워 있다.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돼 있다. 온종일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그러다 눈이 감기면 잠을 잔다. 타인과 연락하는 일은 없다. 이러한 삶이 반복된다. ⓒ 김혜리

김나연 씨와 같은 이들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틀어박히다’라는 뜻의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라고 부른다. 원래 히키코모리 또는 은둔형 외톨이는 틀어박혀 지내는 청년을 주로 일컫는 용어였지만, 이런 현상이 중·노년층에서도 발견되면서 그 의미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청년을 다른 연령층과 구분하여 ‘청년 은둔형 외톨이’ 또는 ‘은둔 청년’이라 부른다.

이 용어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여 년 전이다. 사회병리현상을 연구하는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2002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12차 세계정신의학회에서 한국에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히키코모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일본의 정신의학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는 ‘사회참여를 하지 않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됐지만, 정신장애를 그 원인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로 정의했다.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개인의 정신병리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광주광역시는 다른 지자체는 물론 중앙 정부보다 한발 앞서 이 문제에 주목했는데, 지난 2019년 10월에는 ‘광주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은둔형 외톨이를 법률적으로 정의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이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다양한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정 기간 이상을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여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을 일컫는다.

비슷한 의미로 ‘고립 청년’이라는 용어도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를 더 강조하는 개념이다.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청년재단’이 2020년 1월에 발간한 <고립 청년(은둔형외톨이)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이하 <고립 청년 보고서>)는 고립 청년을 ‘20대 이후의 사람이 심리ㆍ경제적 독립 측면과 사회적 관계 형성 및 유지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보고서는 청소년기에 가족이나 친구 관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등교를 거부하거나, 청년기에 취업에 실패하거나 실직하면서 은둔하는 등 사회적 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고립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다만 은둔형 외톨이는 니트(NEET, 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와는 다르다. 니트는 나라에서 정한 의무교육을 마친 뒤에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니트는 구직활동을 거부할 뿐, 대인관계를 맺으면서 각종 사회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은둔형 외톨이와 차이가 있다. 다만 니트로 지내던 사람이 인간관계를 끊어버리면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은둔 청년의 전 단계가 니트인 셈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은둔 청년의 도피처

▲ 취재팀이 만난 25명의 은둔 청년들은 주로 게임을 하고(56%) 영상(드라마·영화)을 보고(44%), 장시간 잠을 자며(44%)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40%)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모으고, 프라모델을 만드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러한 취미는 기타(28%·이상 복수응답)로 표시했다. ⓒ 현경아

취재팀은 은둔 청년 25명에게 은둔 기간에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이들은 김나연 씨와 비슷하게 하루를 보냈다. 주로 게임하거나(56%), 드라마·영화를 보거나(44%), 오랫동안 잠을 잤다(44%·이상 복수응답). 청년재단이 2020년 1월에 발간한 <고립 청년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영상 시청 그리고 과도할 정도로 긴 시간의 수면은 사회로부터 회피하는 방편에 해당한다.

김민수(27·남·가명) 씨도 하루 10시간 이상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있었다. 그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약 10년 동안 은둔했다. 전남 여수에서 서울로 ‘은둔하는 방’을 옮겼을 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틀어박혀 지낸 것은 마찬가지였다. OTT 서비스 ‘넷플릭스’나 ‘왓챠’의 월 정기권을 이용했다. 매일 영화 1편씩은 봤다.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었던 거 같아요.”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2021년 7월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 씨가 말했다.

유종민(30·남·가명) 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2019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은둔 생활을 했다. 그는 하루 16시간 이상 게임하거나 영상을 보면서 살았다. “잠에서 깨면 곧바로 컴퓨터 전원부터 켰어요.” 그는 완전히 게임에 몰입했다. 컴퓨터를 켜면, 캐릭터 육성 게임인 <메이플스토리>를 실행했다. 그런 다음에는 다른 창을 열어 게임 방송을 틀었다.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디지몬 소울 체이서>에 접속했다. 밥도 컴퓨터 앞에서 먹었다. 만두나 볶음밥을 먹었다. 빨리 먹을 수 있는 냉동 음식만 먹었다. “게임 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어요. 게임 하는 게 괴로워서 기절할 정도가 되면, 고꾸라지듯 잠들었죠.” 게임은 그의 도피처이자 수면제였다.

▲ 장명진(27·남·가명) 씨가 제공한 자신의 침대 사진이다. 장 씨는 2014년 말부터 지금까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2019년에 무릎 상태가 나빠진 뒤 온종일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고 있다. ⓒ 장명진

취재팀이 만난 은둔 청년 25명은 한결같이 잠에 대해 말했다. 장명진(27·남·가명) 씨는 “온종일 누워 있기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잠만 자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광주 북구에서 2014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약 8년 동안 틀어박혀 지내고 있다. 눈을 뜨면, 장 씨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스마트폰으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방송을 시청한다. 배가 고파지면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다. 부모가 주고 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밥을 다 먹으면 쓰레기는 방구석으로 밀어두고 곧바로 침대에 눕는다. 누운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다 잠이 든다. 잠에서 깨면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만 있다고, 방에 틀어박힌 게 아니라 침대에만 틀어박혀 있다고 장 씨는 자신의 생활을 설명했다.

피시방을 오가는 활동형 외톨이

그렇다고 은둔 청년이 방에서만 지내는 것은 아니다. 아주 제한된 시간 동안, 매우 제한적인 공간을 오가는 은둔형 외톨이도 있다. 황규상(29·남·가명) 씨는 은둔 기간에 혼자 피시(PC)방에 다녔다. 황 씨는 2015년 봄부터 2017년 겨울까지 서울 구로구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대학을 자퇴한 뒤, 황 씨는 친구들과도 모두 연락을 끊었다. 대신 피시방에 갔다. “마우스를 움직일 힘이 없어질 때까지 게임을 했어요.” 한숨도 자지 않고 적게는 15시간, 많게는 30시간 동안 피시방에서 혼자 게임했다. 잠자야 할 때만 집에 돌아갔다. 부모가 잠들었거나 외출한 새벽 또는 오후에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그때마다 황 씨는 가족에게 자기 모습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랐다. 가족은 은둔 생활을 하는 황 씨에게 화내면서도 피시방 갈 돈을 쥐여줬다. “굶어 죽지 말라는 뜻이었겠죠.” 그 돈도 떨어지면, 도서관에 가서 아무 책이나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황 씨의 행동은 은둔 청년의 전형적인 외출 방식이다. 취재팀이 만난 은둔 청년 25명 가운데 ‘제한적 외출’을 했던 사람은 12명(48%)이었다. 이들은 주로 피시방과 도서관을 오갔다. 이런 이들을 ‘활동성 외톨이’ 또는 ‘활동형 외톨이’라고 한다. 활동형 외톨이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은 은둔 청년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조건 집 밖으로 내보낸다고 은둔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둔 청년 가운데는 제한적 외출을 넘어 구직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더 이상 은둔 청년으로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바깥 활동을 하더라도 대인관계가 없으면 은둔형 외톨이 범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몸은 밖에 있어도 정서적으로 고립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팀이 만난 은둔 청년 25명 가운데 16명(64%)은 은둔 기간 중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었다. 취업성공패키지 등 일자리 지원책을 이용해 구직활동을 한 사람은 4명(16%)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직장 상사나 동료 등과 정서적인 대인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돈이 생기면 다시 은둔을 시작했다.

장명진 씨는 아무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집 근처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혼자 일했다. 최저시급에 야간수당을 조금 더한 돈만 받았다. 사람이 두려운 그는 혼자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온종일 서 있었기에 무릎이 망가졌다. 1년 만에 주유소 일을 그만뒀다. 이후 1년 동안 다시 은둔했다. 그 뒤 또 한번 주유소에 취직했지만, 건강이 나빠져서 1년 만에 그만뒀고, 또다시 은둔을 시작했다.

폭력과 좌절의 기억

은둔이 길어지면, 극단적인 생각에 이르게 된다. 약 3년간 은둔 생활했던 김나연 씨는 혼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낙방한 뒤, 다시 한번 좌절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거쳐 정신과 진료를 받아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 그 시절을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을 들려줬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아서 좋았어요.” 김 씨는 2021년 4월 퇴원한 뒤 은둔 생활에서 벗어났다.

여전히 김 씨는 바깥 생활이 힘겹다. 공무원시험에 떨어진 경험을 곱씹을 때, 친구가 없는 외톨이라는 것을 자각할 때, 중학교 2학년 때 따돌림을 당하던 일이 떠올랐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쇄 병동에 다시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했어요.” 김 씨는 폭력과 좌절의 기억을 곱씹을 때마다 안전지대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폭력에 노출될까, 다시 좌절할까 두려웠다.

따돌림을 당하면 타인이 무섭다. 시험에서 낙방하면 다시 떨어질까 두렵다. 이러한 폭력과 좌절이 켜켜이 쌓이면 당사자는 그 기억을 직면하기 어렵다. 차라리 외면하고 안전한 방 안으로 도피하고 싶어진다. 이처럼 폭력과 좌절의 기억은 청년들을 은둔 생활로 끌어들인다.

'은둔 청년 25인 보고서'는 <한겨레21> 제1390호 표지 기사(링크)로도 게재됐습니다.

편집 :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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