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김소혁, 이정찬, 허율 청소년 당원

지난 1월 정당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가입 나이가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아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에서 당원으로 활동하는 청소년 정당인은 수십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대선기간 동안 투표나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선거운동과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이 개최한 청소년 입당식의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당법이 개정된 뒤 청소년 당원을 모집했다. Ⓒ 허율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이 개최한 청소년 입당식의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당법이 개정된 뒤 청소년 당원을 모집했다. Ⓒ 허율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투표권은 없는 청소년 정당인은 이번 대선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단비뉴스>는 전화와 서면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에 소속된 청소년 세 명의 의견을 들었다.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하는 허율(18) 씨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1호 당원이다. 2005년 2월생인 허 씨는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 가서 입당 원서를 제출했다.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가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립한 ‘하이블루 청소년위원회’에 참여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의 청소년 조직인 청소년분과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지난 2월 유세를 위해 광주광역시에 방문한 이준석 대표(오른쪽)를 만나고 있는 김소혁 씨(왼쪽)의 모습이다. 이날 김 씨는 이 대표와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이 대표의 생각이 마음에 들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 김소혁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소혁(18) 씨는 2005년 9월생이다. 김 씨는 지난 2월 국민의힘 광주시당에 입당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청소년 단체인 ‘전국학생수호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힘의 입장에 동의했다. 선거 유세를 위해 광주를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만난 뒤 이 대표의 생각이 마음에 들어 입당을 결정했다.

2005년 6월생인 이정찬(18) 씨는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회통과 때 정의당 의원들의 활동을 뉴스로 보며 정의당에 호감을 느꼈다. 2020년 정의당 예비당원으로 입당했고, 지난 3월 정식 당원이 됐다.

이게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이번 대선은 후보자와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여러 의혹 속에서 치러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가족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가족문제와 검사 시절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비판받았다. 이러한 모습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를 만들었다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청소년위원회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허율 씨의 모습이다. 허 씨는 대선기간 동안 청소년 정책을 중앙당에 건의하는 활동을 했다. ⓒ 허율

“(투표권이 있다면)이 후보를 뽑았을 같다. 그러나 인물이 좋아서가 아니라 당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투표했을 것이다.” 인물에 대한 호감에 이끌려 투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허율 더불어민주당 당원은 말했다. 이정찬 정의당 당원도 “누구도 뽑지 않았을 것 같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축제라는데, 이게 무슨 축제고 꽃인지 모르겠다”고 이번 대선을 혹평했다.

김소혁 국민의힘 당원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비호감 대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윤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김 씨가 보기에도 두 후보가 주고받았던 비난은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김 씨는 후보자의 사생활 문제는 재발 방지를 약속 받으면 되는 문제였다며, 두 후보가 네거티브를 주고받느라 공약 토론을 소홀히 한 점을 아쉬워했다.

단일화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허율 더불어민주당 당원과 이정찬 정의당 당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단일화, 그리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양당제를 타파하겠다고 선언했으면서도 다당제에 기초한 여러 후보의 경쟁이 아니라 유력한 두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단일화를 하려면 처음 출마할 때부터 연정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게다가 안철수 후보의 경우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된 다음에 단일화를 했기 때문에 사표가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단일화에 응하지 않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소신을 지킨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허율 더불어민주당 당원은 평가했다. 이정찬 정의당 당원은 심 후보가 정의당의 독자 노선을 만들기 위해 완주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약은 더 짧게, 더 재미있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 전략인 ‘소확행 국민제안 캠페인’의 로고다. 지난 1월 이 후보는 소확행 공약 중 하나인 탈모 치료비 건강보험 포함 공약을 유튜브 쇼츠 콘텐츠로 발표했다. ⓒ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갈무리

청소년 정당인들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단문정치’나 ‘쇼츠 콘텐츠’로 표현한 공약 발표 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허율 더불어민주당 당원과 김소혁 국민의힘 당원은 내용에 문제가 있었지만, 전달하는 방법은 좋았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가부폐지’ 공약은 젠더 갈등을 일으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탈모 공약은 현실성이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짧고 재미있는 공약 설명에는 성공했다고 두 사람은 생각한다. 허 씨는 “쇼츠 콘텐츠로 공약을 표현하면, 그 내용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어렵고 딱딱한 설명을 피해 짧고 인상적으로 공약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고 직관적인 디지털 문화에 친숙한 청소년 당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선거 운동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유권자가 질문을 댓글로 달면 인공지능이 공약을 설명해주는 ‘위키윤’ 사이트를 운영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인공지능 대변인 '에이디'(AIDY)를 1호 영입 인재로 삼았다. 이런 캠페인에 대해 이정찬 정의당 당원은 “인공지능이 공약을 직접 설명하니까 시민들이 어려운 공약을 더 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며 공약을 유권자에게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향 없이, 편 가르기 없이

대선 결과, 역대 최소 표차인 24만 표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표심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갈라졌다. 세 사람 모두 앞으로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찬 정의당 당원은 농담을 섞어 제안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2년 6개월 하고, 그다음에 이 후보가 2년 6개월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이정찬 정의당 당원이 지난 2월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학원가에서 ‘청소년의 대중교통 무상 이용’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정찬

이정찬 정의당 당원은 이번 선거 결과를 ‘과대 대표된 강성 지지층과 대선 후보들의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온라인에 있는 소수의 강성 지지자들이 대선 후보들의 네거티브 전략을 부추겼고, 후보들은 이들의 생각이 민심이라고 착각해 네거티브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후보들이) 현장에 가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민심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전체 민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혁 국민의힘 당원은 윤석열 정부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0.7% 차이는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새 정부도 강한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김 씨는 전망했다. 허율 더불어민주당 당원은 “반대 의견을 잘 듣고 이를 반영하면 그래도 반대파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새 정부가 협치를 통해 반대파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할 권리가 없다. 선거 운동도 못 한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있다. 자신만의 가치가 있고, 반대편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며, 중요한 공약을 감각적이고 친근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등장하기를 이들은 소망한다. 


편집: 유제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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