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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바라보는 시민과 기자의 간극
[단비현장] 저널리즘 위기에 관한 시민·기자 토론회
2021년 11월 02일 (화) 22:04:19 이강원 기자 kkkkkk2007@naver.com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째 경제협력기구(OECD) 4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통계는 시민은 기자를 불신하고, 기자는 시민들의 불신에 억울해하는 세태를 보여준다.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과 기자의 간극을 좁힐 방법이 있을까? 이 질문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달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1 저널리즘 주간’의 행사 가운데 하나로 ‘저널리즘 위기 탈출, 시민과 기자의 동상이몽’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서울시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 10월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저널리즘 위기 탈출, 시민과 기자의 동상이몽’ 토론회에 기자와 독자가 마주 앉아 언론 불신의 이면을 논의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시민 토론자 3명과 기자 토론자 3명이 마주 앉았다. 김기화 <KBS> 기자, 박민지 <국민일보> 기자, 송승환 <중앙일보> 기자가 기자 토론자로 참석했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맹준혁 씨, 최은옥 고양 대화중학교 교사, 황현정 언론인권센터 미디어이용자권익본부 실행위원이 시민 토론자로 참여했다.

선정적인 제목과 흥미로운 제목의 경계

시민 토론자들은 자극적인 기사, 선정적인 내용, 믿을 수 없는 정보 출처, 갈등을 극대화하는 기사를 쓰는 언론을 나쁜 언론으로 규정했다. 맹준혁 씨는 선정적인 기사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코바치·로젠스틸 지음)의 10가지 원칙 중 ‘진실에 대한 의무’와 ‘시민에 대한 충성’ 조항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최은옥 교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10가지 윤리강령 중 ‘정당한 정보 수집’과 ‘갈등 및 차별 조장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언론 보도가 많다고 말했다.

   
▲ 언론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최은옥 교사(왼쪽)와 발언을 듣고 있는 박민지 <국민일보> 기자(오른쪽). ⓒ 한국언론진흥재단

문제가 됐던 보도 사례도 등장했다. 최 교사는 두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7월에 <뉴시스>가 보도한 '핫팬츠 女승객 쓰러졌는데 남성들 외면. 3호선서 생긴 일 '시끌''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지하철에서 여성 승객이 쓰러졌는데, 주변 남성들이 성추행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하여 돕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MBC>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례를 통해 최 교사는 언론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선정적인 보도를 통해 갈등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동아일보>가 보도한 ‘오징어게임 사이렌 들리더니 화살 쏟아져…노르웨이서 5명 사망’ 기사는 노르웨이에서 한 남성이 화살을 난사해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제목에 넣었다고 최 교사는 지적했다.

황현정 위원은 ‘남편 일본도에 숨진 아내의 마지막 말 “우리 애들 어떡해”’라는 기사를 사례로 제시했다. 남편이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사건을 다룬 이 기사는 비슷한 제목으로 여러 언론사가 보도했다. 기사의 출처인 소셜미디어(SNS)의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고, 사건 경위와 관련 없는 ‘일본도’라는 단어를 제목에 부각한 선정적 기사라고 황 위원은 지적했다.

기자들은 시민 토론자들이 제시한 사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선정적인 보도가 곧 나쁜 보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도 시민들에게 중요한 사안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을 기자의 의무라고 제시했는데, 사실에 기반한다면, 자극적인 단어도 제목에 쓸 수 있다고 송승환 기자는 주장했다.

언론의 역할과 책임

맹준혁 씨는 <중앙일보>의 ‘나는 저격한다’ 코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저격은 소셜미디어나 유튜브에서도 지양해야 할 문법”이라고 맹 씨는 주장했다. 비판이나 비평이 아니라 명예훼손에 이를 수 있고, 저격하는 대상이 추상적일 때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을 비판한 맹준혁 씨(왼쪽)와 맹 씨의 지적에 반론하는 김기화 KBS 기자(오른쪽). ⓒ 한국언론진흥재단

반면 기자 토론자들은 신선한 시도라고 입을 모았다. 송승환 기자는 2030세대에게 발언권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공론장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화 기자와 박민지 기자도 유튜브를 시청하는 세대에게 가닿을 수 있는 신선한 콘텐츠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 기자는 필진의 글에 편차가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맹 씨는 한국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 문제도 지적했다. 따옴표 저널리즘은 검증되지 않은 취재원의 발언을 그대로 기사에 옮겨놓는 것을 말한다. 맹 씨는 “프레임이 있는 기사인데도 따옴표를 통해 프레임을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따옴표를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기자 토론자들의 입장이었다. 김기화 기자는 “기자는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특정인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객관성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도 공인의 발언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기자는 사회적 흉악범 같은 가해자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무분별한 비난 문제

기자들은 시민들이 무분별한 비난을 할 때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민지 <국민일보> 기자는 백신 효용성을 보도하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한다는 판단으로 내놓은 일련의 보도에 관해 정권 편향적 보도라고 일부 시민들이 비난했던 사례를 이야기했다.

김기화 기자는 고급 외제 승용차에서 불이 났을 때 그 원인을 추적해 해외 제조사의 문제를 드러내는 내용을 보도했더니 ‘국내 자동차 업계로부터 돈을 받았냐’고 비난받은 일을 이야기했다.

송승환 기자는 정파적인 소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 기자는 <중앙일보>와 <JTBC>에서 삼성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 <JTBC>에 있을 때는 비난이 없었지만 <중앙일보>에서 보도했을 때는 이를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다. 시민들이 매체의 성향을 단정해 비난한 것이다.

   
▲ 시민들의 정파성을 지적한 송승환 <중앙일보> 기자(오른쪽)와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한 황현정 미디어이용자권익본부 실행위원(왼쪽).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에 황현정 위원은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문제를 지적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교육이 없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편향성도 강화됐다고 황 위원은 지적했다.

포털의 지배구조

토론은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기자 토론자들은 언론 환경과 현실적 여건의 문제를 지적했다. 언론사들은 포털에 종속된 상황이다. 네이버는 기사 전재료를 폐지하고 각 언론사의 조회수 등에 따라 광고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 수익 배분 기준은 조회수, 재방문자수, 소비기사수, 누적구독자수, 순증구독자수 등이다. 조회수가 높아야 수익이 높아지므로 선정적인 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시민 토론자들은 언론이 수익 추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지점이 있지만, 계속 선정적인 보도를 한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은옥 교사는 언론이 선정적인 기사로 당장 관심을 끌어올 수는 있지만, 동시에 언론을 불신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시민과 언론의 협력을 통한 위기극복

   
▲ 시민 방청객에게 질문하고 있는 심석태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오른쪽). 이날 시민 방청객들은 화상을 통해 토론회를 참관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논의도 있었다. 김기화 기자는 언론사들이 각자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KBS> 유튜브 콘텐츠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진행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댓글을 기자들이 직접 읽고 대답해주는 콘텐츠이다. 김 기자는 “시민들이 기자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무분별한 비난이 아닌 합리적인 비판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김 기자의 생각이다.

송승환 기자는 언론이 브랜드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시민들이 돈을 지불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콘텐츠가 언론 기사이다. 윤리적이면서 고품질인 기사를 생산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송 기자의 주장이다.

언론에 관한 정확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점에 관해서는 시민과 기자의 생각이 같았다. 김기화 기자는 “잘하는 언론이 있고, 못하는 언론이 있다. 집단을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맹준혁 씨도 “‘기레기’라는 말이 기자와 언론에 대한 효과적인 비판이 아닐 수 있다”라며 김 기자의 말에 동의했다.

시민 토론자들은 시민의 책임도 강조했다. 황현정 위원은 “시민 스스로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고 사실 검증을 하자”라고 제안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통해 지금보다 더 정확한 비판을 하자는 것이다. 황 위원의 제안에는 언론과 시민은 운명 공동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언론이 건실할 때 시민들의 삶이 건강할 수 있고, 시민들의 지지와 비판이 있을 때 언론이 건실할 수 있다.


편집: 이현이 기자

[이강원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소셜전략팀 이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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