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세명대 국제교육원 한국어말하기 대회

▲ 10월 8일 세명대 국제교육원이 개최한 한국어말하기 대회가 대학 학술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 이강원

8일 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대학교 학술관 103호에서 제4회 한국어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중국에서 온 신과 씨가 무대에 서서 ‘나의 꿈’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었다. 국제교육원에 다니고 있는 그는 중국어 성조가 묻어나는 한국말로 “그림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17명의 세명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이들은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에서 왔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한 자리씩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제4회 한국어말하기 대회는 한글날 575돌을 맞이해 세명대학교 국제교육원이 개최했다. 국제교육원은 2018년부터 매년 학부생과 어학연수생 등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말하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총 14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무대 위에서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출신 국가별로 보면, 중국 9명, 베트남 3명, 말레이시아 1명, 방글라데시 1명 등이었다. 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 ‘나에게 세명대학교란’ ‘나의 꿈’ ‘코로나19’ 중 하나를 선택해 각자 3분씩 발표했다.

▲ 학부생 대상 수상자 르우트리에우 씨의 발표 모습. 그는 마스크를 잘 써야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강원

미디어 문화학을 배우고 있는 베트남 출신 르우트리에우 씨는 코로나19’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마스크를 수호천사에 비유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코로나19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마스크 때문에 피부 문제가 생겼다.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강의실에 있지 못하는 상황이 더 불편했다. “여러분들도 힘들다고 (마스크 쓰는 것을) 멈추지 말고, 저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르우트리에우 씨는 말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말했지만, 발표 내용에는 코로나19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나에게 세명대학교란’을 주제로 발표를 한 호티오안 씨는 세명대 홍보영상 속 크고 아름다운 세명대 캠퍼스가 좋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세명대는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운영했다. “합격 통지서를 받은 날은 행복한 날이었습니다”라고 호티오안 씨가 말했다. 그러나 입학 후 코로나19가 터졌다. 세명대 캠퍼스는 여전히 크고 아름다웠지만, 캠퍼스에 학생들이 사라져 서운했다고 그는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호티오안 씨는 세명대학교에서 글로벌경영학을 배우고 있다.

한국에 와서 꿈을 발견한 이들도 있었다. 국제교육원에 다니고 있는 중국인 원대력 씨는 “최근에 저는 한 줄기 빛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그의 한 줄기 빛은 선생님이라는 목표였다. 그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교육원 선생님들을 보고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모든 학우의 꿈들이 이뤄지길 바랍니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경청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 ⓒ 이강원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는 발표도 있었다. 국제교육원에 다니는 중국인 강진호준 씨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치킨이었다. 한국에 와서 기숙사 룸메이트와 먹으려고 치킨을 시켰다. ‘푸라닭’이라는 프랜차이즈 치킨이었다. 룸메이트는 비싼 옷을 샀다고 강진호준씨를 놀렸다.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와 이름이 비슷한 것을 두고 장난을 친 것이다.

김창한 국제교육원 원장이 심사를 주관했다. 한국어를 강의하는 금순미 선생님과 한봉원 선생님도 심사를 맡았다. 표현력, 발음, 발표 태도, 청중의 반응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학부생과 어학연수생 두 부문을 나눠서 평가했다. 부문당 대상 1명, 최우수상 1명, 우수상 1명, 장려상 4명을 시상했다.

▲ “눈물 젖은 초코파이 드셔 보셨습니까?” 2013년에 KBS에서 방영한 한국어·영어 웅변대회. 주한미군 소속 병사가 한국어 실력을 뽐내고 있다. ⓒ 이강원
▲ 영상을 보면서 눈웃음을 짓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 이강원

심사는 15분 정도 걸렸다. 그 사이 방송국에서 방영된 우리말 말하기 프로그램을 상영했다. 세명대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 실력을 뽐내는 외국인들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학부생 부문 대상은 르우트리에우 씨가 수상했다. 어학연수생 부문 대상은 베트남에서 온 응우엔티탄흐엉 씨에게 돌아갔다.

▲ 한국어말하기 대회 참가자들. ⓒ 세명대학교 국제교육원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르우트리에우 씨는 “유학 기간 중 저에게 특별한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말을 할 때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었다. 베트남어와 한국어의 차이도 컸다. 베트남어에는 6성조가 있다. 한국어는 성조가 적다. 문장 구성 요소의 위치도 다르다. 한국어로 말할 때 베트남어로 쓴 문장 구조를 다르게 바꿔야 했다. 베트남어는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없다. 한국어를 발음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르우트리에우 씨는 한국어는 자신에게 제2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를 익히며 지식을 넓힐 수 있었고,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날은 한국인과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날”이라며 그는 한국말글의 생일도 축하해주었다.


편집 : 나종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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