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은 왜 고향에서 시를 썼을까?영랑은 전남 강진 시골에서 태어나 1915년 강진공립보통학교 졸업 후 상경해 서울 휘문의숙(지금의 휘문고)을 졸업한 똑똑이였다. 하지만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강진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살이를 했다. 출소하고 나서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고향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그는 자기가 거처하던 영랑생가 사랑채에서 시 87편을 지었다. 그는 그의 시 속에는 남도의 방언이 살아있다. 그중 ‘오매 단풍들겄네’를 읊어보면 서정적이면서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심취하게
빼앗긴 땅이 돌아왔다. 누구나 마음대로 누리는 공원으로.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부산‘시민’공원일까? 부산광역시 진구 부전동(옛 범전리) 일대는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병합한 1910년 일본 수중에 들어갔다가, 광복 후에는 미군 부대에 수용됐다. 뺏긴 땅은 100년만인 2010년 1월 시민들의 노력으로 되찾았고, 2014년 5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시민’ 두 글자를 이름에 새겨 넣은 것은 다시는 이 땅을 남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부산 지하철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똥’이라는 글자를 들여다본다. 한 음절 안에 똥이 만들어지고 배설되는 과정이 담겨있다. 치경 파열음 ‘ㄸ’과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발음하는 ‘ㅗ’. 연구개에서 공기의 흐름을 차단해 만드는 받침 ‘ㅇ’까지. 입의 가장 앞부분에서 이(齒) 사이를 경쾌하게 때리고, 동그란 동굴 속에서 잠시 머물다가, 가장 여린 부분에서 파열하는 모습이 꼭 똥이 생겨나고 배출되는 것만 같다. 스스로를 ‘기똥차게’ 나타내는 똥은 그야말로 똥 취급을 받는다. 똥차, 똥개, 똥물, 똥걸레…. 똥이 접두사로 붙으면 그 단어는 놀림말이 되거나, 낮잡아 이르거나,
농사지어 10남매를 길러낸 할머니는 내게 시골에 내려와 농사짓고 살라 했다. 요즘 청년들은 취업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직후였다. ‘밥을 굶진 않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아무리 취업이 어렵대도 시골에 내려와 산다는 건 달갑지 않았다.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거의 절반에 이르고 농가소득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가의 미래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농’(農)의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국가에서 발생한 식료품 사재기 현상을 봤기 때문이다. 서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9인 이하 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ㄱ요양원에 사는 김광수(가명·81) 씨는 작년 7월 30일 아픈 곳도 없는데 ‘병원에 입원하라’는 요양원장의 지시에 따라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병원에 들어가서도 특별한 처치나 치료도 없이 병실에서 열흘을 지내고 퇴원해서 요양원으로 돌아왔다. 요양원으로 돌아와서 보니 못 보던 노인이 새로 들어와 있어 간호조무사에게 물었더니 자신이 입원하면서 생긴 빈자리에 들어온 특례입원자라고 했다. 노인복지법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제46조는 ‘수급자(요양원 입
“한국의 농촌이나 농업 또는 농민이 당면한 위기들, 즉 농의 위기는 먹거리 위기와 연결돼 있고 그 위기의 연결고리가 대안의 연결 고리라고 생각해요.“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농의 위기는 먹거리의 위기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라고 지적하며 ‘한국의 먹거리 위기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농업농촌문제세미나 두 번째 특강을 진행했다. 설탕 소비 증가···가공식품 중심으로 변한 우리 식탁 시대가 흐르면서 한국인의 식품 소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목할 것은 설탕 소비 증가이다. 1965년에는 1인당 평균 1.3kg의 설탕을 소비했지
“우리나라 대학들은 지금까지 수요자인 학생이 교육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우며 높은 등록금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하며 강의의 질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당연히 대학이 학생들에게 보상을 해야 합니다.”지난 5월부터 대학등록금 반환운동을 펼쳐온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의 권연수(24·이화여대) 활동가는 6월 10일 <단비뉴스> 이메일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로 부실해진 대학교육은 ‘부당이득’ ‘불완전이행’ ‘학습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등록금 일
"도시 중심, 산업 중심의 발전전략이 유일한 길인 것처럼 온 국민이 일종의 발전 드라이브와 기획에 아무 생각 없이 동참했고 때로는 강요당했고 설득당하면서 달려온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발전, 지속가능성 그리고 개인·조직 차원의 행복 등에 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죠."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농업구조 변화와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농업·농촌·농민의 지속가능성이 한국사회 지속가능성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1592년 5월 23일, 해 질 무렵, 부산 황령산 봉수대 봉수군 배돌이는 다급하게 산꼭대기로 뛰어 올라갔다. 바다를 내려다보니 적선들이 부산포를 향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끄는 왜군 1만8700명이 배 7백 척에 나눠 타고 부산포로 쳐들어온 것, 즉 7년을 끈 임진왜란의 시작이었다. 임진왜란 첫 보고 올린 황령산 봉수대봉수군 배돌이는 바로 봉수대로 올라가 다섯 연대(煙臺) 중 네 곳에 불을 지펴 연기를 피웠다. 적이 침입하면 네 개의 연기나 횃불을 올리게 돼
국도변에 찰옥수수를 파는 노점상들이 등장한 걸 보면 할머니와 함께 쌓은 추억이 떠오른다. 평생을 충청도에서 산 할머니는 옥수수를 ‘옥수꾸’라 불렀다. 평생 옥수꾸 농사를 지어 아들 다섯을 다 키워냈다는 게 할머니의 자부심이었다. 시골 집에 손주들이 모이면 삶은 옥수꾸를 한 쟁반 쌓아놓고 수십번도 넘게 한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처음처럼 하곤 했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지겹도록 먹은 옥수꾸가 물리지도 않는지, 아버지와 삼촌들은 어릴 적 먹을 때보다는 맛이 덜하다고 투덜대면서도 알알이 꽉 찬 하모니카를 불었다.한여름 더위를 고소하게
오늘날 사람들은 서울의 지리를 대개 한강을 경계 삼아 강북과 강남으로 구분한다. ‘강남불패’의 부동산 신화가 지역 구분에도 기여한 듯하다. 서울은 본래 내사산에 둘러싸인 분지에 가까웠다. 김정호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선전도>를 보면, 한양 도성을 중앙에 두고 사방에 내사산인 북악산∙타락산∙목멱산(남산)∙인왕산을 두르고 있다.태조 이성계가 개성에서 ‘조선 왕조’를 개창한 뒤 계룡산과 무악을 거쳐 마침내 도읍지로 결정한 곳이 한양이다. 왕권의 기틀을 닦고자 태조는 곧장 축성에 나섰다. 태조 5년인 1396년, 1~2월 두 달 동안
우리나라 동(洞) 이름에는 교동(校洞)이 유독 많다. 강릉 경주 공주 김제 김천 나주 대구 밀양 삼척 속초 양산 여주 제천 춘천 등 유서 깊은 동네에는 대개 교동이 있다. 교동은 향교(鄕校)가 있는 동네라는 뜻인데, ‘향교마을’ ‘교촌’(校村) ‘교리’(校里)’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향교가 있던 마을에 붙여진 또 하나 이름은 ‘명륜동(明倫洞)’이다. 교동만큼 많지 않지만 명륜동이 있는 곳도 서울 부산 안성 안동 원주 목포 등 6곳이나 된다. 명륜동은 ‘명륜당(明倫堂)’에서 따온 이름이다. 국가가 유교 교육을 위해 서울에 성균관, 지
지난해 여름, 엄마가 아팠다. 내가 엄마를 아프게 한 거 같아 죄책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일 엄마 곁에서 간호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내 일상은 무너져갔지만 내 삶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몇 달이 지나고 엄마의 병환이 회복되면서 차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온전히 일상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아프기 전후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 명예와 돈 등 사회적 성공보다 행복과 건강, 일상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정의, 자유 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말을 자주 입에 담던 예전과 다르게 구체적인 언어로 내 생각과 삶을 표현하
“한국 교육은 다중적 독점체제입니다. 대학, 공간, 시험, 계급, 직업 등 다섯 가지 분야에서 독점이 일어나고 지나친 병목 현상이 생깁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학생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교육 지옥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대학통합네트워크는 대학을 매개로 지위권력과 공간권력을 민주화시키는 중요한 정책입니다. 이를 통해 교육이 민주적 다원체제로 가면서 독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대학통합네크워크는 학벌체제 타파, 지역 균형발전, 대학 공공성 회복에 크게 기여할 정
충북 제천시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지속적 인구감소로 소멸위험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적극적인 인구증가 대책 없이 그대로 두면 30년쯤 뒤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지난 6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19와 지역의 기회’란 연구보고서에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작년 5월 기준으로 93개(40.8%)였던 것이 1년만에 제천시 등 12곳이 추가돼 모두 105곳(46.7%)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65세 이상 인구 대비 가임여성 비율 0.457‘소멸위험지역’은 한 지역의
4차 산업혁명은 편향적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가공 능력 등 새로운 직무를 요구하는데, 이 기술 습득과 적응에 성공한 숙련노동자에게만 과실이 비대칭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개발자는 15명, 페이스북 창업자는 5명이었다. 전성기 때 15만 명 노동자가 있던 필름 제조사 코닥은 파산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규모가 이점을 차지하기보다는 디지털기술 활용과 적응에 성공한 소수 숙련노동자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저서 <제2의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