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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으로 엮인 사회
[농촌불패] 순환하는 공동체
2020년 09월 03일 (목) 11:54:43 신지인 기자 jeein@naver.com
   
▲ 신지인 기자

‘똥’이라는 글자를 들여다본다. 한 음절 안에 똥이 만들어지고 배설되는 과정이 담겨있다. 치경 파열음 ‘ㄸ’과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발음하는 ‘ㅗ’. 연구개에서 공기의 흐름을 차단해 만드는 받침 ‘ㅇ’까지. 입의 가장 앞부분에서 이(齒) 사이를 경쾌하게 때리고, 동그란 동굴 속에서 잠시 머물다가, 가장 여린 부분에서 파열하는 모습이 꼭 똥이 생겨나고 배출되는 것만 같다. 

스스로를 ‘기똥차게’ 나타내는 똥은 그야말로 똥 취급을 받는다. 똥차, 똥개, 똥물, 똥걸레…. 똥이 접두사로 붙으면 그 단어는 놀림말이 되거나, 낮잡아 이르거나, 속된 표현이 된다. TV방송에서도 똥이라는 단어는 모자이크 처리되거나 심지어 ‘X’자로 바꿔치기 당한다. 그나마 점잖은 표현인 ‘대변’도 마찬가지다. 내 고향에는 1963년 개교한 대변초등학교가 있었다. 대변(大便)과는 상관없는 대변리(大邊里)라는 지명을 따른 건데 학생들이 놀림을 받는다는 이유로 3년 전 교명을 바꿨다. 똥에는 더럽고 숨겨야 한다는 생각이 덧씌워진다. 

똥이라고 처음부터 하대받은 건 아니다. 농을 업으로 삼은 조상들은 똥을 재활용하며 살아가는 순환의 시대를 살았다. 사람 똥은 작물 성장을 촉진하는 ‘비료’로, 가축 똥은 썩히는 과정을 거쳐 ‘퇴비’로 만들어진다. 똥은 귀한 거름 재료다. 톱밥과 똥을 켜켜이 쌓아 두면 발효열이 오르면서 산소를 공급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름은 땅에 뿌려져 작물로, 동물로, 다시 사람으로 순환한다. 온 세상이 똥 순환 공동체로 엮이는 것이다. 

   
▲ 조상들은 똥을 재활용하며 순환의 시대를 살았다. 지금은 똥이 순환하지 못해 버려지고 불결한 것이 되었다. © Pixabay

지금은 똥이 순환하지 못해 버려지고 불결한 것이 되었다. 1970년대 국가 주도로 다수확 품종을 장려하면서 농경지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대량 살포됐다. 순환의 논리는 직선으로 바뀌었다. 순환하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던 똥은 직선 위 막다른 길에 막혀 폐기물로 취급된다. 똥은 변기를 타고 내려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과정을 거쳐 바다에 버려진다. 생명을 다루는 농업이 화학비료와 농약에 기반한 공장식 산업으로 바뀌면서 똥에 관한 생각도 변해버린 것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남용으로 땅과 사람이 죽는다. 우리나라는 농경지 비율로 보면 화학비료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나라다. 2018년 기준 화학비료 총사용량은 44만6천톤으로 OECD 국가 중 화학비료 사용량 1위다. 과도하게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뿌리가 비료를 다 흡수하지 못한다. 토양 속에 남은 ‘비독층’이 형성돼 결국 식물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화학적으로 고농축된 질소비료는 ‘블루 베이비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증후군은 화학비료가 흡수된 채소의 이유식을 먹은 신생아가 몸이 파랗게 변하면서 사망하는 질병을 말한다. 

“내가 영수의 똥을 먹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나는 사람의 몸속이 어떤 냄새와 어떤 느낌으로 가득 차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 따스함과 축축함과 부드러움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서 한바탕 놀다 온 것처럼 사람을 훤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소설가 김훈은 <개>에서 주인집 손자아기의 똥을 핥아먹는 개를 1인칭 시점으로 서술했다. 소설 속 개는 영수의 똥으로 사람을 훤히 들여다봤다. 이렇게 똥을 직접 맛(?)보는 방법까진 아니어도 좋다. 사람과 땅과 작물, 동물이 자연스럽게 똥으로 엮이는 공동체로 살아가야 한다. 땅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해진다. 땅이 건강하려면 똥이 순환해야 한다. 똥이 생명과 생명을 잇는다.


[지역∙농업이슈]와 [농촌불패]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의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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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210.XXX.XXX.46)
2020-09-06 19:15:59
기사 잘 읽었습니다:) 세상이 순환하는 과정을 '똥'으로 풀어낸 점이 신선했어요. 글자 형성부터 사람들이 똥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과거와 현재를 대비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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