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몸'은 한 사회의 가치체계를 반영하는 척도이다. 한 국가의 구성원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 신체 자유를 구속당하는가? 그 사회의 시민은 생존권, 표현의 자유, 주거권, 이동권 등 육체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는가? 몸의 자유를 구속할 권리는 오직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국가권력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이 질문들에 답하려면 우리는 한 사회 구성원의 몸에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몸의 자유'는 처음에는 노골적으로 파괴당했다. 고대∙중세시절 권력에 저항한 자들은 공개처형, 신체절단, 유배 등의 처벌을 받았다.
“아이고, 오래 기다렸죠. 여기가 제 작업실이에요. 제자가 운영하는 카페 2층을 빌려 쓰는 거죠.”서울 종로구 안국역 근처의 조그마한 공정무역 커피가게에서 서해성(55) 작가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카페 2층이 통째 그의 작업공간이었다. 기자가 처음 찾아갔던 지난 5월 15일 오후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이 꽃과 선물을 챙겨왔고, 그가 관여하는 평화박물관의 직원들이 문서 작업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5평(약 15㎡) 남짓한 베란다에는 진돗개 세 마리가 옹기종기 웅크리고 있었다. 2층 구석에 있는 8평(약 24㎡) 남짓
김준수(26·가명)씨는 대학을 자퇴했다.건축학을 전공했으나 적성과 맞지 않았다. 기술을 배워 빨리 취직하고 싶었다. 대학교는 2학년 1학기까지만 다녔다. 그는 배를 만드는 용접공이 됐다. 한 대기업 조선소의 기술교육원에 지원했다. 이 조선소에선 용접과 선체 조립 등의 기술을 최장 2개월까지 가르쳤다. 기술교육원 홈페이지는 교육 성적 우수자에게 ‘생산직 직영 선발’이나 ‘협력사 취업 알선’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공지했다. 교육비용 및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교육수당(월 20만원)을 지급한다고도 했다.‘생산직 직영 선발’ 꿈꾸며 지원
2012년 학부 시절에 철학수업 과제를 냈다가 B학점을 맞았다. ‘역사반성 않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한다’는 제목의 보고서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극우의 대표격인 아베 신조가 버젓이 총리로 선출됐고, 극우정치가들이 국내외 거센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본문에는 ‘야스쿠니신사가 대일본제국이라는 거세된 욕망을 보존하는 무의식적 장소’이며, ‘야스쿠니 참배가 계속되는 한 군국주의는 언제든 부활한다‘는 우려를 담았다. 교수는 “손꼽는 선진민주국가인 일본을 무시한 억측”이라며 B학점을 줬다. 하지만 일본은 패전 70주년
‘고졸’은 낙인이다.“점심시간이면 고졸과 대졸 출신들이 나뉘어서 따로 밥을 먹었어요. 구내식당에 대졸자들끼리만 몰려 앉는 구역이 있었거든요. 함께 앉아 어울리며 밥 먹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괜히 그쪽으로 갔다가 무슨 소리라도 들을까 눈치가 보여 저도 고졸 동기들하고만 밥을 먹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가시적 여성 차별의 장벽으로 치솟듯, 눈에 보이지 않게 둘러쳐진 ‘고졸 존(zone)’이 고졸 노동자들을 배제와 구별의 동심원 안에 가둔다.최윤수(21·가명)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마이스터고
성훈 나는 스스로를 ‘오프라인’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영국 축구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이 말했듯이 SNS를 인생의 낭비로 여겼다. SNS와 거리가 있는 만큼, 오프라인 인생에 충실하다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사실은 내가 시대에 뒤처지고 있었다. 그런 나 자신을 반성하려고 참가했다. 재희 인문교양특강 때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 랩장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고, 지난 학기 말에 로봇저널리즘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미디어 전문지 입사가 꿈이기도 하다. 미디어 컨퍼런스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참가를 결정했
“전 여기에 선동을 하러 왔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여러분은 날이 갈수록 체중과 덩치가 불어나는 홍기빈이를 먹여 살려야 합니다.” 홍 소장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면서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강의는 자연스레 그 변화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실현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홍기빈 소장이 이삼십대 청중에게 던진 농담은 일종의 경고다. 한국은 2014년 합계출산율이 1.19명으로 초저출산 국가다. 동시에 세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는 선박설계 당시의 내구연한(원래 상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 20년을 넘긴 21년짜리 배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 준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러나 수도권만 따져도 매일 약 7백만명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의 내구연한 규제가 이명박 정부 말기에 폐지돼, 세월호보다 훨씬 낡은 전동차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철도 내구연한은 당초 25년이었으나 단계적으로 30년(2000년), 40년(2009년)으로 늘어난 뒤 2012년 철도안전법
지난 3월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가 부기장의 ‘자살조종’으로 프랑스 알프스 산맥에 추락한 후 세계 항공업계는 ‘조종실 2인 상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장과 부기장 중 한 명이라도 조종실을 비울 때는 승무원이 대신 들어와 있도록 함으로써 조종사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매일 수백만 명을 수송하는 국내 지하철의 경우 오래 전부터 노조 등이 기관사의 정신적 압박과 과로, 승객 안전 등을 이유로 2인 승무제를 주장해왔지만 다수 구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은 일부 구간을
독일의 대표적 판화가인 케테 콜비츠(Käthe Kollwitz, 1867~1945) 작품 전시회가 지난 2월 3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서울 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콜비츠의 대표작 56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회는 소설가 서해성씨가 기획했고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와 일본 오키나와의 사키마미술관이 공동 주최했다. 콜비츠는 ‘계급을 배신한’ 예술가였다. 지금의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해당하는 동프로이센에서 유복한 중산층 가정의 딸로 태어났지만 노동자 등 어려운 사람들의 삶에 평생 주목했다. 목사였던 외할아버지와
제법 성공적으로 경영했다는 로마제국은 알고 보면 매우 불평등한 체제였다. 맨 하층계급인 노예부터 해방노예, 식민지시민, 로마시민, 군인, 귀족에 이르기까지 6단계로 신분이 구분됐다. 노예는 주인에게 생사여탈권이 있었고, 시민과 귀족은 관직 상한선이 다른데다 정복국가의 특권인 전리품 배분에서도 큰 차별이 있었다.하지만 계급간 신분이동만큼은 보장됐다. 노예도 주인에게 신뢰를 받으면 해방되고 재산이 일정 이상 쌓이면 시민으로 등록됐다. 시민들은 공을 쌓고 명망을 얻으면 시민대표인 ‘호민관’에 올라 귀족사회에 입문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화 <아바타> 감독 제임스 캐머런, 현대 판타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발전시킨 <반지의 제왕> 작가 존 로널드 톨킨, ‘인상 프로젝트’로 중국의 낙후된 지역문화를 되살린 영화감독 장예모. 이들은 지역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관념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냈다. 세계화 시대에 가장 한국적인 것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장예모 감독, 지역문화를 세계화하다특히 ‘인상 프로젝트‘는 무대 연출에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 전문 연기자가 아닌 현지 주민들이 배우로 등장해 지역 이야기로 공연을 한다. 3500석 규모 공연장에서 매일
우리나라 최초의 다문화 기술고등학교인 다솜학교에서 첫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아이들의 마음은 들떴지만 우리 사회의 눈길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희망과 우려가 엇갈리는 다솜학교 졸업식 현장을 찾아 갔습니다. ◆ VCR ◆ 박수소리가 졸업식장을 가득 메우고, 강당에는 웃음소리가 넘칩니다. 주인공들은 강단에 올라 섭니다.선생님은 졸업장을 건네고 제자를 안아줍니다. 학생들은 정들었던 학교생활을 마무리합니다.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도 이곳을 찾아, 졸업식을 축하합니다.◆ VCR ◆[이자스민/ 국회의원]“앞으로도 학교에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 나왔던 ‘통일대박론’이 올 연초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해양수산부는 북한과 서해 무인도를 공동개발하고, 수산과 양식업 분야의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남북철도와 도로의 연결을 위해 사전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통일부는 한반도종단철도를 가동하기 위해 서울과 신의주, 나진을 잇는 철도시범운행을 북측에 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럴 듯한 계획들이지만 사실은 ‘말의 성찬’일 뿐이다. 남북관계는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5년 째 제대로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리고 있는 ‘우당 이회영과 6형제' 전시회가 두 달 만에 누적 관객 7천명을 돌파했다. 주최측은 시민들 성원에 힘입어 2월 12일부터 매주 1회, 총 3회의 특별강연을 마련했다.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80) 전 국정원장과 이종걸 국회의원, 전시기획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소설가 서해성씨가 강연과 진행을 맡는다. 12일 오후 2시 덕수궁 강당에서 열린 1차 강연은 백발의 노인부터 20대 청년까지 70여 명 남녀노소로 붐볐다."저는 십여 년 전에 생일을 11월 17일로 바꿨습니다. 선물을 주고받는 생일이
지난 11월 서울시립미술관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회에 들른 적이 있다. 도대체 ‘귀신’과 ‘할머니’ 사이에 ‘간첩’이라니!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슨트는 세 단어가 한국 근현대사의 기억과 아픔을 표상한다고 말했다. 간첩은 일제와 냉전, 독재체제에서 첩자로 내몰린 희생자들, 귀신은 억울한 죽음, 할머니는 그 아픈 역사들을 간직한 채 세월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어르신을 상징한다.슬픈 역사와 귀신이라는 개념으로 조형·영상·그림 등 다양한 표현물이 전시됐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방방곡곡에서 벌어진 굿판의 속사연을 담은 벽화였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행복하다’라고 생각한다.”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는 갓 서른의 일본인 사회학자다. 그는 스물여섯이던 지난 2011년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펴내면서 ‘미래가 안 보이는 일본에서 청년들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청년들이 행복하다고? ‘잃어버린 20년’의 경기침체와 양극화, 실업,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 속에서? 그런데 한글번역판에 실린 2012년 일본 내각부 조사를 보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