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 탁월성 지수 개발을 위한 탐색적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탈고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되어 두루 공개됐다. 박재영 고려대 교수, 김창숙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원과 함께 조사하고 집필했다. 더 보완하여 일련의 연구논문으로 발표할 무렵에 상세 내용을 적기로 하고, 오늘은 그 일부만 소개한다.연구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좋은 기사를 평가하는 독자의 기준’이었다. 그 기준을 ‘규범의 필터 버블’ 바깥에서 찾고 싶었다. 기사의 공정성을 평가해달라고 독자에게 주문하고, 독자가 이를 낮게 평가하면
미국 플로리다 반도의 서부 멕시코만 연안에는 인구 320만 명의 항만 도시 탬파베이(Tampa Bay)가 있다. 2018년, 이 지역 유력 신문인 <탬파베이타임즈>의 기자는 힐스버거 카운티의 한 학교 물에서 역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 수도에선 기준치를 한참 초과한 납이 검출되었다. 근처엔 플로리다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이던 납 제련소 ‘고퍼 리소스’(Gopher Resource, 이하 고퍼)가 있었다. 기자는 시선을 학교에서 고퍼로 옮겼다. 고퍼는 폐배터리에서 납을 추출하고 재가공해 연간 수억 달러의
2021년 10월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불교환경연대 그린담마홀 강당에서 ‘축산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포럼은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40여 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주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농식품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위기 대처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논의했습니다.“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 20% 가까이 배출”포럼에서 ‘국제사회에서 축산업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먹거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 5월 26일 제 110회 이달의 영상기자상(2023년 3월~4월)의 ‘보도특집 다큐부문’으로 제주MBC에서 지난 3월 방영된 다큐멘터리 ‘4.3특집 남겨진 아이들’을 선정했다. 이 다큐는 제주 4.3 특별법 개정 후 학살당한 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재판정에 선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한국영상기자협회는 심사평으로 “(다큐는)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함을 알렸고, 잔잔한 영상과 인터뷰로 잘 구성하였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ChatGPT를 이용한 가상 이미지가 그 당시 역사적 고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1리의 한적한 논밭 가운데 현대식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을 잇는 통로 아래 출입구가 있다. 생태 통로를 닮은 그곳에 ‘환경부 멸종위기종복원센터’라고 적혀 있다.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하 복원센터)는 한반도의 멸종위기종을 지키고 되살리는 핵심 기관이다. 2018년 만들어졌지만, 그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단비뉴스>는 환경 보호의 최전선에 있는 복원센터를 널리 소개하고 싶었다. 복원센터의 여러 팀장 가운데 '멸종위기종 방사·이식 모니터링' 과제의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김남영(
지난 6일, 우리나라가 1,900개가 넘는 전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로부터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prize)을 받으며 ‘기후 악당’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기후행동네트워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지난달 3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기간 동안 기후 변화 대응의 진전을 막는 나라를 매일 3개씩 선정해 ‘오늘의 화석상’을 수여했습니다.‘오늘의 화석상’은 1999년부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릴 때마다 수여했는데, 우리나라가
눈발이 휘날리는 1979년 12월 12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은 고작 100명 남짓한 병력을 이끌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으로 향한다. 경복궁에는 자신의 예하 부대이자 수도 서울을 지키는 30단이 있다. 이태신이 그곳을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반란을 위해 30단에 모인 전두광(황정민)과 그 일당을 잡고 쿠데타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숨에 그들을 제압하고 싶지만, 상황은 그를 외면한다. 모든 정보를 장악한 전두광에 의해 이미 군은 반란군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으로 빼곡한 길 반대편에서 전두광은
지난 10월 8일 한국 축구 케이(K)리그 에프시(FC)서울과 전북 현대의 대결이 치러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오후 5시쯤 경기가 끝나자, 밖으로 나가려는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려 22개의 출입구가 모두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장 정문 계단으로 이어지는 3층 서쪽 6~8번 출입구는 특히 사람이 많이 몰렸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음식물 쓰레기 등이 담긴 비닐봉지와 빈 음료 페트병 등을 들고나왔다. 곳곳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이미 하프타임(전반 경기 후 쉬는 시간) 때 버려진 쓰레기로 꽉 차 있었다. 청바지 차림의 한 중년 여
지난달 9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최로 2023 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7년부터 언론계 주요 이슈를 다루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해왔다. 특히 올해는 찰리 베켓(Charlie Beckett)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어니스트 쿵(Ernest Kung) AI 프로덕트 매니저, 엘리스 사무엘스(Elyse Samuels) <워싱턴포스트> 비주얼포렌식팀 선임 프로듀서 등 세계적 명성을 갖춘 해외 언론
스무디 7화는 지난달 16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열린 ‘청년 세대가 이끄는 뉴미디어 실험’을 주제로 한 저널리즘 특강 내용을 담았습니다. 강연자 김소연 뉴닉 대표는 MZ세대를 위한 시사 뉴스레터 서비스 사업을 하며 정리한 뉴스 큐레이션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뉴스 큐레이션에서 아직 AI 기술이 실현할 수 없는 영역 세 가지도 소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은 봄학기 인문사회교양특강과 가을학기 저널리즘 특강을 개설하고 ‘지식 나눔’의 의미로 이를 교내외에 개방합니다. 외부
2021년 11월 12일 아침 7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당역 1번 출구 옆 공영주차장.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한 거리에 회색 후드티셔츠와 검은 패딩, 노란색 바람막이 등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손팻말이나 깃대, 깃발 등을 들고 있어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습니다.이들은 ‘탄소중립위원회 해체 및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 ‘발전노조 발전비정규직대표자회’가 함께 준비한 ‘기후정의버스가 간다’ 행사에 참여한
[앵커]건강 챙긴다는 사람들 사이에 맨발 걷기가 요즘 유행이죠.날씨가 추워지자 맨발 걷기용 양말까지 등장하는 등 유행은 여전히 뜨겁습니다.이제는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새로운 코스를 조성하거나 아예 대회까지 열고 있습니다.전나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기자]포털사이트 쇼핑 검색창에 ‘맨발 걷기 양말’을 치니 9000개가 넘는 구매 링크가 뜹니다.혈액순환이 잘 되고 자세가 개선되는 등 건강에 좋다는 ‘어싱’, 맨발 걷기의 인기가 겨울이 왔는데도 계속되고 있습니다.[스탠딩]오늘 이곳 기온은 영하 9도, 체감기온은 영하 7도입니다.
어느 시인의 문장 그대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깃발처럼 그것은 펄럭였다. 출입처와 신문사를 오가는 우물 안에서 왜 이러고 사는지 헷갈렸던 기자는 어쩌다 살펴본 미국 퓰리처상 홈페이지에서 깃발을 보았다. 맑고 곧은 저널리즘의 푯대 끝에 백로처럼 날개 펼친 깃발들이 손짓했다. 이리 와, 이 깃발을 따라 기사 써, 아우성쳤다.예컨대 ‘공공 봉사’(public service)의 깃발은 오직 공익을 높이는 게 기자의 최고 지향이라며 높은 곳에서 펄럭였다. ‘수사 보도’(investigative report)의 깃발은 검·경의 발표를 받아
머지않아 상상력만 있으면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2018년 설립된 미국의 인공지능 기업 런웨이(Runway)는 지난 6월 인공지능 프로그램 ‘젠투’(Gen-2)를 출시했습니다. 글을 영상으로 전환하는 일명 ‘텍스트-투-비디오(text to video)’ 인공지능인 젠투는 사실성이나 조작성 면에서 그와 비슷한 여타 인공지능들을 훌쩍 앞섭니다.젠투는 자연과 사람은 물론 외계행성이나 추상적인 이미지까지, 상상한 거의 모든 것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젠투는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
이 이야기는 임진왜란의 3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에서부터 시작된다. 권율 장군이 이끄는 군대와 백성들이 힘을 합해 일본군을 무찔렀다던, 바로 그 전투다.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행주대첩에서 큰 활약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날랐다던 여인들 중 한 사람 ‘박개분’은 타고난 힘이 굉장해서 돌팔매질을 하는 족족 일본군을 쓰러트렸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2023년, 서울 곳곳에는 모계 유전으로 내려온 박개분의 괴력을 이어받은 여인들이 동네를 지키고 있다. 도봉구에는 도봉순 씨가, 강남구에는 강남순 씨가 살고 있다.jt
“뉴스로부터 멀어지고, 취업이 힘들고, 개인의 삶에 갇혀서 소외감을 느끼고, 점심시간 때 대화하기 힘든 사람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게 뉴닉의 1차적인 목표입니다. 우리가 ‘이게 맞아, 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지난달 16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청년세대가 이끄는 뉴미디어 실험’을 주제로 강연한 김소연 뉴닉(NEWNEEK) 대표의 말이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초청으로 특강에 나선 김 대표는 뉴닉의 창업기와 뉴스 큐레이션(
충북 제천시 의림대로 제천역에서 북쪽으로 1.5km 가다 보면 중앙동행정복지센터와 제천시민회관이 나온다. 다시 500m쯤 올라가면 병의원이 몰려 있는 사거리가 보인다. 이 사거리 모퉁이에 붕어빵을 파는 트럭이 있다. 주황색 천막으로 덮인 하얀 트럭 짐칸에는 왼쪽부터 밤빵, 호두과자, 붕어빵 기계가 차례로 놓여 있다. '붕어빵 2개 1,000원, 호도과자 6개 1,000원, 밤빵 6개 1,000원'이라고 적힌 1.5m 길이의 현수막도 걸렸다.가게 주인 윤희정(61) 씨는 거의 매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이곳에서 바쁘게 손을 놀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