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김소연 뉴닉 대표

“뉴스로부터 멀어지고, 취업이 힘들고, 개인의 삶에 갇혀서 소외감을 느끼고, 점심시간 때 대화하기 힘든 사람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게 뉴닉의 1차적인 목표입니다. 우리가 ‘이게 맞아, 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16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청년세대가 이끄는 뉴미디어 실험’을 주제로 강연한 김소연 뉴닉(NEWNEEK) 대표의 말이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초청으로 특강에 나선 김 대표는 뉴닉의 창업기와 뉴스 큐레이션(선별제공) 전략 등에 관해 설명했다. 뉴닉은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는 구호를 내걸고 20~30대 청년층을 겨냥한 뉴스레터와 커뮤니티(공동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지난 9월 기준 뉴스레터 구독자가 65만 명,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내려받기가 20만 건으로 ‘100만 구독자 달성’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 재학 중이던 2018년 뉴닉을 창업한 뒤 2020년 포브스 아시아 선정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점심 대화’에 끼지 못했던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져

김소연 뉴닉 대표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강에서 ‘청년세대가 이끄는 뉴미디어 실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호원 PD
김소연 뉴닉 대표가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특강에서 ‘청년세대가 이끄는 뉴미디어 실험’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호원 PD

김 대표는 뉴닉의 창업 아이디어를 2017년 미국 수도 워싱턴 디시(D.C.)의 로버트 케네디 인권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 얻었다고 말했다. 점심때마다 동료들이 정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데, 시사 현안에 익숙하지 못했던 그는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고민을 털어놓자 직장 상사가 추천한 것이 미국 청년층을 겨냥한 뉴스레터 <더 스킴>(THE SKIM)이었다. 친구와 수다를 떨 듯 뉴스를 편하게 알려주는 이 레터의 덕을 본 뒤, ‘한국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귀국 후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그는 20대 300여 명을 대상으로 ‘왜 뉴스를 보지 않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시간이 없는데 뉴스는 너무 많다’ ‘막상 읽으려면 어렵고 지루하다’ ‘읽는 경험이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세 가지 문제로 압축됐다. 김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저는 ‘시간이 없으니까 알아야 하는 것만 골라주면 되고, 재미가 없으면 재미있게 써주면 되고. 불편하고 불쾌하면 편안하고 쾌적하게 제공하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했던 거죠.”

뉴닉의 누리집에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는 구호가 걸려 있다. 뉴닉의 대표 캐릭터인 고슴도치 ‘고슴이’는 구독자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다. 뉴닉 누리집 갈무리
뉴닉의 누리집에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는 구호가 걸려 있다. 뉴닉의 대표 캐릭터인 고슴도치 ‘고슴이’는 구독자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다. 뉴닉 누리집 갈무리

김 대표는 뉴닉이 지난 5년 동안 이용자를 중심에 두고 서비스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업을 “굴러가는 차에 바퀴를 하나씩 갈아 끼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첫 출시를 앞둔 2018년 9월 한 달 동안은 ‘매일 바퀴를 갈아 끼우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베타버전(출시 전 무료 배포되는 시험판)에 새로운 그래픽도 넣고, 하이퍼링크(클릭하면 지정된 문서로 이동하는 기능)도 넣어보며 독자의 반응을 살폈다. 그는 “피드백을 받으며 고슴이를 비롯한 디자인과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00명으로 시작한 베타버전 구독자는 한 달 뒤 1000명으로 늘었고, 본격 출시 1년 만에 12만 명을 넘어섰다.

뉴스 큐레이션 원칙은 ‘독자가 판단할 권리 존중하기’

김소연 대표의 강의를 경청하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과 청강생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로 연결한 외부 청중을 포함해 40여 명이 참여했다. 정호원 PD
김소연 대표의 강의를 경청하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과 청강생들. 이날 특강에는 줌 화상회의로 연결한 외부 청중을 포함해 40여 명이 참여했다. 정호원 PD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인류의 절반이 매일 뉴스에 넋이 나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언론을 통해 결코 접할 수 없는 헤드라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뉴스의 시대>에 등장하는 이 구절을 인용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뉴스까지 원하는 곳은 포털을 통해 어디든 갈 수 있는 정보의 홍수 시대이기 때문에 큐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닉은 국내 언론 등 다양한 매체와 소스(정보원)를 탐색해 뉴스를 선택한 뒤 읽기 쉬운 형식으로 정돈해 구독자에게 제공한다.

김 대표는 “뉴스 큐레이션의 시작점은 청중”이라고 말했다. 뉴닉이 추구하는 큐레이션 원칙은 ‘독자가 판단할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뉴닉은 ‘진심으로 전한다’ ‘재미있게 대화한다’ ‘말을 빙빙 돌리지 않는다’ ‘독자가 판단할 권리를 존중한다’ ‘누구도 상처 주지 않는다’는 다섯 가지 원칙을 지키며 뉴스레터를 만든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중 네 번째 원칙인 ‘독자가 판단할 권리를 주는 것’에 뉴닉의 1차적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맞게 작업하기 위해 에디터들이 지켜야 하는 매뉴얼(지침)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 100장이나 된다고 한다.

뉴닉은 뉴스레터를 넘어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독자가 직접 나누고 싶은 지식 콘텐츠를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개설된 커뮤니티에서는 100명의 ‘지식 메이트’가 테크(기술), 인공지능, 경제 등 분야별로 글을 올리고 토론을 이끌어 간다. 김 대표는 “뉴닉 커뮤니티는 독자가 주인공이 되는 공간”이라며 “한 달 반 만에 이용자 수가 10배를 넘어섰다”고 소개했다.

복잡한 뉴스,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게 핵심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 전예나(25) 씨는 “뉴스 큐레이션을 할 때 어떤 기준으로 뉴스를 선택하고 전달하느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기존 정치 프레임이 아니라, 뉴닉의 가치에 맞게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기 위한 기준표에 맞춰 이슈를 선정한다”고 답했다. 또 현안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운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준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이슈를 전하기 위해 뉴스 4~5개를 요약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50개 이상의 기사를 보면서 기사에 인용된 원문 등 1차 자료까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닉 뉴스레터에 ‘현안 요약, 배경 및 현재 상황, 향후 전망’이라는 정형화한 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작성자 외에 다른 에디터가 평가표에 따라 독자 경험을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평가표에는 ‘편파적으로 작성되지 않았는지’ ‘읽었을 때 한 번에 이해가 가는지’ ‘입으로 소리 내서 읽어봤는지’ 등의 점검 항목이 있다고 한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 전예나 씨가 뉴스 큐레이션에서 어떤 선택 기준을 활용하는지 질문하고 있다. 정호원 PD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생 전예나 씨가 뉴스 큐레이션에서 어떤 선택 기준을 활용하는지 질문하고 있다. 정호원 PD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창업을 준비한다는 민지희(28) 씨는 뉴닉이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할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질문했다. 김 대표는 “뉴닉이 성장한 메커니즘은 독자를 평가하고 통제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 협업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뉴닉은 커뮤니티를 이끄는 지식 메이트 100명을 선정할 때도 대면 행사를 열어 ‘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에 관해 자발적으로 발표하도록 했다. 김 대표는 향후 커뮤니티 운영 방식과 관련해 “커뮤니티 특성상 믿음과 신뢰만으로 운영이 어려워질 때, 우리 스타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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