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로 귀향했다. 부모의 묘소가 위치한 양산시 천주교 부산교구 하늘공원과 13km, 취임 전까지 살았던 양산 매곡동 사저와 36km 떨어진 곳이다. 평탄한 산 위에 자리했다 하여 ‘평산’(平山)이란 지명이 붙은 이 마을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았다. 신령한 독수리라는 뜻의 영축산(靈鷲山)이 마을을 감싸고 있고, 한국 3대 사찰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통도사가 근접해 있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에서는 3.1km, 울산역(KTX)과는 13.5km 떨어져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기 어려워졌다. 지난 4월 29일 ‘자유대한수호연합 부울경 본부’의 귀향 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석달이 넘도록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집회시위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단비뉴스>는 지난 6월부터 7월 초까지 총 4차례 평산마을을 찾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와 시위대는 약 80m 떨어져 있다. 그림 김은송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와 시위대는 약 80m 떨어져 있다. 그림 김은송 

석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지난 6월 28일 화요일 오전 6시, 평산마을에 도착했다. 완만한 오르막 도로 옆으로 높이 뻗은 소나무들이 빽빽이 서 있었다. 소나무 숲 건너편으로는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펼쳐져 있고, 논에 비친 영축산 중턱에는 운무가 걸려있었다. 

마을 안으로 1km쯤 걸어 들어가자 빨강, 노랑, 파랑 등으로 물들인 원색적인 펼침막이 눈에 들어왔다. 시위대가 설치한 선전물에는 ‘문죄인은 간첩’ ’살인자는 깜빵으로’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붉은 선전물과 현수막은 마을길을 따라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의 사저로 향하는 도로에 욕설이 담긴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 김은송 기자
문 전 대통령의 사저로 향하는 도로에 욕설이 담긴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 김은송 기자

선전물과 현수막에 끝에 달린 단체명은 다양했다. 자유진리정의혁명당,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양산부울경FK운동본부, 대한부국강병연합, 비상시국연대, 부산NGO시민연합 등 어림잡아 10여 개 단체의 이름이 선전물이나 현수막에 붙어 있었다. 논둑을 둘러싼 울타리에는 모형 수갑 수십 개도 걸려있었다. 시위 현장 중앙에 위치한 마을버스 정류장은 시민이 아닌 시위대가 머무르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오전 9시가 되자 시위가 시작됐다. 3명의 시위자가 모였다. 시위자 가운데 한 남성은 삼각대에 설치한 휴대폰으로 시위 현장과 사저를 촬영했다. 유튜브로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는 듯했다. 또 다른 중년 남성 두 명은 사저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간첩 문재인 끌어내” “빨갱이” “자수하여 사형당하자 일가족 모두” 

시위자들은 평산마을의 논을 둘러싼 울타리에 대나무와 끈을 엮어 수갑 수십 개를 걸어두었다. 정예지 기자
시위자들은 평산마을의 논을 둘러싼 울타리에 대나무와 끈을 엮어 수갑 수십 개를 걸어두었다. 정예지 기자

오전 10시 30분, 대형 버스 한 대가 시위 현장에 도착했다. 버스에는 ‘양평부방대’라고 적혀 있었다. 약 35명의 중·노년이 버스에서 내렸다. 그들은 기존의 시위자들 곁에서 단체로 외쳤다. “소대가리는 감옥으로” “국고 환수하자” 선전물이나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시위대와 다소 거리를 두고 2명의 경찰이 집회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곳에 버스를 세우면 안 된다는 것, 신고된 집회가 아니므로 구호를 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며 경찰은 ‘양평부방대’의 중·노년들을 제지했다. 시위대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소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30여 분이 지나자, 그들은 다시 버스에 올라 평산마을을 떠났다.

‘수갑 전시’에 걸린 쪽지에 ‘문재인을 부엉이바위로 보내라’고 적혀있다. 김은송 기자
‘수갑 전시’에 걸린 쪽지에 ‘문재인을 부엉이바위로 보내라’고 적혀있다. 김은송 기자

다음날인 6월 29일, 평산마을을 다시 찾았다. 시위대가 아닌 마을 주민들을 만나고 싶었다.  오후 2시 무렵, 평산마을 입구에 위치한 마을회관에 주민 6~7명이 모여 있었다. 마을이 워낙 조용한 탓에 시위대의 음악과 고성은 약 300m 반경까지 퍼졌다. 그 소음을 피해 마을회관에 내려와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시위대가 마을 주택가를 향해 고성을 지르고 있으니,  반대 방향에 있는 마을회관으로 피신한 것이었다. 

마을에서 마주친 주민들이 피하고 싶은 것은 시위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에겐 기자도 귀찮은 존재였다. 평산마을로 올라가는 길목에 만난 주민에게 말을 건네자 손사래부터 쳤다. “(여기) 볼 것 하나도 없대이. 돌아가소.”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다른 주민도 인터뷰를 거절했다. “기자들이 하도 물어봐서 너무 피곤해요. 시위대 때문에 시끄럽지만 잘살고 있어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평산마을 초입에 위치한 평산마을회관. 평산마을회관은 시위대와 300m가량 떨어져 있어 비교적 조용하다. 시위가 시끄러운 날이면 주민들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김은송 기자
평산마을 초입에 위치한 평산마을회관. 평산마을회관은 시위대와 300m가량 떨어져 있어 비교적 조용하다. 시위가 시끄러운 날이면 주민들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김은송 기자

한여름의 무더위가 조금씩 가라앉는 오후 4시가 되자, 서너 명의 시위자들은 꽹과리를 치며 확성기를 동원했다. “문재인은 북조선 김여정, 김정은이 품에 안기거나, 아니면 팽목항으로 보내야 된다, 이겁니다. 문재인은 남의 불행을 자신의 이득으로 이용하는 파렴치한입니다.” 확성기에 대고 외치는 그 이야기를 평산마을 주민들은 2시간여 동안 들어야 했다. 저녁 6시 무렵, 시위자들의 고성이 사라졌다. 대신 풀벌레 소리와 빗소리가 들려왔다. 시위대가 오기 전까지  평산마을 주민들이 매일 들었을 소리였다. 

노 전 대통령 죽음을 조롱하는 시위대

6월 30일 목요일에는 비가 그쳤다. 그래서인지 시위자가 늘었다.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사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마을 주민들은 기자를 피했지만, 시위대는 기자를 열심히 설득하려 했다. 자신을 백신 피해자의 가족이라 소개한 한 60대 남성은 기자에게 다가와 열성적으로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신년 인사에 ‘백신 맞아라. 국가에서 책임진다’라고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을 못 졌으니까, ‘죄송합니다. 다음 정부에서 잘 되기를 바랍니다’ 하는 게 그게 원칙 아닙니까?”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지 않거나 중간에 생략된 단어가 많았지만, 그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백신 피해 가족이기 때문에 할복자살 (하고 싶고), 신나를 뿌리고 세계 뉴스에 나가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지금 참는 중이다 (백신 피해자 가족에게는) 1원도 안 주고, 보상도 안 하고, 사과도 안 하고 세월호는 와 주는데?” 

이 남성은 문 전 대통령의 귀향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들려줬다. “(평산마을의) 영축산 줄기는 옛날에 남도부 빨갱이들의 집결지다. 문가가(문재인) 왜 여기 왔는 줄 알아요? 그거는 냄새 맡고 온 거라. 빨치산 행동을 할라고 왔는기라. 빨갱이들은 끝까지 소탕을 해야 됩니다.” 옆을 지나던 다른 중년 남성이 거들었다. “(문재인은) 가짜 대통령이다. 찢어 죽여야 된다.” 

시위대는 문 전 대통령 사저의 맞은편에 텐트와 현수막을 설치했다. 통도사가 소유한 이곳은 마을버스 정류장이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마을 주민들이 통도사에 부탁하고, 통도사가 다시 시위대에 요구한 끝에 버스 정류장을 차지했던 텐트는 지난달 15일 철거됐다. 김은송 기자
시위대는 문 전 대통령 사저의 맞은편에 텐트와 현수막을 설치했다. 통도사가 소유한 이곳은 마을버스 정류장이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마을 주민들이 통도사에 부탁하고, 통도사가 다시 시위대에 요구한 끝에 버스 정류장을 차지했던 텐트는 지난달 15일 철거됐다. 김은송 기자

경남 양산에 거주한다는 한 중년의 여성 시위자도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시위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문재인 간첩’이라 안 하면은 (사상이) 수상하다. 마이크 들고 (말)하세요. 너희, 사상 검증하고 가야 되는데? 가려면 욕을 한 번씩 하고 가야 돼. 할 수 있겠어? 여기 와있으면 한 번씩 하는 거야.” 선글라스를 착용한 또 다른 중년 여성이 곁에서 거들었다. “지난 (대선) 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찍었니? (과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더라도) 다시 한미동맹을 사랑하는 국민으로 돌아오는 게 중요해.” 

자신을 백신 피해자라고 밝힌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 이 모습을 또 다른 시위 참가자가 촬영하고 있다. 김은송 기자
자신을 백신 피해자라고 밝힌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고 있다. 이 모습을 또 다른 시위 참가자가 촬영하고 있다. 김은송 기자

시위가 한창인 와중에 119구급대와 소방차가 사저 방향으로 진입했다. 한 중년 남성이 소방차를 보더니 외쳤다. “(사저) 밭에 물 뿌리러 오나? 국가 세금을 왜 여기 대나? 아니면 문재인이 죽은 거야? 문재인이 죽어서 들어가는 거야?” 그의 목에는 ‘문재인 간첩악마가 가짜대통령 아니라면 내 목을 쳐라’라고 쓰인 피켓이 걸려 있었다. 현장 영상을 촬영하던 또 다른 중년 남성이 그 말을 받았다. “부엉이바위에서 일어난 일이 (또)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아.” 주변 시위자들이 크게 웃었다. 

‘이젠 못 참아’...마을 주민, 시위자와 설전 

7월 2일 토요일에는 평일보다 시위의 규모가 더 커졌다. 30여 명이 시위 현장에 모였다. 어느 중년 여성은 부러진 우산대로 ‘간첩 문죄인’, ‘문죄인 사형’이라 적힌 마네킹을 찌르는 퍼포먼스를 했다. 망원경으로 사저를 관찰하는 중년 남성도 있었다. 시위 양상도 달라졌다. 더 소란스러워졌다. 평일에는 주로 행인이 있거나 차량이 지나갈 때 시위를 벌였다면, 주말에는 온종일 음악을 틀고 확성기를 사용했다. 

‘양평부방대’라고 적힌 버스 한 대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도착했다. 중장년과 노인 30여 명이 내렸다. 이들은 평산마을에 오기 위해 경기도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해 왔다고 했다. 김은송 기자
‘양평부방대’라고 적힌 버스 한 대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도착했다. 중장년과 노인 30여 명이 내렸다. 이들은 평산마을에 오기 위해 경기도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해 왔다고 했다. 김은송 기자

사저를 구경하려고 평산마을을 찾는 관광객도 평일보다 많았다. 다만 차 안에서 눈으로 보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내려서 걷다가 시위대와 직접 마주치는 일을 피하려는 듯했다. 그나마 버스도 쉽게 지나가지 못했다. 폭이 3m 정도 되는 좁은 도로에 시위대가 포진해있어 관광객들의 차나 마을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경찰이 시위대의 대열을 정리해야 했다. 시위대가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문 전 대통령 사저로 가는 길목에 경찰관 6명이 있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어느 중년 여성은 그 경찰들에게도 소리쳤다. “왜 영업을 방해해? 집에 좀 가.”

오후 4시쯤 어느 중년 부부와 시위대 사이에 짧은 말싸움이 발생했다. 지나던 부부가 시위대를 향해 항의했다. “할 일 없는 새x들, 저런 것들을 그냥 놔두고 있어. 저게 사람 새x들이야? 네 애미가 여기 와서 그 지x 하는지 아냐?” 시위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간첩 새x”라며 맞받았다. 서로를 향한 욕설이 몇 차례 오고 간 뒤에야 부부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시위대는 마네킹을 찌르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 마네킹에는 ‘문죄인 사형’ ‘간첩 문죄인’이라 적혀 있다. 김은송 기자
시위대는 마네킹을 찌르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 마네킹에는 ‘문죄인 사형’ ‘간첩 문죄인’이라 적혀 있다. 김은송 기자

집시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계속되고, 이에 대한 대응 형태로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 시위까지 벌어지면서 여야 모두 집시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평산마을 앞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만 9개에 달한다. 개정안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요 쟁점을 추려보면, △집회 및 시위 금지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포함할 것인지 △혐오나 모욕을 일삼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상업적 목적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 △집회 및 시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어떤 기준으로 규제할 것인지 등이다. 

지난 5월부터 7월 말까지 모두 9건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림 정예지
지난 5월부터 7월 말까지 모두 9건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림 정예지

평균 소음과 최고 소음

평산마을 주민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고통은 시위대의 소음에서 비롯한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시위로 시끄러운 날이면 시위대와 떨어진 마을회관에 내려와 지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3일, 평산마을 주민 10명이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병원 진료를 받기도 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도 평균 소음과 최고 소음을 각각 규제하는 내용이 있다. 평균 소음은 10분간 소음을 측정한 값이고, 최고 소음은 측정 동안 발생한 가장 높은 소음을 측정한 값이다. 우선 평균 소음 기준은 주간(오전 7시~일몰 전) 65데시벨(dB) 이하, 야간(일몰 후~자정) 60dB 이하, 심야(자정~오전 7시) 55dB 이하이다. 최고 소음 기준은 주거지역의 경우 주간(오전 7시~일몰 전) 85dB 이하, 야간(일몰 후~자정) 80dB 이하, 심야(자정~오전 7시) 75dB 이하이다. 평균 소음 기준을 벗어나거나, 1시간 동안 최고 소음 기준을 3차례 초과하면, 경찰이 확성기 사용 중지를 명하거나 확성기 일시 보관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기준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방법이 있다. 1시간 동안 최고 소음을 2차례만 초과하거나, 높은 소음과 낮은 소음을 번갈아 발생시켜 평균 소음 값을 낮추는 것이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 가운데 이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평균 소음과 최고 소음 기준을 각각 5dB씩 높이자는 내용이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소음기준을 법률에 명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에서는 집회 시위에 따른 소음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 <집회 소음 규제의 현황과 쟁점>을 보면, 집회 시위의 자유를 거의 무제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소음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옥외 집회 시 주변 배경소음 대비 주간(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5dB, 야간(오후 10시~오전 7시)에는 3dB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도심과 주택가의 소음 기준이 탄력적으로 변화하게 되고, 이에 따라 주변인들의 소음 피해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또한, 소음 진원지와 주거지 간의 거리를 명시한 건물 배치도, 확성장치의 기술 설명서 등의 내용이 담긴 환경영향평가서를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 행진 집회의 경우에는 소음 진원지로부터 10m 거리에서 소음을 측정했을 때 81dB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확성기를 사용해 집회할 때는 집회 신고와 별개의 허가를 매일 따로 받아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의 도로에 집회를 자제해달라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은송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의 도로에 집회를 자제해달라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은송 기자

혐오와 모욕으로 돈을 버는 집회시위

집시법 개정의 또 다른 쟁점은 혐오 또는 모욕을 통한 수익 활동이다. 지난달 6일, 평산마을의 어느 주민은 스토킹과 허위사실 유포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유튜브 채널 <우파삼촌TV> 운영자에 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양산경찰서에 제출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집에 찾아온 사진이 공개된 뒤, 자신이 밖에 나가기만 하면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며 욕을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문 전 대통령도 사저 내부를 촬영하거나 자신의 출입을 중계해 온 <우파삼촌TV> 운영자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이런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업적 목적만으로 집회 및 시위를 개최하고 혐오표현 등 자극적 행위를 중계 방송하여 이익을 창출하려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법률상 시위의 정의에 대한 규정을 고쳐, 1인 시위도 규율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 집시법은 ‘여럿이 같은 목적으로 모이는 행위’를 집회 또는 시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1인 시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법률에 따른 처벌이 불가능했었다. 

집회시위 자유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을까 

전직 대통령 사저 및 대통령 집무실 부근에서 개최되는 집회를 아예 금지하자는 개정안도 제출돼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집무 공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직 대통령 사저 100m 이내에서 개최되는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인들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주민 피해를 방지하는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6월 15일, KBS <열린토론>에서 집시법 개정 문제를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눴다. 노동일 경희대 법대 교수는 “집회·시위가 항의대상이 아닌 제3자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상황이니, 시간대에 따른 소음규제 등 세세한 기준을 만들어 법 집행기관이나 실제 시위자가 잘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모든 국민이 집에서 평온하게 사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저녁이나 새벽 시간대에는 조용하게 (시위를) 진행하도록 방법적인 측면에서 (집시법을) 손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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