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의 새로운 뉴스레터] ①뉴스의 쓸모를 탐구하는 '애증의 정치클럽'

전자 우편 발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티비’가 지난 2월 발표한 <2023 이메일 마케팅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스티비를 통해 발송된 전자 우편은 16.2억 건으로 2021년보다 1.6배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4.5억 건을 발송한 미디어가 전체의 28%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렇듯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더불어 성장한 MZ 세대는 전자 우편으로 뉴스를 보는 일에 익숙하다. 국내의 뉴스레터 열풍을 이끈 언론은 <뉴닉>(NEWNEEK)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 청년들의 주도로 2018년 12월 만들어진 뉴닉은 2023년 4월 현재 약 53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뒤이어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뉴스레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신문, 방송, 웹 등 중요 채널을 따로 두고 부수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전통 언론과 달리, MZ 세대는 오직 뉴스레터를 중심으로 정보와 해설을 제공하는 ‘뉴스레터 미디어’를 만들고 있다.

<단비뉴스>는 뉴스레터 제작에 뛰어든 MZ 세대를 만났다. 지난 3월부터 MZ 세대가 만드는 뉴스레터를 취재했다. 직접 사무실에 찾아가 대면하거나, 온라인이나 전자 우편으로 인터뷰하면서 각 뉴스레터의 특징과 계획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지난 20여 년 동안, 미디어 환경은 쉼 없이 변화했다. 뉴스 미디어의 플랫폼도 종이 신문에서 웹으로, 웹에서 소셜 미디어로, 다시 유튜브로 바뀌었다. 최근 주목받는 플랫폼은 ‘뉴스레터’다. 포털이나 언론사 웹, 또는 소셜네트워크에 접속하지 않고, 전자 우편만 열면 곧바로 뉴스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뉴스레터는 특히 2030 세대에게 주목받았다.

국내 뉴스레터 붐을 일으킨 건 기성 언론이 아니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만든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NEWNEEK)>이 선두에 섰다. 같은 세대를 겨냥한 뉴닉의 뉴스레터 콘텐츠는 단시일 내에 큰 인기를 얻었다. 2018년 12월 만들어진 뉴닉은 서비스 시작 6개월여 만에 구독자 수가 4만 명을 넘었다. 2023년 4월 기준 그 수는 약 53만 명에 달한다.

<애증의 정치클럽>(이하 <애정클>) 역시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었다. 한 명의 대표와 두 명의 에디터가 전업으로 운영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창간을 이끈 김종대(37) 대표는 미국의 미디어 스타트업 <더 플립 사이드>(The Flip Side)가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2017년 탄생한 이 뉴스레터는 정치 현안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입장을 요약・정리하여 25만 명이 넘는 독자에게 제공한다.

김 대표는 ‘정치에 대한 균형 잡힌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가 한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로 뉴스를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을 주로 접하게 된다. 이런 뉴스와 해설을 자꾸 접하면, 정치에 대한 피로감만 늘어난다.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생각했다.

'애증의 정치클럽'(이하 애정클) 웹사이트의 메인 화면 상단에는 보는 방향에 따라 오리로도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정치에 대한 애정클의 관점을 보여준다. 애정클은 ‘클럽 소개’에 “정치란 결국 오리를 보는 사람과 토끼를 보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 않을까요”라고 적었다. 출처 애증의 정치클럽
'애증의 정치클럽'(이하 애정클) 웹사이트의 메인 화면 상단에는 보는 방향에 따라 오리로도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정치에 대한 애정클의 관점을 보여준다. 애정클은 ‘클럽 소개’에 “정치란 결국 오리를 보는 사람과 토끼를 보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 않을까요”라고 적었다. 출처 애증의 정치클럽

‘애’와 ‘증’을 번갈아 느끼며

2021년 겨울, <애정클>은 ‘미러볼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당시 발행했던 뉴스레터는 회사의 이름을 그대로 딴 ‘미러볼뉴스’였다. 정치 이슈를 다뤘으며 주 1회 발행했다. 2022년 5월 개편과 함께 ‘애증의 정치클럽’이라는 서비스명이 탄생했다. 정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 감정, ‘애’(Love), 그리고 ‘증’(Hate)을 이름에 담았다. 

<애정클>은 조금씩 다른 형식과 주제로 정치 이슈를 다룬다. 정치 이슈가 개인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려주는 ‘쓸모 있는 정치 뉴스’, 정치 이슈의 맥락을 짚으면서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지점을 설명하는 ‘주간 애증 담소’는 각각 주 1회 발행하는 정기 콘텐츠다. 전·현직 정치인과 시민 활동가를 만나는 ‘애증의 인터뷰’와 정치에 관한 기초적 의문의 답을 찾아가는 ‘근본적 정치 탐구’는 비정기적으로 발행한다. 

2022년 5월 이후 발행한 애정클의 모든 콘텐츠는 웹페이지에 저장되어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한 지 1년 정도 지난 지금은 주 2회 발행 체제를 갖췄다. 구독자는 2023년 4월 기준으로 약 700명에 이른다. 

지난 3월 23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애정클>의 두 에디터와 대표를 만났다. 23개의 회사가 건물 한 층을 공유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애정클>을 제작하는 것은 주로 김 대표와 두 명의 전업 에디터지만, 정치나 언론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MZ 세대의 미디어 스타트업에 걸맞은 방식으로 일한다. 정해진 업무 시간은 없다. 다만 뉴스레터 제작을 위해 매주 세 번의 회의에 참여한다. 무엇보다 마감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애정클의 대표와 두 에디터가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슬하 에디터, 김종대 대표, 박유진 에디터. 애증의 정치클럽 제공.
애정클의 대표와 두 에디터가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슬하 에디터, 김종대 대표, 박유진 에디터. 애증의 정치클럽 제공

이들이 뉴스레터라는 플랫폼을 채택한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었다. 주 독자층으로 설정한 젊은 세대는 모바일로 세상을 본다. 그렇다면 모바일에서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했다.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절차도 최소화해야 했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메일함으로 찾아가는 뉴스레터 서비스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직접 정보를 취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애정클>은 기성 언론과 다르다. 하지만 정치 현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건강한 공론장 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저널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종대 대표는 “(기성 언론과) 방식이 조금 다르고 아직 갖춰나가야 할 부분이 많지만, (<애정클>도) 저널리즘의 한 영역을 맡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뜨거운, 그리고 쓸모 있는

<애정클>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월요일에는 ‘쓸모 있는 정치 뉴스’를 다룬다. 최근 정치 이슈와 관련해 무엇이 바뀔 수 있는지, 왜 바꾸자는 건지, 누가 바꾸자고 하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차례대로 살핀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10일 발행한 ‘지난주 부동산・주거 정책 총정리’에서는 주거 문제가 “우리 삶의 기반”이자 “정책 변화가 잦은 영역”이라고 소개하며, 이에 관한 관심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전세 사기 방지법’과 ‘주택연금 가입 조건 완화’, 그리고 ‘주택 전매 제한 완화’를 소개했다. 각각에 대해 누가, 왜, 무엇을 바꾸려는지, 그리고 여야의 평가는 어떠한지 차근차근 풀어 설명했다. 

월요일에 발행하는 레터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정치’라는 코너도 있다. 최근 통과된 조례와 검토 중인 개정안을 간단히 소개한다. 지난 4월 10일 레터의 이 코너에서는 서울 강북구에서 통과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비롯해, ‘제대군인법 개정안’과 ‘동물 건강과 학대 방지를 위한 법안’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모두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콘텐츠였다. 

애정클 웹사이트에는 뉴스레터의 한 코너인 ‘쓸모 있는 정치 뉴스’가 어떤 이들을 위한 것인지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출처 애증의 정치클럽
애정클 웹사이트에는 뉴스레터의 한 코너인 ‘쓸모 있는 정치 뉴스’가 어떤 이들을 위한 것인지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출처 애증의 정치클럽

한편, 매주 목요일에 발행하는 ‘주간 애증 담소’는 최근 이목을 끄는 정치 이슈를 다룬다. 현재 상황을 두세 문장으로 정리하고, 관련 개념과 맥락을 제시한다. 이후 독자 입장에서 궁금해할 만한 물음을 던지고 간략한 답변을 제시한다. 후반부에는 다른 정치 이슈를 간단히 소개한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6일 발행한 ‘주간 애증 담소’는 양곡관리법을 다뤘다. 정부가 왜 쌀을 구매하는지, 농가 소득을 왜 보전해줘야 하는지, 그리고 쌀 말고 다른 곡물을 재배하면 되는 것은 아닌지 등에 관해 묻고 답했다. 레터 끝에는 진보당의 국회 진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4・3 추념식 불참 등 그 주의 주요 정치 뉴스를 간략히 소개했다.

지난 4월 6일 발행한 ‘애정클’은 ‘주간 애증 담소’에서 양곡관리법 이슈를 다뤘다. 출처 애증의 정치클럽
지난 4월 6일 발행한 ‘애정클’은 ‘주간 애증 담소’에서 양곡관리법 이슈를 다뤘다. 출처 애증의 정치클럽

세 명의 비전공자가 만나

김종대 대표는 해외에서 공부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같은 대학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며 MBA 과정을 밟았는데, 이 무렵부터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뒀다. 또한, 미국에서도 한창 이슈인 ‘이념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균형 잡힌 뉴스 큐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 시절에 키웠다.

김 대표와 함께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한 박유진(25) 에디터는 자신의 또래인 20대 청년에게 정치 이슈 및 용어를 쉽게 풀어내는 뉴스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3월 합류한 이슬하(26) 에디터는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에서 일하던 시절,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결국 국가 예산을 다루는 정치 문제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정치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뤄보고 싶었다.

4월 10일 김종대 대표(사진 왼쪽)와 박유진 에디터(가운데), 그리고 이슬하 에디터(오른쪽)가 편집회의를 하고 있다. 애증의 정치 클럽 제공
4월 10일 김종대 대표(사진 왼쪽)와 박유진 에디터(가운데), 그리고 이슬하 에디터(오른쪽)가 편집회의를 하고 있다. 애증의 정치 클럽 제공

세 사람 가운데 누구도 정치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애정클>의 강점이라고 김 대표와 에디터들은 말했다. 애정클의 두 에디터는 대중의 눈높이에서 어떤 지점이 궁금한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잡아낸다. 정치 비전공자인 에디터들은 그 이슈를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한다. 정치를 막 알아가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한 20대를 위해 조사하고, 공부한 이슈를 쉬운 말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정치는 나랑 상관없다’는 젊은 세대의 인식을 바꾸려고 한다. 시민들이 정치를 이해하는 것이 정치 혐오나 정치 무관심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애정클>의 에디터들은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뉴스레터를 위해

아직 초창기 단계인 <애정클>은 무료 구독제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장차를 위한 수익 모델을 구상 중이다. 지난 2월부터 독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뉴스레터를 열람하는 이들이 어떤 키워드에 주로 반응하는지, 어떤 경로를 거쳐 애정클의 콘텐츠를 접하게 되는지 등을 분석 중이다.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할 생각이다.

수익 모델은 <애정클>의 지속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8월, 밀레니얼 세대가 만든 뉴미디어 <닷페이스>가 서비스를 종료했다. 젊은 세대의 뉴미디어 스타트업의 대표격으로 통했던 이 매체의 폐간을 지켜보면서, <애정클>의 에디터들은 수익 없이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를 계속 발행하는 일의 어려움을 다시 절감하게 됐다.

이슬하 에디터는 “유료화에 성공한 (뉴미디어의) 사례가 많지 않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후원제나 유료 구독으로 전환하려면 (<애정클>의 콘텐츠가)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진 에디터의 생각도 같았다. “요즘 이걸(뉴스 콘텐츠를) 상품처럼 바라보려고 한다”고 박 에디터는 말했다.

김종대 대표는 향후 수익 모델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대신 다른 매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시도를 소개했다. 유료 구독 외에도 강연, 이벤트, 도서 발간 등으로 수익을 다각화한 사례들이었다. 어떤 방식이 <애정클>에 가장 알맞을지 그들은 아직 고민 중이었다.

박유진 에디터가 웹사이트에 업로드 된 지난 뉴스레터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연 기자
박유진 에디터가 웹사이트에 업로드 된 지난 뉴스레터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연 기자

건강한 공론장을 꿈꾸며

“정치에 대한 희망을 여전히 붙들게 만드는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김종대 대표는 생각한다. 수용자들이 자신의 삶과 정치의 연관성을 발견하여 정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거리감을 해소하고, 정치 현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박유진 에디터와 이슬하 에디터는 생각한다. <애정클>은 그 희망을 향한 MZ 세대의 뉴스레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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