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MBC충북 “청년의 시선으로 본 풀뿌리 민주주의”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34세에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가 됐다. 대학생 때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했고, 27세에는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밖에도 유럽의 젊은 정치인들은 대부분 이르면 10대나 20대 초반부터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풀뿌리 정치를 시작한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는 어릴 때부터 직접 지역 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청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갖춰진 지도 31년이 됐다. 그런데 청년 정치인은 왜 보이지 않을까? 청년 정치는 왜 필요할까? <단비뉴스>는 다음달 1일로 다가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 정치인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의 구조적 배경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취재하고 있다. 10일 유권자의 날을 맞아 <MBC충북>은 “청년의 시선으로 본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 청년 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청년 정치를 확대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봤다. 이날 방송에는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 서현재 <단비뉴스> PD, 김규식 청주청년5959 센터장,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단비뉴스>가 그동안 현장 취재한 청년 정치인과 청년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소개됐다.

지난 9일 MBC충북에서 진행된 “청년의 시선으로 본 풀뿌리 민주주의” 녹화 장면. 왼쪽부터 김규식 청주청년5959센터장,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 MC 구본상 아나운서, 서현재 단비뉴스 PD, 오세제 서강대 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 심석태
지난 9일 MBC충북에서 진행된 “청년의 시선으로 본 풀뿌리 민주주의” 녹화 장면. 왼쪽부터 김규식 청주청년5959센터장,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 MC 구본상 아나운서, 서현재 단비뉴스 PD, 오세제 서강대 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 심석태

청년 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서현재 <단비뉴스> PD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양한 민의가 골고루 반영되는 참여 민주주의”라고 소개했다. 서 PD는 다양한 민의가 반영되기 위해 ‘소통’이 꼭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청년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청년의 특성 역시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정치인이 소통을 잘 하고, 열린 자세로 신속히 민원을 반영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조민경 인천 연수구의회 의원의 인터뷰 내용도 소개했다. 서 PD는 청년 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소통’의 측면에서 같은 방향성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청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실직을 했거나 미취업 상태인 청년이 구직활동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청년수당을 지원한다. 6개월 동안 50만 원씩 지원하고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연계해 주면서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는 청년수당을 예로 들며 중앙 정치 못지않게 지방 정치가 청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상당 부분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주요 정당들이 청년 세대를 주요 직책에 영입하는 등 청년을 세대에 대한 확장에 주력하는 것에 대해 단순한 표를 얻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세제 박사는 현실 정치에서 정당이라면 당연히 표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촛불혁명 등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 청년들이 스스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이 집단으로서 투표하고 의견을 드러내는 ‘정치적 효용감’이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투표하면 바뀔 거라는 기대를 하면 주변 사람들을 조직화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청년 정치의 긍정적인 단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정치,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 수준

한국 사회 청년 정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18년 국제의회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40세 이하 국회의원 비율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50개 국가 가운데 143위로, 청년 대표성이 꼴찌 수준이었다. 2020년 21대 국회의 40세 미만 청년 의원은 13명으로 20대 국회에 비교하면 약진했지만, 의석비율로는 4.3%에 그쳤다. 약 34%에 달하는 청년 유권자의 목소리를 담기엔 부족한 수치다. 국회의원의 수가 세대별 인구 비율을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국회 구성에서 청년이 과소대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가 세계 청년 국회의원 비율 순위와 청년의 과소대표성을 설명하고 있다. ⓒ MBC충북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가 세계 청년 국회의원 비율 순위와 청년의 과소대표성을 설명하고 있다. ⓒ MBC충북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는 사회적 소수자가 의견을 표출하고, 그 의견이 사회에 반영되기 위해서 적어도 조직 내 비율이 15%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조직 이론을 소개하며 청년 정치가 의회 안에서 존재감을 갖기에는 너무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식 청주청년5959 센터장은 한국 정치가 기본적으로 ‘정당 정치’이기 때문에, 기탁금과 같은 금전적인 문제와 일정 과정의 정당 활동이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청년이 정치를 한다고 하면 ‘더 배우라’는 식의 평가가 나온다며 청년 정치에 부정적인 지역 사회의 인식 문제도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학교 교육 과정에서의 한계도 함께 언급했다. 정치가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해야 하는데, 용어를 외우고 시험을 보는 과목일 뿐 현실 정치를 배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청년 정치인을 보기 힘든 환경에서는 청년들이 정치를 불신하게 된다. 박 기자는 취재를 하며 만났던 유권자들의 첫 반응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박 기자는 인터뷰를 더 진행해 보니 오히려 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단비뉴스>가 만난 한 유권자는 성평등과 차별금지법에 관심이 있었지만, 중년 정치인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고 느꼈고, 나아가 청년은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듯해서 정치에 거리감을 느꼈다고 한다. 청년들의 정치적 목표와 관심은 높지만, 현실 정치에서 이를 반영하지 못해 정치를 불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청년 정치가 뿌리 내리려면

서현재 단비뉴스 PD가 청년 정치가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지원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MBC충북
서현재 단비뉴스 PD가 청년 정치가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지원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MBC충북

서현재 <단비뉴스> PD는 공천을 받거나 출마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경력이 필요한데, 청년들이 그런 경력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 사회 단체나 시민단체 활동 정도를 제외하고는 청년들이 정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 PD가 취재한 한 시의원은 청년 정치인을 위한 육성 커리큘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예컨대 인턴 활동, 필리버스터 등 실무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 PD는 금전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초의원으로 출마할 때만 4,000만 원 정도가 드는데, 청년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단비뉴스> 취재에 따르면 유광욱 청주시의회 의원은 부모님에게서 자금을 빌려 융통했고, 서난이 전주시의회 의원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서 PD는 이런 기본적인 자금 문제로 정치 입문을 포기하지 않도록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청년 정치인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자세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오세제 박사는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면서, 무조건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이해만을 도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동 기자는 청년 정치인의 헌신은 ‘성과로서의 헌신’이어야 한다며 공천 과정에서 정책 토론 등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와 오세제 박사가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자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MBC충북
박성동 단비뉴스 기자와 오세제 박사가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자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MBC충북

박 기자는 청년 정치에 대한 인식 수준만 바꿔도 크게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년인 지방 의원들을 여럿 만나 인터뷰하면서 나이가 의정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지 물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정치는 말과 논리로 하는 것이고, 나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의정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본질적인 역할은 정책을 마련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인데, 나이가 많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청년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비뉴스>는 앞으로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취재한 청년 정치의 현실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한 청년 정치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내일부터 집중 보도할 예정이다. 10일 방송된 "청년의 시선으로 본 풀뿌리 민주주의"는 여기에서 다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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