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이 선택한 인기 영화 <부산행>과 <신과 함께>에는 공통점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좀비와 망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좀비가 된 이들은 그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이승에서 생을 마감한 망자는 저승에서 7번 재판을 받기 전까지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 좀비와 망자는 삶과 죽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한다. 이를 통해 두 영화는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의 모습을 여실히 그려낸다.삶은 악전고투다. <부산행>은 ‘좀비’라는 위기를
제천은 시장의 도시다. 인구 13만의 도시가 7개 전통시장을 품고 있다. 같은 충북의 청주시가 인구 83만에 전통시장 15곳이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제천 전통시장 중 규모가 제일 작은 박달재시장은 상설시장이 아닌데도 전성기에는 800평 규모로 장이 섰다.그러나 제천의 시장도 도시의 부침에 따라 영고성쇠를 함께한다. 제천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시장은 노천장이 열릴 때부터 강원도 원주나 영월에서도 장꾼들이 몰려왔다. 1989년 노천장 자리에 아케이드를 세우고 828개 점포를 품었던 중앙시장은 현재 350개 점포만이 남았다.‘도시의 섬’이
평범한 사부대중의 모습에 가깝다. 부처를 상징하는 광배도 없으니 말이다. 신라인들이 경주 남산 삼릉계곡 중턱에 바위를 쪼아 새긴 관음보살상 얘기다. 이 불상은 자연과 하나 된 마음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불상 뒤로 솟은 바위가 자연이 빚은 광배가 되기 때문이다. 노천불이라 햇빛이 비치는 각도와 조도에 따라 불상의 인상도 달라진다. 이는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도 마찬가지다. 신라와 백제인들은 이렇게 자연 속에 부처가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바위를 조각하며 숨어있는 부처를 ‘꺼낸’ 것이다.시민들이 일상에서 헌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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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평등 지수 순위에서 2009년 이후 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아이슬란드가 ‘남녀동등임금 인증제’ 추진으로 또 한 걸음 앞서가고 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달 8일 동등임금 인증제 도입계획을 발표했고, 지난 4일에는 의회가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야당도 법안에 찬성하고 있어 순조로운 통과가 예상되고 있으며, 빠르면 내년 1월 시행될 전망이다. 세계노동자들이 권리를 위해 투쟁한 역사를 기념하는 5월 1일 메이데이(노동자의 날)를 맞아 아이슬란드가 추진 중인 동등임금법안의 취지와 한국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는 권력욕에만 찌든 탐욕스러운 정치인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인공 프랭크는 오로지 권력을 얻으려 움직인다. 그가 가진 원칙은 하나, ‘오직 나만의 권력’이다. 사람을 죽이고, 정적들을 이간질시키며 상원 의원에서 결국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다. 비선 실세인 아내에게 부통령 자리를 약속하는 은밀한 거래도 서슴지 않고 재선을 노린다.한국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권력 쟁취의 전운이 감돈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연립 정부’였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이재명 후보에서부터 국민의당 손학
<단비뉴스> 운영은 편집부와 취재부, 전략부, 영상부 4부가 역할을 나누어 분담한다. 현장을 담당하는 취재부는 다시 국제팀, 미디어팀, 지역농촌팀, 청년팀, 환경팀, TV뉴스팀으로 구성된다. 송년기획 2부는 <단비뉴스> 취재부 각 팀의 구성원들에게 2016년 한 해를 돌아보며 기억에 남은 기사를 물어 선정했다. 국제팀 추천 기사‘’바쁨 증후군’에 발목 잡힌 사람들’ 박상연 기자“바쁘지 않으면서 바쁘다고 느끼는 현대인의 감정을 통계적, 심리적, 행동경제학적인 요소 등 여러 관점에서 분석했다. 현대
<단비뉴스>는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의제들을 다루어 기성 언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촉촉이 적신다. 모두 1,542건. 올 한 해 <단비>가 독자에게 말을 건 순간들이다. <단비> 기자들은 제천에서 서울, 제주도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았다. 중식이 밴드와 종자를 개발하는 육종가 강갑수 박사 등 폭넓은 분야의 인터뷰 기사를 실은 <단비>에서는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2016년 <단비>는 ‘국제’ 부문과 ‘TV뉴스’ 부문을 신설했다. 국제면을 통해 쏟아지는 외신 보도에서도 ‘바쁨 증후군’, ‘내재적 편견’, ‘긱
불을 훔치다. ‘앞을 내다보는 자’ 프로메테우스가 최고 신 제우스에게서 훔친 천상의 불. 도둑질의 대가는 시렸다. 코카서스 산맥에 사슬로 묶여 매일 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혔다. 구원자 헤라클레스가 오기 전까지 불을 훔친 죗값을 치러야 했다. 앞을 내다볼 만큼 지혜로웠던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치며 코카서스의 사슬을 생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는 왜 불을 훔쳤던 것일까.불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도구다. 인간이 날것으로부터 해로운 세균을 섭취하지 않도록 음식을 익힌다. 어둠을 밝히고 추위나 맹수에 맞서게 한다. 인간은 불로써 자신
뉴스가 쏟아진다. 드라마보다 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사안의 심각성만큼이나 기사량도 다른 이슈를 압도한다. 하나의 이슈를 끝까지 따라가며 지켜보는 것은 독자에게 큰 인내다. 하루에도 수백 건의 기사를 꾸역꾸역 소화해내는 독자를 위해 보다 간결하게 핵심을 전하는 일목요연한 뉴스는 없을까?‘뉴스래빗(NEWSLAB-IT)’의 ‘오늘의 #최순실’ 기획 기사는 매일 최순실과 관련한 이슈들을 한눈에 보기 좋은 데이터로 가공해 독자에게 선보인다. 네이버 정치 뉴스에 담긴 키워드를 분석해 ‘4대 키워드’와
궁금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나무숲’이. 좀처럼 국민이나 관료와 소통하지 않지만, 세 끼 중 두 끼를 혼자 하며 여론을 챙기는 날이 많다던 대통령은 답답하지 않을까. 직무를 잘 수행하는지, 혹시 실수하는 건 없는지 주변 이야기를 듣고 싶을 만도 한데 그는 지조를 지켰다. 많은 이들이 그 지조를 나무랐다. 남의 생각을 듣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라며 그의 불통을 꾸짖었다. 걱정됐다, 내 나라가. 왕관의 불통은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의 무게를 견뎌낼 수 없다는 증거 아닌가. 준비되지 않은 자의 무력함을 달래줄 익명의 소통 무대, ‘
앵커멘트> 지난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민중총궐기는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참여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부터 교복 입은 학생, 연세 지긋한 어르신까지 세대와 연령을 초월해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쳤습니다. 현장에는 해학적인 문구를 적은 이색 피켓도 대거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박상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리포트> 지난 12일 광화문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은 낮부터 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들이 저녁 촛불 집회에 앞서 펼쳐진 각종 사전행사와 거리행진에
“모든 인종, 종교, 성장배경, 신념으로부터의 미국인들로 이루어진 행보다. 그들은 우리 정부가 시민에게 봉사하길 원하고 기대한다. 시민을 섬기는 것, 그것은 그렇게 될 것이다.“2016년 11월 9일 오전 7시(현지시각) 현재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 결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인단의 과반수(270표)를 넘은 289표를 힐러리를 눌렀다.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백악관행을 확정 지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현지시각) 기사()에서 트럼프가 백인 노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권력을 이어가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보이지 않는 권력’은 주변 세력들의 견제를 피하기 수월하다. 그럴듯한 꼭두각시 하나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11살 어린 나이로 조선을 다스린 23대 순조를 보자. 즉위 초반 허수아비 신세에 그쳤다. ‘보이지 않는 권력’ 때문이었다. 나이 어린 왕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맡은 정순왕후 뒤로 친정 경주 김씨가 권세를 누렸다.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거두고도 권력은 순조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순조 왕비인 순원왕후의 친정 안동 김씨 가문이 기세를 떨쳤다. 순조 이
지난 10월 27일 <단비뉴스>가 한국폴리텍 다솜학교에서 열린 제5회 다솜제에 함께했습니다.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입니다.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꾸린 축제인 만큼 현장 곳곳에서 아이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묻어났습니다.학생들이 직접 찍은 영화 4편으로 꾸린 다솜국제영화제는 이번이 첫 시도였지만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학생들의 장기를 맘껏 뽐냈던 슈퍼스타D도 얼마나 재미있던지요.무엇보다 낯선 이에게도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다솜학교 학생들 덕분에 알차게 축제를 즐
앵커멘트> 서울의 전통 한옥마을 북촌을 아실텐데요. 퇴락한 한옥마을에서 역사문화 관광지로 거듭 태어났지요. 우리 전통을 체험하려는 국내와 해외 관광객들이 몰리는 북촌의 가을 풍경을 박상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리포트> 노란 은행잎이 눈처럼 휘날리는 북촌 삼청동 길.거리를 덮는 은행잎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살려줍니다.은행나무 옆으로 단아한 정취를 가득 담은 한옥 처마가 고풍스런 정경을 자아냅니다.전통이 스민 한옥들은 최근 예술혼을 간직한 갤러리로 바뀌어 갑니다.전통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들도 하나둘 들어서 쌈지길을 이뤘습니다.인
<보보담>은 한국의 인문 풍경을 담고 글로 풀어내는 잡지다. LS그룹의 후원을 받는 LS네트웍스에서 발간하기 때문에 구독신청자에게 무료로 배송된다. <보보담> 편집주간이자 LS그룹 구자열 회장의 뜻이 있기에 가능하다. <보보담> 이지누 편집장은 그를 ‘독특한 회장’이라고 소개한다. 백제가 남긴 유적지는 적막하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도착한 곳은 대부분 넓은 공터와 산자락뿐이다. “나라가 망하니 산과 강물만 남았네” 두보의 술회가 눈 앞에 펼쳐진다. ‘승리자’ 신라가 남긴 찬란한 문화와 비교되어 더욱 처량해 보이는 곳. 세명대 저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