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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칼럼 > <제1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상상사전] ‘삶’
2018년 04월 10일 (화) 22:17:07 박상연 기자 0910118@hanmail.net
   
▲ 박상연 기자

천만 관객이 선택한 인기 영화 <부산행>과 <신과 함께>에는 공통점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좀비와 망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좀비가 된 이들은 그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이승에서 생을 마감한 망자는 저승에서 7번 재판을 받기 전까지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 좀비와 망자는 삶과 죽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한다. 이를 통해 두 영화는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의 모습을 여실히 그려낸다.

삶은 악전고투다. <부산행>은 ‘좀비’라는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좀비 떼를 피하며 뒤처진 다수를 버리고 떠나자고 외친 인물은 끝까지 자기 안전만을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 애쓴 이는 아무도 모르게 좀비에 감염된다. 좀비 떼에서 탈출한 이들을 냉대하고 쫓아낸 생존자 무리는 ‘각자도생’이라는 생존 전쟁의 전형을 보여준다. 삶을 무너뜨리는 것은 위기의 순간이 아니라 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 영화 속 좀비와 망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자도생’과 가혹한 가난의 무게를 버티는 삶을 마주했다. 멀쩡히 살아있음에도 ‘헬조선’을 외치는 사회가 경계인이 바라본 한국 사회 민낯인 셈이다. ⓒ 네이버 영화

한 사람의 선과 악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신과 함께>에서 망자가 된 주인공은 저승에서 재판을 받으며 자기 삶을 돌아본다.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살았던 ‘귀인(貴人)’이지만, 그는 생활고를 버티지 못해 천륜을 저버리려 한다. 삶의 도리도 가족 생계를 책임진 어린 가장에게는 삶의 무게일 뿐이다.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무게를 짊어질 힘은 사람마다 다르다. 선과 악은 이러한 힘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경계에 있는 존재는 그가 속하지 않은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경계의 시선은 속속들이 꿰뚫어 보는 ‘내부의 시선’이다. 영화 속 좀비와 망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자도생’과 가혹한 가난의 무게를 버티는 삶을 마주했다. 멀쩡히 살아있음에도 ‘헬조선’을 외치는 사회가 경계인이 바라본 한국 사회 민낯인 셈이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을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도 봤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에 있는 경계의 시선이다. 희극도 비극도 아닌, 있는 그대로 다양한 삶을 바라봐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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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이민호 기자

[박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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