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미국 남서부에서 집을 포기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낮 최고기온이 50도까지 오르는 폭염 때문이었다. 더위를 견디기 위해 에어컨을 켜면 늘어난 전기료 청구서가 날아온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는 집값이 치솟았다. 지갑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전기료와 집세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더워서 에어컨을 틀면 집세를 낼 돈이 부족하고, 더위를 맨몸으로 견디면 죽을 맛이었다. 이 지역은 수년 전부터 폭염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원인으로 꼽는다.기후위기는 약자의 목부터 조른다. 지속되는
“두순아, 짜장면 맛있게 먹어."작년 12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출소해 자택으로 들어가자 한 유튜버가 조 씨 집으로 짜장면을 주문했다. 그는 조 씨 집으로 음식 배달하는 과정을 자기 채널에 중계했다. 질서 유지를 위해 배치된 경찰이 조 씨 집으로 올라가 배달원을 데리고 나와야 했다. 이날 그 집 앞에는 유튜버 수십 명이 모여 새벽까지 떠나지 않고 방송을 했다. 택배 트럭을 타고 몰래 집에 들어가려 하는가 하면, 건물 외벽 배관을 타고 오르는 자극적인 모습도 방송했다. 욕설과 혐오 표현을 담은 발언도 난무했다. 한 유튜버는 이날
취업한 청년 10명 중 4.6명이 직장을 옮긴 적이 있고, 이 가운데 절반은 두 차례 이상 이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청년핵심 정책 대상별 실태 및 지원 방안 연구Ⅲ: 청년 이직자 - 총괄 보고서>를 내놓았다. 청년 이직의 이면을 담은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소개한 보도가 없다. <단비뉴스>가 이를 정리했다.보고서를 보면, 일한 경험이 있는 청년 중 46.0%는 이직 경험이 있었다. 이 가운데 이직을 1회 한 사람은 45.5%, 2회 이상 이직한 사람
“바이든 정부가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은 현 상황을 방치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계속 강해질 것이란 점입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체계를 분명히 증강하려 하고, (북미)협상에 서명이 이뤄질 때까지는 이를 계속할 것입니다. 그 얘기는 우리(미국)가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북한의 무기체계와 핵 능력은 날마다 고도화할 것이며, 나중에 핵 포기를 받아내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 더 커진다는 뜻이죠.”1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와 미국 워싱턴 D.C.를 화상으로 연결해 열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한미 관계, 대북정책 전망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 롤모델을 찾는다. 역사 속 위인, 성공한 사업가, 정치인, 큰 가르침을 준 스승, 좋은 영향을 준 지인 등을 닮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어느 때부터인가 내게 롤모델 배제 기준이 생겼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인은 시대마다 다르다. 동시대에 살더라도 머리가 아주 탁월하거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면 나와는 다른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일 따름이다. 또 하나, 남자라면 그와 내가 겪을 인생 역경이 다를 확률이 높다. <여성신문>은 2019년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여기는 20대 여성 1169명에게
지난해 10월 9일 저녁 6시 30분쯤, 강원도 영월군 북면의 한 주택에서 이진철(50·가명) 씨가 어둠이 내린 거리로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얻은 그가 집 밖으로 나선 것은 사흘 만이었다. 검은색 야구모자를 쓰고 바닥을 바라보며 터덜터덜 약속장소로 걸어 온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공황 증상이 심해 매주 한 번씩 병원에 갈 때 빼고 집에만 있어요. 사람들과 마주하는 게 힘들어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인적 드문 길로만 걸어왔죠.”이 씨는 지난 2013년 영월군 환경시설관리사업소에 입사해
[앵커]‘강아지 주민등록증’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동물동록제에 따라 반려견을 관할 지자체에 등록하면 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주인 인적사항이 담긴 동물등록증과 무선식별장치를 발급해주는 겁니다.반려견 유기를 막기 위해 반려견 등록을 의무화한 지 7년이 지났는데, 왜 길거리를 떠도는 개는 줄어들지 않을까요? 제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열 살 난 이 몰티즈는 지난 2013년 견주 A 씨 가족의 반려동물로 등록되며 몸 안에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를 넣었습니다.내장된 장치에는 견주 인적사항이 담겨있어 잃어버리거나 내다 버렸을 때 주인을 찾을
1730년대 프랑스 파리 한 인쇄소에서 고양이 여러 마리가 죽었다. 인쇄공들이 벌인 일이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일하고도 가난에 시달렸다. 반면 인쇄소 주인은 배 부르게 살며 고양이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웠다. 돈 많은 주인을 둔 고양이는 고기를 먹고 따뜻한 곳에서 태평하게 잠을 청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인쇄공들은 주인집 고양이와 주변에 있던 고양이 여러 마리를 잡아죽였다. 그들은 단순히 고양이가 미워서 해코지했을까? 자신들을 착취한 주인 대신 고양이에게 화풀이한 것이다.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의 논문 <노동자들은 폭동
몇 년 전부터 고등학교에서 소논문 대회가 사라졌다고 한다. 학생이 관심 분야에서 스스로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대회인데,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분별력을 보여주는 요소로 활용됐다. 하지만 학생의 수상 실적이 부모의 학력과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비판을 받아 점점 자취를 감췄다. 자녀의 소논문 작성을 도와주기 위해 돈과 지위를 이용하는 부모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학생부종합전형 컨설팅을 하던 지인은 학생의 소논문을 대리 작성해 교내 수상실적을 만들어줬다. 대입 스펙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해주며 받은 돈이 너무
21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관련 기사 제목을 보고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중 각각 어느 언론사의 것으로 예상하는지 짝을 맞추어 보시오.1. ‘추미애’만 읊다 끝났다2. “추미애가 무너지면...” 민주당이 총력 방어 나선 까닭 지난 17일 끝난 올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이 집중 거론됐다. 지난 18일 <경향신문>은 1면에 '‘추미애’만 읊다 끝났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민의 힘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박하면서 주도권 다툼만 했을 뿐 민
“노동자가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치면 산업재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해야 해요. 산재로 인정받기까지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아지는 한 원인이에요. 근본적으로는 산재 입증 체계와 노동에 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기업과인권팀 김동현(40) 변호사는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산재 소송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를 포함한 변호인단은 해당 사고가 자살이 아니라 ‘업무상 재해’라는 2심 재판부 판결을 지난해 8월 이끌어냈다. 이 재판은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산업재해의 진상을 밝힌
'그들이 외진 모텔에 가는 이유.'이 문장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한적한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 할 때 외진 곳에 있는 모텔을 종종 봤다. 시가지와 떨어져 있고 주변에 야산과 논밭만 있는 모텔을 보면 불륜 관계인 사람끼리 찾는 곳일 거라고 생각했다, 숨길 게 많은 이들이 남의 눈길을 피하려 할 것 같아서.그런데, 지난 4월 29일 외진 곳에 있는 모텔에 머물러야 했던 노동자 둘이 숨졌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한익스프레스 화재사고 유가족을 만나러 갔을 때 세상을 떠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돌봄 요양노동자 중 상당수가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면서 성폭력 피해 위험과 멸시를 안고 살아요. 코로나19 상황에선 마스크도 없이 일하는 등 더 열악한 환경에 놓였고요.”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상임활동가 명숙 씨는 요양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위해 뛰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등과 함께 ‘돌봄 요양노동자 권리선언’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청 광장에 나온 돌봄 요양노동자들은 “국가자격증(요양보호사)을 따서 일하지만 전문성과 노고를 인정받지 못한 채 무시당하고 있다”며 “인간으로
한 백인 노인이 미소 지으며 나를 쳐다보더니 다가왔다. 나는 그 순간 ‘말 걸지마’ 하고 속으로 외쳤다. 말로만 듣던 ‘캣 콜링’(노상 성희롱)을 당할까 봐 걱정했다. “너 중국에서 왔니?” 그가 건넨 말은 예상을 빗겨갔다. 한국인이라는 대답에 그가 말했다. “미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물었어. 나 서울 가봤어.”지난 2월 초 뉴질랜드 한 온천에서 내가 겪은 일이다. 나는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유입되기 시작한 1월 말부터 신천지 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기 전까지 뉴질랜드에 있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바이러스가 퍼지
우리나라 동(洞) 이름에는 교동(校洞)이 유독 많다. 강릉 경주 공주 김제 김천 나주 대구 밀양 삼척 속초 양산 여주 제천 춘천 등 유서 깊은 동네에는 대개 교동이 있다. 교동은 향교(鄕校)가 있는 동네라는 뜻인데, ‘향교마을’ ‘교촌’(校村) ‘교리’(校里)’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향교가 있던 마을에 붙여진 또 하나 이름은 ‘명륜동(明倫洞)’이다. 교동만큼 많지 않지만 명륜동이 있는 곳도 서울 부산 안성 안동 원주 목포 등 6곳이나 된다. 명륜동은 ‘명륜당(明倫堂)’에서 따온 이름이다. 국가가 유교 교육을 위해 서울에 성균관, 지
“넌 정말 천사야.”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착한 사람에게 이 말을 건넬 때가 많다. 오랫동안 이 말을 들어온 집단이 ‘백의 천사’라 불리는 간호사다. 간호사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도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인자하게 웃으며 환자에게 헌신하는 이미지로 그려지곤 한다. 그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진짜 모습이 있다. 그는 병원체계를 혁신한 개혁가이자, 당대 의료통계 전문가였다. 크림전쟁 때 야전병원장으로 일한 나이팅게일은 청결하지 않은 병실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에 주목했다. 그는 오랜 기간 병사들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데이
경남 거제시에서 용접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강정현(43) 씨는 지금 생업을 팽개치고 천리 먼 곳 이천시에서 47일째 막냇동생과 매제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객지생활을 하고 있다. 우레탄폼 시공을 하는 매제 김모(38) 씨와 매제를 따라 일하러 간 막냇동생 강정영(33) 씨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참변을 당한 지난 4월 29일, 강 씨는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 모임에 가서 술을 마신 뒤 귀가해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6시 습관대로 핸드폰을 열어 보니 여동생으로부터 밤새도록 부재중 전화가 10통이나 와 있었다. 전날 저녁 먹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