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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공적 책임' 뭣이 중헌디?
[미디어비평] 영향력 커도 윤리의식 부족한 1인미디어
2021년 03월 26일 (금) 11:50:40 윤상은 기자 nadfri@naver.com

“두순아, 짜장면 맛있게 먹어."

작년 12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출소해 자택으로 들어가자 한 유튜버가 조 씨 집으로 짜장면을 주문했다. 그는 조 씨 집으로 음식 배달하는 과정을 자기 채널에 중계했다. 질서 유지를 위해 배치된 경찰이 조 씨 집으로 올라가 배달원을 데리고 나와야 했다. 이날 그 집 앞에는 유튜버 수십 명이 모여 새벽까지 떠나지 않고 방송을 했다. 택배 트럭을 타고 몰래 집에 들어가려 하는가 하면, 건물 외벽 배관을 타고 오르는 자극적인 모습도 방송했다. 욕설과 혐오 표현을 담은 발언도 난무했다. 한 유튜버는 이날 방송으로 1700만 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영향력 크지만, 윤리의식 부족한 1인미디어

   
▲ 정치·사회 유튜브 채널 시청자 중 77%가 시청 유튜브 채널을 신뢰하며, 투표나 정치적 의견 형성, 집회 참여 등 정치·사회적 의견을 결정할 때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2020년 3월 조사) ⓒ 한국리서치

1인미디어의 영향력이 날로 높아가고 있지만, 콘텐츠에 관한 선정성 논란도 커지고 있고 이에 맞는 윤리 규범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를 보면 성인 4명 중 1명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치∙사회 정보를 얻고 있다. 이들 중 77%는 시청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전통 미디어인 라디오 신뢰도는 86%, 뉴스와 시사 방송은 82%, 신문은 77% 신뢰도를 보인 것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정치·사회 관련 유튜브 콘텐츠 수용자는 그 내용을 신뢰하면서도 부정적 측면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용자 중 75%는 콘텐츠가 자극적이라고 응답했고, 62%는 가짜뉴스가 많다고 답했다.

지난 1월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1인미디어가 지켜야 할 윤리적 책임을 담은 언론윤리헌장 초안을 내놓았다. 1인미디어 종사자도 진실 추구, 인권 존중, 공정 보도, 신뢰할 수 있는 토론장 제공 등을 통해 윤리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5월 뉴질랜드, 프랑스 등 17개 정부와 구글·페이스북 등 8개 다국적 IT기업이 모여 '크라이스트처치 콜'을 선언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당시 테러범이 SNS로 범행을 중계한 것을 계기로 테러·증오 표현을 담은 콘텐츠를 강력히 규제하자는 약속이다. 이 선언에서 다국적 IT기업은 비윤리적인 콘텐츠를 배제하는 알고리즘 개발을 약속했다. '극단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의 온라인 등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투명하고 구체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성명서에 명시했다.

영국∙독일은 1인미디어에 윤리의식 주문

독일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 영향력을 가진 1인미디어도 방송으로 보고 방송위원회가 규제한다. 2019년 독일 방송위원회는 시민, 방송사, 관련 업계로부터 1200건에 이르는 의견서를 받아 미디어 관련 주요 규정이 담긴 '미디어 국가 협약' 개정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저널리즘 형식으로 제작된 서비스를 방송에 포함하는 시사평론 유튜브도 방송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최근 6개월간 실시간 이용자 2만 명 이하로 영향력이 미미한 경우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1인 미디어 콘텐츠를 향해 윤리 의식을 강하게 규제하는 유럽 국가는 독일만이 아니다. 영국은 2010년부터 '시청각미디어서비스규제법'을 통해 인터넷 방송을 '유사 TV 콘텐츠'로 보고 규제했다. 1인 미디어가 빠르게 성장하자 2016년부터는 방송·통신을 관리하는 오프콤(Office of Communication)이 직접 혐오 발언, 선정적 내용,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을 규제하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논평, 반감 노출 등은 허용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1인 미디어 콘텐츠에 관한 윤리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과 같은 규제는 하지 않는다.

콘텐츠 윤리를 위한 플랫폼 사업자의 노력 필요

이소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과 최순옥 너비의깊이 이사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윤리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극단적인 콘텐츠를 삭제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특정 콘텐츠의 게재를 금지하거나 게재된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명령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리므로 플랫폼 사업자가 신속하게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유튜브는 동영상이 법규나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반하면 콘텐츠 게시를 중단하거나 시청 가능 범위를 제한하는 조처를 한다. ⓒ 유튜브 홈페이지

2019년 6월 유튜브는 극단적 콘텐츠 삭제 정책을 강화하며 채널 운영자의 자기 검열 효과를 유도했다. 유튜브는 홈페이지에서 ‘정책, 안전 및 저작권’과 관련해 폭력·절도·마약 등과 관련한 위험한 콘텐츠,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주는 콘텐츠, 연령·종교·성별 등과 관련해 증오심을 표현한 콘텐츠 등을 삭제한다고 명시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11개 인터넷 사업자가 모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만들었다. 이 기구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이용자 책임과 보호, 사회적 책무를 담은 강령을 마련했다.

1인미디어를 방송 영역에 편입시키자

이 연구위원은 규제만으로는 1인미디어 콘텐츠의 윤리의식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를 들어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유튜브가 각종 알고리즘을 동원해 극단적인 콘텐츠를 열심히 삭제했지만, 그 영상에 관한 수요를 감소시키지 않았다”며 “극단적인 내용의 콘텐츠에 관한 사회 전체의 요구가 유지될 경우 단일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은 유튜브에서 삭제된 콘텐츠를 찾아 비교적 관리되지 않는 플랫폼, 다크웹 등 음지로 빠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일정 정도 이상 영향력을 가진 1인미디어를 방송 영역에 편입시켜 방송위원회가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 타율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규제받지 않는' 1인미디어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 1인미디어에 관해 표현의 자유보다 공공적 책임을 강조해야 할 때다.


편집 : 김태형 기자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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