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쟁점] 정파적 보도와 언론 신뢰도

21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관련 기사 제목을 보고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중 각각 어느 언론사의 것으로 예상하는지 짝을 맞추어 보시오.

1. ‘추미애’만 읊다 끝났다

2. “추미애가 무너지면...” 민주당이 총력 방어 나선 까닭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7일 끝난 올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이 집중 거론됐다. 지난 18일 <경향신문>은 1면에 '‘추미애’만 읊다 끝났다'는 기사를 실었다. 국민의 힘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박하면서 주도권 다툼만 했을 뿐 민생을 챙기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양당 의원들이 주고받은 설전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갔다. 추 장관이 딸 식당에서 정치 후원금을 사용했다는 추궁에 대해서는 ‘무리한 의혹 제기’라고 표현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4면에 '"추미애가 무너지면..." 민주당이 총력 방어 나선 까닭'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추 장관을 옹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개혁을 위한 세력 강화, 문재인 정권 레임덕 방지,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까지 바라보며 추 장관을 보호하는 전략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킨다는 분석이 따랐다. 기사에 첨부한 그림에는 추 장관 옹호 발언을 한 민주당 의원 10명의 사진을 담고 각각의 발언을 인용하며 각 인물의 병역 사항을 게재했다. 10명 중 3명이 징집 면제, 4명이 6~14개월 방위병이고 육군 병장 만기 전역은 3명에 불과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병역 사항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며, 추 장관 자녀 의혹과 이를 감싸는 민주당을 비판한 것이다.

단일 관점만 전하는 기사는 정파성의 출발점

언론사마다 정치적으로 다른 성향을 보이는 사례는 많다. 특히 언론사가 지향하는 이념을 옹호하기 위해 관점의 다양성이 부족한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사안에서 한쪽 입장만을 전하는 기사는 정파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기사 열 건 중 여섯 건은 하나의 관점만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에 담긴 중점 견해와 반대되는 생각은 아예 전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지난 2018년 한국 10대 일간지와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더타임스>, 일본 <아사히신문>의 기사를 비교 분석한 <기사의 품질> (김경모, 박재영, 배정근, 이나연, 이재경) 연구 결과를 보면, 분석 대상인 국내 신문 기사들 중에 완전히 단일 관점만을 다룬 기사는 59.9%였다. 조사 대상인 10대 일간지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였는데, <서울신문>이 70.4%로 단일 관점 비율이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된 <한겨레>도 46.5%나 됐다. <중앙일보>는 65.1%, <동아일보>는 64.8%, <조선일보>는 58.3%, <경향신문>은 55.7%였다. <뉴욕타임스>는 16.7%, <더 타임스>는 27.8%로 한국 10대 일간지 평균 보다 단일 관점 비율이 낮았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56.9%로 한국과 비슷했다.

정파적 보도는 반대 진영에 대한 비난을 담는 그릇

언론 보도에 완전한 중립성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수많은 뉴스 소재 가운데서 한정된 지면과 전파를 통해 보도할 것을 취사선택할 때부터 기자를 포함한 해당 언론사의 가치 판단이 녹아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사를 아예 ​언론사의 이념적 지향과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사에는 반대 의견이 들어가기 어렵고,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만 전달하게 된다. 억지로 근거가 부족한 기사를 쓰다가 오보를 하는 사례가 생기고, '기-승-전-비난' 형식의 기사가 만들어진다.

▲ ⓒ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9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트위터에 간호사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간호사를 격려하며 파업하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에 관한 보도도 언론의 보수, 진보 성향에 따라 그 행태는 사뭇 달랐다. 

<중앙일보>는 9월 3일 신문 1면에 '국민은 의사 파업에 가슴 졸이는데...대통령은 기름 부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문 대통령이 SNS에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라는 표현을 쓰며 간호사를 격려한 글이 간호사와 의사, 나아가 국민을 이간질한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 수도권 대학병원 전임의 등 7명의 발언을 인용해 문 대통령 글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김 대변인을 뺀 6명은 모두 익명이다. 

반면 <경향신문>은 같은 날 신문 4면에 '"간호사 덕분에" 문 대통령, 격려 메시지 왜'라는 기사를 실었다. 문 대통령이 파업 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설과 함께 기사 내용의 대부분을 문 대통령의 글을 직접 인용한 내용으로 채웠다. 기사 말미에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과 같은 당 하태경 의원 발언을 인용해 문 대통령 글을 비판하는 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의사들에 대한 비판으로 본 것은 같지만 ‘국민 이간질’로 몰아세운 <중앙일보> 기사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편향성 논란에 ‘오보’ 논란까지 무성

전문가들은 오보가 발생하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먼저 언론사가 애초의 기획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서나 선정적인 보도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기 때문에, 또는 기자들의 사실확인 노력 부족, 특종과 속보 경쟁, 전문성 결여 등이 그것이다. 오보는 발생 원인과 보도 유형에 상관없이 언론사의 신뢰도를 훼손한다. 늦은 정정 보도와 대책 없는 단순한 사과는 떨어진 신뢰도를 다시 한 번 바닥으로 끌어 내린다. 

지난 7월 KBS는 단독 입수한 녹취록이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을 풀 핵심 증거라며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동재 전 기자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 실려”라고 말하자 한 검사가 “유시민 이사장 숫자는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고 답하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KBS는 보도 하루 만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 검사는 KBS를 고소하고 검찰만 가지고 있는 녹취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KBS가 검언유착을 통해 녹취록을 얻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KBS는 보도 하루만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새로운 검언유착 의혹을 벗지 못하고 있다. ⓒ SBS

<한겨레>는 2019년 10월 11일 1면에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기사를 실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의 별장에 들러 성접대를 받았다는 윤 씨 진술이 나왔으나 추가 조사 없이 마무리됐다”는 내용이다. 윤 총장은 한겨레 보도 직후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한겨레>를 고소했다. <한겨레>는 2020년 5월 22일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8월 28일 일부 지역에 배달된 가판 신문 10면에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조 씨가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의 한 교수를 찾아가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인턴 자리를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밤 사이 기사를 삭제했고, 다음 날 오보를 인정했다. 기자가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기사에 실었는데, 당사자가 아닌 2차 취재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썼다며 사과하고 경위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전언을 듣고 어떻게 당사자들에 대한 아무런 확인 없이 기사를 써서 출고까지 됐는지 경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이 뉴스 편식 부추겨

편향된 관점은 언론사와 독자가 함께 확대, 재생산한다. 언론사가 정파적인 기사를 보도하면, 제 입맛에 맞는 뉴스 수용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SNS 등을 통해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을 보면 한국인은 자신과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한국인의 44%는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40개국 평균 28%보다 16%p나 높은 수치이다. 조사 대상 국가들 중에서 터키(55%), 멕시코(48%), 필리핀(46%)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한국인은 4%에 그쳤다. 

특히 입맛에 맞는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은 정치적 관심이 많을수록 두드러졌다. 정치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70%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반면,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34%가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택했다. 

최근 조사를 보면 한국인은 점차 포털,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내놓은 <2019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종이신문 열독률은 12.3%에 그쳤다. 반면 종이신문뿐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 PC 인터넷, TV, 일반 휴대전화를 포함한 결합 열독률은 2017년 이후 꾸준히 86~88%를 보였다.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기사를 보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의 문제는 AI가 각 개인의 뉴스 소비 성향에 맞추어 기사를 편집해 보여주는 데서 시작한다.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콘텐츠만 계속 보면서 뉴스 수용자의 정파성을 지나치게 심화시키고,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사용자들을 계속 유입해 성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때 알고리즘이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준은 ‘사용자가 클릭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이다. 뉴스 콘텐츠의 공익성과 정확성보다는 혐오와 가짜 뉴스가 머금은 자극성이 더 주목받을 위험이 큰 것이다. 

▲ 포털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는 정치, 경제, 사회, 생활/문화, 세계, IT/과학 주제별로 AI가 편집한 기사가 배열된다. 페이지 하단에는 “섹션별 뉴스는 AiRS추천으로 구성된 뉴스를 제공합니다” 문구가 있다. ⓒ 네이버 캡처

뉴스 소비 창구로 많은 한국인이 사용하는 포털도 AI를 이용해 기사를 추천하고 있다. 네이버는 AI 뉴스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AiRS)'를, 다음 카카오는 '카카오i'를 이용해 이용자 뉴스 성향을 분석하고 이에 맞추어 기사를 배열한다. 포털이 뉴스 편집권을 손에 쥐고 여론을 움직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다음 카카오는 5년 전부터 모든 뉴스 편집을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맡긴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기사만을 보여줘 편향적인 사고를 만들 위험이 있다는 우려는 더 커졌다. 알고리즘도 결국 사람이 설계하는 것인데 완전히 중립적일 수 없다는 지적도 피해갈 수 없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 보편화해야 

편향된 뉴스는 언론사와 독자·시청자가 함께 키운다. 언론사는 이념적 지향을 드러내기 위해 정파적인 기사를 생산해내고, 뉴스 수용자는 이런 정파적 기사를 앞다퉈 소비한다. 아예 언론사가 정파적 뉴스 소비자를 겨냥해서 뉴스를 생산한다는 의심도 있다. 전문가들은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뉴스 수용자가 기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자신의 주관을 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판적인 수용자가 많아지면 정파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또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된 지금, 뉴스 리터러시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교육이 되었다.

하지만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학교 교육과 평생 교육 과정 모두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과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는 학생의 선택 사항이어서 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이 많고 수업 시간도 적다. 평생 교육의 일환으로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제공하는 뉴스 가이드북 등 학습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 e-NIE를 활용할 수 있지만,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시청자·독자 탓을 하기에 앞서, 언론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언론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 언론에 요구할 것은 결국 언론윤리 문제로 귀결된다. 취재와 보도 전 과정에 걸친 언론윤리 실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언론에만 책임을 돌려서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언론이 편식을 부추긴다 하더라도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쪽 탓을 하기에 앞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편집 : 조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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