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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쥐려 하면 빼앗기는 것
[상상사전] '권력'
2020년 12월 01일 (화) 11:36:05 윤상은 기자 nadfri@naver.com
   
▲ 윤상은 기자

1730년대 프랑스 파리 한 인쇄소에서 고양이 여러 마리가 죽었다. 인쇄공들이 벌인 일이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일하고도 가난에 시달렸다. 반면 인쇄소 주인은 배 부르게 살며 고양이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웠다. 돈 많은 주인을 둔 고양이는 고기를 먹고 따뜻한 곳에서 태평하게 잠을 청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인쇄공들은 주인집 고양이와 주변에 있던 고양이 여러 마리를 잡아죽였다. 

그들은 단순히 고양이가 미워서 해코지했을까? 자신들을 착취한 주인 대신 고양이에게 화풀이한 것이다.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의 논문 <노동자들은 폭동한다: 생-세브랭 가의 고양이 학살> 속 이야기다. 그는 고양이 학살을 빌려 프랑스혁명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한다. 폭동을 일으킨 노동자는 사회 부조리를 인식하고 분노한 시민을 의미한다.

   
▲ 2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북부 시암상업은행(SCB) 본사 앞 반정부 집회장에 노란색 오리 고무보트가 놓여있다.시위대의 상징으로 떠오른 노란색 오리 고무보트는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상황을 풍자하는 도구인 동시에 물대포를 막는 '방패'로 사용되고 있다. ⓒ 연합뉴스

태국에서 왕실 개혁과 군부 독재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1020이 중심이다. 그들은 SNS에서 해시태그로 ‘왕이 왜 필요한가’라고 말한다. 왕이 가진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거리에서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협력 관계인 왕실과 군부독재 정권에 저항한다. 

태국에서 왕실은 절대적 존재다. 왕실을 모독하면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할 수 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2016년에 즉위하며 사유화한 재산은 약 45조 원으로 세계 왕실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그는 독일로 휴가 같은 피난을 떠났다. 국왕이 독일 휴양지에서 놀고있을 때 일자리를 잃은 시민은 생계를 걱정했다. 관광업과 수출이 위축되자 경제성장률은 -8%로 떨어졌다. 하지만 내년 왕실 예산은 늘어났다.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욕심내는 권력자가 피지배층을 착취하는 모습이다. 

태국 정부는 반정부 시위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2만 명이 모인 광장에 물대포를 쏘고 강제로 해산했다. 급기야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사복경찰이 지도부를 검거했다. 시민들은 게릴라 시위를 열며 "우리 모두가 지도부다"라고 외쳤다. 이번 시위가 일부 반정부 세력의 선동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의 집합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광장을 메운 시민 앞에서 권력자는 끝내 아무것도 가질 수 없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성난 시민은 독재자를 무너뜨렸다. 한국의 독재정권도 몇 십 년 동안 지속된 민주화운동을 이기지 못했다. 10년 전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혁명은 23년 동안 군림한 독재자를 끌어내렸다. 이 혁명은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등 이웃 나라 민주화 열망에도 불을 지폈다. 태국의 철옹성도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 광장을 해체해도 그곳의 기억은 사람들에게 남는다. 

권력에 저항해서 민주주의를 실천한 역사는 많다. 거리에서 얻어낸 권력을 시민 모두가 공유한다. 역사는 비틀거리면서도 신분제 사회에서 만인이 평등한 사회로, 야만적인 독재정권에서 인권이 살아있는 사회로 전진한다. 한국에서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여연대, 5.18기념재단 등 한국 시민단체와 녹색당이 태국 민주화운동 지지 성명을 냈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마음은 가까운 연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권력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그 원칙을 잠시 거스를 수는 있어도 영원히 거스를 수는 없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이봉수).

편집 : 신현우 PD

[윤상은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디지털뉴스부 윤상은입니다.
좋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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