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제천 천남동 사업장 폐기물 매립장 논란

[앵커] 

공장과 공사장에서 나온 폐기물은 전국 곳곳에 있는 사업장 폐기물 매립장에서 처리됩니다.

폐기물을 매립하면 주변 환경이 파괴되고 주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매립장을 짓는 건 꼭 필요하면서도 항상 논란거리죠.

충북 제천시에도 한 업체가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업장 폐기물 매립장을 짓기로 하면서 수년 째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윤상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제천시 천남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지정 폐기물 매립장 건설을 반대한다고 쓴 현수막이 늘어섰습니다.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재작년부터 인근에 사업장 폐기물 매립장을 지으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 예정지는 아파트 단지와 직선거리로 약 1km 떨어져 있는데, 불과 800m 떨어진 곳에는 병원도 있습니다.

업체가 매립하려는 폐기물 가운데는 폐유나 폐산 같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위험이 큰 지정 폐기물이 포함돼 주민 반발이 거셉니다.

주민들은 폐기물 매립 과정에서 발생할 악취나 분진은 물론 장기적으로 생길 수 있는 환경 오염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신영배 / 천남동 폐기물매립장 저지 시민대책위원장 : 자기들(시행업체)은 돔(매립장 천장)을 씌워놓는다고 해요. 돔 씌운다고 먼지가 어디로 가요? 그리고 전국 차(폐기물 운송 차량)들이 얼마나 들락날락할 거예요. 사람이 살 수가 없는 곳이 돼요.]

지정폐기물을 매립하려면 지방환경청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천남동에 매립장을 지으려는 업체는 현재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내고 허가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이 업체는 지난 2016년에도 비슷한 위치에 매립장을 조성하려 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지정 폐기물이 아닌 단순 사업장 폐기물만 매립하려고 했는데도 환경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원주지방환경청은 침출수가 하천과 지하수, 농업용수를 오염시키고, 희귀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환경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정폐기물까지 매립하겠다면서 다시 허가를 신청한 겁니다.

주민들은 2016년 이후 매립장 예정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더 들어섰고, 첨단 농업 복합단지도 들어올 계획이라며 사업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업체 측은 제천시민만 고용하고, 매립장 부족으로 인한 폐기물 불법 매립도 방지할 수 있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장창석 / 충남연구원 공공갈등연구팀 전임연구원 :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는 상태에서, 상호 합의 하에 대화할 방법이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추천 드리는 방법은 자치단체 별로 규정에 의한 공식적인 합의체, 감시기구 등을 통해서 대화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하지만 지난 1월 이곳 제천 시청에서 열렸던 매립장 조성에 관한 주민 설명회가 주민들 반발로 중단된 뒤로 이해 관계자들 사이의 대화는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업체 측은 환경영향평가 본안 제출을 준비하는 등 매립장 설치 허가를 받기 위한 행정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비뉴스 윤상은입니다.


편집 : 정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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