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는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 흥미로운 러시아 민담 하나를 소개한다. 가난한 집 농부는 부잣집이 소유한 염소를 갈망했다. 농부는 매일 신에게 기도했다. 기도에 응답한 신은 농부에게 소원을 묻는다. 농부는 염소를 달라는 소원 대신 “부잣집 염소를 죽여주세요”라고 빈다. 로버트 라이시는 행동경제학자들의 말을 빌려 강조한다. “사람은 자기 것을 얻는 것보다, 부당하게 얻었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소유물 빼앗기를 좋아한다.” 러시아 민담은 오늘날
카리브 해를 연상시키는 드레드락(레게 머리)에 푸른 눈과 더부룩한 검정 수염, 여기에 옥색으로 빛나는 한복.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부조화의 조화가 환한 웃음꽃 속에 피어난다. 검은 갓 아래 금빛 드레드락 머리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프랑스 학생 마크. 방학을 이용해 두 달간 한국을 여행 중이다. 한국에서 만난 친구를 통해 ‘한복축제‘ 얘기를 듣고 찾았다. 한국어도 영어도 서툴렀지만, 한복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장벽을 걷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단박에 한국문화의 중심에 섰다.“한국에 와서 많은 이벤트에 가봤지만
<앵커>제주 4.3사건. 많은 양민이 학살됐던 비극의 현대사지요. 그 현장 유적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정부가 만든 국정교과서에는 단 3줄만 기록됐습니다. 자칫 4.3사건의 진실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박경배 기자가 제주에서 현지 취재했습니다. <기자># 빌레못독립영화 <지슬>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빌레못. 바로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342호 빌레못굴이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곳 빌레못굴은 제주 4.3 사건이라는 우리 민족의 아픈 현대사가 스며
“개새끼(Son of bitch)”, “지옥에나 가라(Go to hell)”. 누가 이런 육두문자를 날렸는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다. 누구에게 이런 말을 했을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다. 사석인가. 외교 석상에서 외교단절까지 들먹이며 내뱉은 으름장이다. 예절로 겹포장되기 일쑤인 외교무대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행은 국제적인 조명을 받기 충분하다. 논란이 되는 그의 리더십, 특히 반미적인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차분히 짚어보면 미국을 향한 거친 언행의 뿌리가 깊다.두테르테의 고향인 민다나오 섬 출신 하와이 대학교 교수 아비나
베시 데이비스의 죽음은 그녀의 삶처럼 예술 작품 같았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주 오하이시 집 침실에 누웠다. 침대 옆 머리맡에는 그녀가 여행지에서 수집한 보석들이 반짝였다. 간병인이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패드를 그녀의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새끼손가락으로 천천히 키패드를 눌렀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낼 ‘생애 작별파티’ 초대장을 써내려갔다.“첫째, 당신들은 모두 절 떠나보낼 만큼 매우 용감해요. 저를 위해 멀리서 와줘 고마워요. 이 파티는 아마도 당신들이 지금껏 참가했던 여느 파티와는 다를 거예요. 이 파티에는 감정적으로 강한 체력
경찰 총격에 의한 흑인 사망, 폭동, 그리고 언론의 충격 보도로 구성된 일련의 사이클은 언제까지 반복될까. 한 명은 오클라호마에서 다른 한 명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경찰의 흑인 사살이 또 일어났다. 항의와 폭동도 다시 이어졌다. 방송사는 시각적인 자극과 뒤따르는 높은 시청률을 이유로 흑인의 죽음, 고통과 고뇌를 주제로 마치 ‘포르노’ 같은 프로그램을 어김없이 틀어준다.지난 26일 뉴욕 타임즈는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전보다 더 격렬해졌다는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여전히 시위자들이 개인적인 동기로
고단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밤,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에서 별을 볼 수 있다면 외롭지 않을 것이다. 천문학자 이명현은 “사람이 별을 보며 힘을 얻는 이유는 별의 소멸과 생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탄소, 수소가 사람의 몸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별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아마추어 천문동호회 ‘별하늘지기’에서는 4만 명 이상의 회원이 관측소 정보를 교환하고 밤하늘 사진을 공유한다. 인공조명에 가려져 관측하기 어려운 별을 보려고 전국 천문대로 관람객이 모인다. 지난해 10월 경상북도
따스한 햇살이 아스팔트 바닥에 쏟아지던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가 개막했다.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이 영화제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국내외 작품들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세계 40개 나라에서 출품된 85편(단편 35편 포함)의 영화를 선보이는 이번 행사는 씨네큐브 광화문 외에 스폰지하우스, 서울역사박물관, 인디스페이스를 상영관으로 활용한다. 분야별로는 국제환경영화경선 부문에 22편, 한국환경영화의 흐름 부문에
“프랑스 안전원자력위원회의 위원 한 사람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났는데, 그가 말하기를 후쿠시마 같은 대형 원전사고는 ‘설마 다시 일어날까’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까’의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라더군요.”숀 버니(53)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원전전문가는 7일 부산 중앙동 부산항 1부두에 정박한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의 현재, 사고가 주는 교훈’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버니 수석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져야 할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