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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범죄자, 두테르테... 누가 눈물 흘릴까
[단비월드] 두테르테 신드롬 ③ 사상
2016년 11월 02일 (수) 16:55:13 박경배 기자 miskie85@naver.com

“개새끼(Son of bitch)”, “지옥에나 가라(Go to hell)”. 누가 이런 육두문자를 날렸는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다. 누구에게 이런 말을 했을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다. 사석인가. 외교 석상에서 외교단절까지 들먹이며 내뱉은 으름장이다. 예절로 겹포장되기 일쑤인 외교무대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행은 국제적인 조명을 받기 충분하다. 논란이 되는 그의 리더십, 특히 반미적인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차분히 짚어보면 미국을 향한 거친 언행의 뿌리가 깊다.

두테르테의 고향인 민다나오 섬 출신 하와이 대학교 교수 아비나일씨처럼 많은 필리핀 국민은 두테르테의 반미감정이 지금은 잊혀진 2002년 폭탄테러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믿는다. 아바나일 교수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절대로 잊은 적이 없다고 강조하는 14년 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미정보기관의 공작에 등 돌리는 두테르테 시장

2002년. 미국인 마이클 메이어링은 다바오의 한 호텔에서 사제폭탄을 터트렸다. 폭탄은 예정시간보다 일찍 터졌고 부상당한 테러범 메이어링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당시 시장이었던 두테르테는 메이어링에게 범행 동기를 묻기 위해 경찰과 대기 중이었다. 이때 미국 FBI가 나타났다. FBI는 다바오 시 관계자와 상의도 없이 테러범을 병원에서 꺼내 본국으로 데려갔다. FBI가 밟은 절차는 이민국 관련 서류를 나중에 처리하겠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두테르테 시장은 분노했고 유감을 나타냈다. 당시 민다나오 섬 주민들은 메이어링이 CIA의 비밀요원이었다고 믿었다. 폭탄테러의 목적은 민다나오 섬을 불안하게 만드는 정치공작. 이에 대해 전 미 육군 정보담당관은 “나는 옳다고도 그르다고도 말할 수 없다”며 정확한 대답을 피해 사실상 시인하는 꼴이 됐다.

이 사건을 경험한 두테르테가 2013년 다바오를 드론 기지로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허가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두테르테 분노의 뿌리는 2002년보다 더 오래전에 깊이 내렸다.

   

▲ 필리핀 공산당의 군대인 NPA의 캠프에서의 두테르테. © Karlos Manlupig

베트남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두테르테와 미국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두테르테는 대학생이었다. 미국은 1948년까지 미국식민지이던 필리핀의 군사기지를 쓰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은 필리핀의 병력도 차출해 전장으로 보냈다. 반전사상을 가진 필리핀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두테르테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한 명은 호세 마리아 시손. 그는 필리핀 공산당 지도자이자 두테르테의 친구 겸 멘토다.

시손은 그 시절 교수였으며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청년 시위대를 결성했다. ASEAN today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시손이 결성한 청년 시위대 ‘Kabataang Makabayan’의 멤버였다. 시위대는 반미 제국주의 기치로 명성을 얻었다.

범죄와 전쟁 인권 논란이 필리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

지난 4월 다구판시에서 열린 대선 토론회. 두테르테는 “내 자식 중 누구도 마약을 하지 않는다”라며 “만약 내 아이들이 마약을 한다면 처벌에 예외는 없다”고 분명한 어조로 밝혔다.

“독일에 히틀러가 있었다면 필리핀에는...”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손끝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3백만 마약 중독자들을) 도살하기를 즐긴다”라는 끔찍한 발언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 발언은 유대인 사회에 대한 사과로 갈무리됐지만, 화창한 날 오후, 교회에서, 모스크에서, 경찰서 밖에서, 식료품점에서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도살은 끊이지 않는다. ‘다바오 암살단’, ‘두테르테 암살단’ 같은 다바오 지역 자경단원들이 펼치는 살상이다. 그들은 마약 거래자, 살인자, 강간범 같은 범죄자들을 아무 제한 없이 죽인다. 희생자들 속에는 종종 어린 아이들도 있었지만, 두테르테의 강경함은 변함없다.

두테르테의 범죄에 대한 무자비함, 과격한 맹세와 모욕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아비나일교수는 “두테르테의 방식이 필리핀 사람들의 표현 방식이다. 특별히 현지 정치인들이 그러하다.”고 두테르테가 인기를 얻는 이유를 들려준다.

여론 조사업체 Social Weather Stations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 83%가 두테르테를 ‘매우 신뢰’, 두테르테의 고향인 만다나오 섬에서는 88%가 '만족'의 표시를 보낸다. 지지도가 낮은 비사야스와 마닐라에서도 각각 75%, 74%로 다른 나라 지도자에 비하면 상상 이상으로 높다.

두테르테가 국민적 신뢰를 얻게 된 다바오시 범죄소탕

그는 필리핀 역사상 가장 긴 시장 임기를 보냈다. 22년 동안 6번이나 시장선거에 당선됐다. 그가 처음 시장에 취임하던 1987년, 다바오 시는 ‘살인과 마약의 수도’였다.

80년대 마르코스 대통령이 퇴임하고 두테르테가 시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다바오 시에서 크게 두 가지 범죄가 골치를 썩였다. 하나는 엄청난 마약 거래. 다바오는 민다나오 섬의 최남단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주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으로 마약이 운반되는 허브였다.

두 번째는 공산당의 살인과 고문. 참혹한 범죄에 신물이 난 다바오 주민들은 두테르테의 한계 없는 범죄 척결 의지를 반겼다. 지휘봉을 잡은 두테르테는 다바오의 범죄율을 필리핀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트렸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되고 빨간불에 차들이 서는 도시는 몇 개 없어요” “다바오시가 그들 중 하나에요. 마닐라에서는 그럴 수 없어요” 아비나일 교수의 말이다.

   
▲ 10대 때의 두테르테와 그의 어머니. © Editha Caduaya

부패하지 않은 청렴함과 반듯한 성장배경

필리핀 사람들은 두테르테가 여타 정치인들과는 달리 부패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또한, 그가 반듯한 배경 아래 성장했다고 여긴다. 그의 아버지는 퍼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관방장관이었고, 어머니는 마르코스의 반대진영에서 인권운동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자극적인 표현만을 접하는 미국인들은 사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살인에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마약 중독자들과 판매자들에게서 도시를 되찾고자 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열망을 느낀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비나일이 교수의 지적이 오랫동안 귓전에 남는다.

두테르테는 자신만만한 연설과 냉혹한 전략으로 도널드 트럼프와 비교된다. 하지만 그의 겸손함과 언론의 관심을 피하는 성향을 안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는 뛰어난 시장들에게 주는 세계시장상(World Mayer Prize) 수상을 거부하고 언론과 인터뷰도 피한다.

반인권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그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관련 법안, 강간 반대 법안, 종교 차별 방지 법안에 앞장선 정치인이다.

   

▲ 다바오 시장 시절 두테르테가 TV프로에 나와 LGBT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GGVOFFICIAL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장일 때 매주 ‘대중에게서, 대중으로’라는 TV 토크쇼를 진행했다. 그 쇼는 지역 어느 토크쇼보다도 시청률이 높았다. 쇼에서 그는 시민들의 불만과 비리 사례들을 공개했고 심지어 범죄자들의 이름도 불렀다. 이름이 불린 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불릴지...

대선 출마 때 그는 다바오 시민들에게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신이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털어놨다. 신, 그의 입에서 거명된 범죄자들, 두테르테 자신. 누가 눈물을 흘릴지 세계인의 이목은 당분간 필리핀에 쏠릴 전망이다.

[기사 원문 링크]

The Man With the Fighting Words: Who Is Rodrigo Duterte?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 세계의 화두다. 마약 소탕전을 벌이며 숱한 범죄자를 죽인다. 그 과정에 죄 없는 민간인 희생자도 나온다. 국내외 인권단체들 지적에는 모르쇠로 고개를 돌린다. 그래도 국민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전통 우방 미국과 더는 군사 훈련하지 않겠다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극한발언까지 퍼붓는다. 보란 듯이 중국과 밀월관계를 펼친다. 난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 갈등은 봄눈 녹듯 사라졌다. 미국과 등을 돌릴수록 두테르테를 향한 러시아와 일본의 구애 손길도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두테르테. 기존 국정운영 관행과 국제질서를 깨면서도 날로 주가를 높여 가는 두테르테 신드롬에 단비월드가 3회에 걸쳐 돋보기를 들이댄다. (편집자)

편집 : 민수아 기자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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