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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시의 특별한 파티 규칙 “울음 구역”
[단비월드] 말기환자 존엄사 인정 확산
2016년 10월 21일 (금) 23:09:17 박경배 기자 miskie85@naver.com

베시 데이비스의 죽음은 그녀의 삶처럼 예술 작품 같았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주 오하이시 집 침실에 누웠다. 침대 옆 머리맡에는 그녀가 여행지에서 수집한 보석들이 반짝였다. 간병인이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패드를 그녀의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새끼손가락으로 천천히 키패드를 눌렀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낼 ‘생애 작별파티’ 초대장을 써내려갔다.

“첫째, 당신들은 모두 절 떠나보낼 만큼 매우 용감해요. 저를 위해 멀리서 와줘 고마워요. 이 파티는 아마도 당신들이 지금껏 참가했던 여느 파티와는 다를 거예요. 이 파티에는 감정적으로 강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개방성을 필요로 하거든요. 저는 이 파티에 참가자들이 서로 교류하기를 원해요. 이는 당신만이 아니라 저를 위한 일이기도 해요.”

   

▲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는 친구와 환하게 웃고 있는 베시. © The Washington Post

죽을 날을 기다려야만 하는 말기 환자

3년 전, 베시는 ALS(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루게릭병은 무자비하게 그녀의 삶을 짓밟았다. 그녀는 근육을 쓸 수도,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병이 이끄는 대로 죽음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특별하게 기념하길 바랐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사람들과 맛난 음식을 먹고, 좋은 음악을 듣고, 멋진 기억들을 되새기고 싶었다.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과 지지에 받으며 떠나길 꿈꿨다.

“규칙은 없어요. 드레스 코드도 없고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기도해도 돼요. 하지만 제 앞에서 만큼은 울지 말아 주세요. 그렇군요. 규칙이 하나 있었네요. 하지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제게 중요해요. 그래도 눈물이 나거나 울음을 참을 수 없다면, ‘울음 구역’에서 울거나 다른 방으로 가세요. 그런데요, 저는 울어도 돼요. 통제 할 수 없는 웃음과 울음이 루게릭병의 증상 중 하나에요. 그러니까 만약에 제가 당신 앞에서 운다면요, 그것은 제 머릿속 신경세포들이 녹아내려서 그런 거에요. 하지만 제가 웃는다면요, 그건 아마도 당신 덕분일 거에요.”

   

▲ 파티를 즐기는 베시와 친구들. © The Washington Post

루게릭병(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협회에 따르면, 신경퇴화성 질병인 루게릭병으로 고통받는 미국인은 무려 20,000명에 이른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으면 평균 2년에서 5년을 더 산다.

최근 몇 년간, 베시와 비슷한 말기 질환 환자들의 죽을 권리 법제화 요구가 거세진다. 현재 미국에서 존엄사를 법적으로 허락하는 주는 오레곤, 버몬트, 워싱턴, 캘리포니아 4개주다.

또 다른 말기 환자였던 브리트니 메이너드도 죽는 날까지 존엄사 법제화를 위해 끈질기게 싸웠다. 당시 29살이었던 메이너드는 2014년에 치명적인 뇌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당시에 존엄사가 불법이던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오레곤주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냈다. 그해 11월, 메이너드는 의사에게 처방받은 독극물을 투여해 생을 접었다.

죽음의 개념을 바꾸고자 하는 바램

캘리포니아의 안락사 법은 존엄사 대상에 제한을 둔다. 18살 이상에 예상 생존 시간 6개월 미만이다. 또, 죽음에 대한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을 만큼 정신적 안정과 자기 손으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적 활동이 필수다.

법은 해당 약물 투여가 ‘자살’이 아니며 의료진이나 보험회사도 안락사를 자살로 분류하면 안 된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존엄사 반대도 만만찮다. 오남용을 우려해서다. 만성질환자들이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시의 경우 질병 초기 단계부터 존엄사 논의에 들어갔다. 루게릭병의 종착역이 얼마나 처참할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시는 결단을 빨리 내려 약물을 직접 주사해야하는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연인이자 오랜 친구인 알버트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베시는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기 전에 자신의 운명의 통제권을 갖길 바랐다”고 말한다.

   

▲ 베시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 © The Washington Post

그녀는 영원한 여행을 떠날 날을 직접 골랐다. 삶의 마지막을 친한 이들과 파티로 기념하고 싶었다. 행복한 방식으로 죽음의 의미를 바꾸길 바랐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지기를 원했다.

2016년 7월 23일, 전국에서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베시 데이비스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다. 그들은 베시의 예술작품, 책, 옷 그리고 그녀가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요르단 사막의 모래, 일본산 향 같은 기념품들로 가득 찬 베시의 집으로 왔다.

그녀의 모든 물건에는 파란색 포스트잇이 붙었다. 거기에는 그녀가 그 물건을 주고 싶은 사람의 이름이 적혔다. 베시는 물건을 받은 이들을 통해 그녀의 삶이 이어지길 꿈꿨다.

그들은 피자와 타말레(멕시코 음식)를 먹으며 브릿팝과 인디 락을 들었다. 칠레 감독의 작품 “현실의 무도”를 감상했고 하모니카와 첼로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지는 베란다에 옹기종기 모여 어울렸다. 그들은 얘기 나누며 웃었다. 일부는 한발자국 떨어져서 흐느꼈다.

베시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찼다. 그녀는 친한 친구들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해보였다. 모든 것이 너무 즐거워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초대받은 사람들 모두 그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새나오는 아픔과 슬픔을 느꼈다. 이 파티가 어떻게 끝날지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베시는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언덕으로 올라가 석양을 바라봤다. 베시는 아버지에게 당신은 항상 영웅이었다고 들려줬다.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켈리에게 세계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일을 멈추지 말라는 메시지를 선물로 남겼다.

간병인들은 그녀가 침대에 누울 수 있도록 도왔다. 몰핀과 펜도바비톨, 클로롤 하이드레이트와 코코넛 밀크쉐이크가 섞인 약물을 투약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녀는 한명씩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했고 예술가답게 창조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도 존엄사 논의 깊어져

베시처럼 삶을 마감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존엄사가 허용되는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벨기에가 그중 하나다. 바이오에지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벨기에에서 2023명이 존엄사를 맞았다.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 늘었다. 브루셀 병원 의사인 올리버의 말 속에 그 이유가 담겼다.

“이런 현상은 5, 6년 전에는 없었어요. 요즘 존엄사를 원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응급실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종종 받습니다.”

영국의 라파엘 교수는 ‘죽음 여행’의 대안으로 존엄사 법제화를 내세운다.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전 세계로 확산 추세다. 국내에서도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웰다잉법)이 지난 1월 공포됐다. 2년 뒤인 2018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대상과 범위, 방법이 외국 존엄사와 비교해 제한적이어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기사 원문 링크]

A terminally ill woman had one rule at her end-of-life party: No crying

Euthanasia tourism on the rise in Belgium


IS, 히잡, 국제유가, 그렉시트, 브렉시트, 스위스 국민소득, 인종갈등, 미국대선, 일대일로, 지카 바이러스, 사드, 북핵... 외신을 타고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소재다. 이를 제대로 모르면 현대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무역, 안보에서 생존을 보장받기 힘들다. 인류역사가 제국주의 시대로 변모한 이후, 자본과 권력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는다. 냉혹한 국제 정치, 경제 무대에서 자본(Capital)과 힘(Hegemony)의 논리를 제대로 꿰뚫어야 하는 이유다. 단비뉴스는 <단비월드>를 통해 국제사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표면적인 움직임과 그 이면의 실상을 파헤친다. 난마처럼 얽힌 우리 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세계평화와 인류 행복을 증진하는 열쇠를 얻기 위해서다. (편집자)

편집 :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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