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치된 제주 4.3 유적지

<앵커>

제주 4.3사건. 많은 양민이 학살됐던 비극의 현대사지요. 그 현장 유적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정부가 만든 국정교과서에는 단 3줄만 기록됐습니다. 자칫 4.3사건의 진실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박경배 기자가 제주에서 현지 취재했습니다.

 

<기자>

# 빌레못

독립영화 <지슬>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빌레못. 바로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342호 빌레못굴이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곳 빌레못굴은 제주 4.3 사건이라는 우리 민족의 아픈 현대사가 스며 있습니다. 지금은 철문으로 이렇게 막혀 있는데요. 1948년 4월 동굴 안에 숨어 있던 주민 29명은 경찰에 잔혹하게 살해 됐습니다. 양민 학살의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현장이 제대로 된 보존 조치 없이 방치돼 있습니다. 날로 원형을 잃어가고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 큰넓궤

저는 지금 4.3 사건 현장 4.3 유적지 중 하나인 큰넓궤에 와 있습니다.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은 약 두 달간 이 굴 속에 숨어 지냈고 청년들은 주변 야산에서 토벌대의 습격에 대비했습니다. 이렇게 앉아있기도 어려운 좁은 입구를 기어 들어가면 안쪽에 약 120여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 역시 보존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기는 마찬가집니다. 제주도내 4.3 사건 관련 유적 500여 곳이 대부분 비슷한 실정입니다.

인터뷰> 4.3 유족회장 

“관심이 있으면 예산이 문젭니까. 관심이 있으면 예산을 투입하게 되는 거니까. 이 문제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관심의 정도가 아주 떨어져 있다. 그래서 관심을 어떻게 이끌어낼 거냐에 대한 문제. 그래도 누군가 역할을 통해서 관심을 갖도록 하고, 그 관심에 의해서 예산도 투자하게 하고, 그러면서 유적지 관리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된다는 말이죠.”

 

# 4.3 평화공원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에 이어 4월 3일 무장봉기로 촉발된 제주 4.3 사건. 1954년 9월 21일까지 무려 7년 7개월 동안 이어졌는데요. 진압과정에서 최대 3만명의 도민들이 학살당했습니다. 이런 비극의 역사가 이번에 발표된 국정교과서에는 단 3문장 나옵니다.

인터뷰> 강경식 제주도의원 

“사실 4.3은 해방정국 하에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 갈등 속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서 무고한 도미들이 수만명 희생당한 부분인데, 국정교과서에는 마치 남로당과 정부 측과의 대립과 갈등 속에서 일어난 부분으로 축소·왜곡돼서 나왔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 국정교과서

기존 검정교과서에서 자세히 다루던 방식과 달리 사실상 누락시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4.3 연구소장

“기존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검정 교과서 자체에도 4.3 발단이라든가 전개과정, 배경 갈등 희생자 4.3 진상규명 노력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사진이나 그런 개요 같은 것들을 알 수 있도록 평화공원에 사진 같은 것들이 수록이 되어 있는데 이번 국정에서는 전혀 이런 모습이 보여지지가 않았다. 무엇보다도 4.3에 우리가 정의조차도 함의가 돼있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 역사적 위기

당국의 무관심 속에 날로 원형을 잃고 있는 제주 4.3 유적지. 죄 없는 양민을 학살했던 정부의 손에 의해 이제 4.3 사건은 교과서에서 조차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단비뉴스 박경배입니다.

 

(취재 : 박경배 / 촬영편집 : 이현지)


편집 :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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