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으로 볼 때,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어린 왕자’의 여행은 완전히 실패했다. 얻어가는 것 하나 없이 자기 별로 돌아간다. 고생해서 지구에 온 ‘어린 왕자’가 본 거라곤 황량한 사막, 깡마른 여우, 불시착한 조종사 정도였다. 기념품이 여행 목적이었다면 더 뼈아프다. 그가 자기 별로 돌아갈 때 손에 쥔 것이라고는 불시착한 조종사가 그려준 양, 벽돌 모양처럼 생겨 차마 양이라고 부르기에도 뭐 한 그림 한 장뿐이었다. 맛있는 거 먹고, 가보지 못한 유명한 명소만을 골라 여행을 가는 우리의 시각으로 판단해본다면 ‘어린 왕자’의 지구
“탓타교라고? 이런 다리 이름은 없어요! 현장에 갔다 올게요. 부장님!” 일본 NHK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의 주인공 에츠코는 오늘도 외근이다. 그녀는 교열 중에 이상하다 싶으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에츠코는 극 중 일본 유명 작가 혼노 선생의 책을 교열한다. 교열 중 그녀는 ‘탓타교’의 실제 이름이 ‘탓피교’라는 걸 찾아낸다. 한 걸음 더 들어가 그녀는 혼노 작가의 아들이 어렸을 적 다리 이름을 ‘탓타교’라 말해 작가가 일부러 다리 이름을 틀리게 차용한 사연까지 알게 된다. 사연
20년 전의 남자가 날 바라본다. 눈을 지그시 뜬 모습에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지만 치아는 또 보이지 않으니, 필경 이건 억지로 웃을 때 나오는 표정이다. 그 표정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자세히 보니 얼굴 왼쪽이 전체적으로 흐렸다. 움직이는 사람을 찍었을 때 나오는 스틸컷처럼 카메라가 살짝 흔들린 것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 난 지금 20년 전 내가 사랑했던 한 남자의 사진을 보고 있다. 20년째 보는 얼굴이지만 40대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시간여행을 하는 그를 보노라면 어쩔 땐 기쁘다가도 어떨 때는 한 없이 슬퍼지기도
배구는 언제나 위를 보는 스포츠다. 다른 운동과 달리 공이 떨어지지 않아야 승리하는 종목이 배구다. 제천산업고는 작년 전국체전 결승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절치부심의 1년. 10km 달리기, 줄넘기 1000개, 리시브, 스파이크, 서브 연습 등. 제천산업고등학교 배구부 선수들의 고된 훈련은 매일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그 모든 과정을 이들은 드라마처럼 견뎌내었다. 이렇게 연습했음에도 전국체전 당일, 현일고등학교와의 준준결승 1세트에서 실수가 나왔다. 조바심이 났지만 이기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렇게 한 점 두 점 올라가는 점수에
일요일 저녁 7시. 온 가족이 부엌식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을 때다. 거실에서 방송되는 TV소리를 배경삼아 밥을 먹고 있노라면 한번쯤은 들리는 소리가 있다. 한 남자가 단호하게 “땡!” 하는 소리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슨 일이 났냐’는 호기심에 거실을 향해 고개를 돌렸던 엄마는 이젠 무심하게 젓가락으로 깻잎무침을 떼어내며 “재들 또 밖에서 자나? 날도 추운디, 좀 봐주기도 하제...” 하신다. TV를 보지 않고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프로그램. 어떤 미션인지, 실패 했을 땐 무슨 벌칙을 받는지 화면 없이도 맞출 수
“소는 항상 밭일을 마치고 할아버지를 수레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다. 한번은 같이 읍내에 나갔다가 할아버지가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집이었다.” - ‘워낭소리’ 망할 놈의 할아범. 어제 그는 날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로 내몰았다. 읍내를 빠져나온 난 평소 같았으면 할아범의 지시에 따라 일터인 왼쪽 길, 집인 가운데 길, 할아범이 할멈 몰래 자주 다녔던 ‘워낭다방’으로 가는 오른쪽 길 중 하나를 택해 고개를 돌렸을 테다. 그런데 오늘 그는 자고 있다
유미(Yumi)씨와의 연주는 어제가 두 번째였다. 유미씨는 로봇 지휘자다. 지난 9월 12일. 피사에 있는 베르디 극장에서 처음으로 유미씨의 지휘봉을 접했다. 이날 유미씨의 지휘 아래 안드레아보첼리가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불렀다. 솔리스트 마리아 루이지아 모르시는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아버지’를 불렀다. 유미씨는 또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을 지휘했다. 이때 악장이 나였다.그날도 그랬지만 어제도 유미씨는 얄짤 없었다. 그는 내가 어떻게
모든 게 ‘사이먼’ 때문이다. 1993년 IBM이 사이먼을 처음 개발하지 않았더라면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와 같은 스마트폰은 나오지 못했을 거다. 사이먼은 미국판 ‘~가라사대 게임'처럼 인간이 인간을 조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미국은 한국의 ‘가라사대 게임'을 ‘사이먼 게임'이라 부른다.)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심은 것이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은 타인의 쉴 수 있는 시간, 지루함, 멍 때리기, 수면 등 어쩌면 삶의 여유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빼앗아 버린다. 이제는 전 세계가 시름하게 된 이 바이러스.
공자에게 공구여, 사람들은 이제 당신을 보고 공자라 하더군. 2017년으로 떨어진 난 요새 밤잠을 잘 못자오. 내 평생 피지배층 편에 서서 만든 사상을 여기선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오. 이게 다 당신 탓이오. 한(漢)나라 왕이 그때 당신 이론을 채택하지만 않았어도 세상은 이리 흉흉하고 각박하게 변하지 않았을 거요. 난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겸애교리’를 주장했소. 인간은 모두 같은 존재이기에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어떤 직업을 갖든 서로를 해(害)하게 해선 안됨을 천명했었단 말이오. 뭐라?
“지금도 유태인들은 자신들이 겪은 나치의 만행을 끊임없이 문화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영화가 나서고 소설이 나서고 뮤지컬도 만들고 노래도 만들어서 (일제의 만행 등 과거사를) 자꾸 그려내고 기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문화의 책무죠.”<부초>, <거리의 악사>, <밤의 찬가> 등을 쓴 베스트셀러 소설가 한수산(71)이 15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한 문화계의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일본 나가사키 부근의 탄광섬 하시마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처절한 삶을 그린 소설
“처음엔 만들어 주겠지 하면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무도 안 만들더라고요. 누군가 안하면 2020년이 되어도 안 만들어지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만들어보기로 했죠.”정보기술(IT) 창업초기기업 ㈜빅러스터에서 일하는 김종백(27)씨가 전북대학교에 다닐 때, 그는 학교의 강의평가 정보를 알 수 없어 무척 답답했다고 한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마다 학생들은 강의평가에 응하지만, 결과는 교수진만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개강이 다가올 때마다 ‘입소문’과 ‘귀동냥’에 의존해 불확실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 결혼이여, 어찌하여 너는 아버지와 형제와 아들을 뒤섞어 놓고 신부와 아내와 어머니를 구별하지 못하였는가?”연극 <오이디푸스 왕>에 나온 대사다.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테바이의 왕인 그의 아버지는 곧 태어날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신탁을 듣는다. 오이디푸스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아버지에 의해 인적 없는 산에 버려졌다. 하지만 목동에게 발견되어 살아남았고 이웃나라 코린토스의 왕자로 성장하게 된다. 사건이 진전되면서 오이디푸스는 결국 신탁의 예언대로 아버지를 죽이고 테바이의 왕위
장미가 송이송이 핀 오후입니다. 대선 전 은퇴할 때 장미를 대통령님 책상에 놓고 나왔는데 잘 받으셨나요? 혹시나 여사님께 드리셨다면 한 송이 더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라가 장미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요즘이거든요. 얼마든지 연락주세요. 장미는 제 마당에 활짝 피어있으니 언제든 보내드리겠습니다.시끄러운 청와대를 떠나 조용한 동네 제천으로 가서 산 지 어언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새로 들어온 청소부는 일을 잘하는지 모르겠네요.오늘도 대통령님 책상에는 조선, 중앙, 동아,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종합 일간지들이 놓여 있을
FPS(First-Person Shooter)는 1인칭 슈팅게임의 줄임말이다. 게임 캐릭터의 1인칭 시점을 통해 게임상에서 할당받은 총, 활, 대포 등을 이용하여 팀별 간 전투를 벌이는 게임 장르다. 블리자드에서 만든 게임 ‘오버워치’의 장르도 FPS다. 2017년 5월 18일 기준 PC방 점유율 2위(24.24%)를 차지했다. 빠른 시간 안에 게임이 종료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이 게임은 '루나틱 하이' 등 16개 이스포츠(E-SPORT)팀이 생기고 '오버워치 에이펙스(APEX)'라는 게임리그전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기존 F
“김재규는 최태민 문제가 10·26사태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어요. 최태민이 박근혜를 이용해 기업 갈취, 여자문제, 부정축재 등 국정농단을 저지른다고 보고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딸인) 박근혜 말만 듣고 덮어버렸다는 거죠. (나중에라도 진상이 밝혀졌다면)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거고, (최태민의 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파면 사태도 없었을 겁니다.”민청학련과 10.26 등 주요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81) 변호사가 8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박근혜 당시 영애를 이용한
내일이면 당신이 앉았던 내 밑동도 이제 썩어 문드러질 거요. 앞으로는 술병 들고 찾아오지 마시오. 내 위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당신을 보면 내가 더 슬프니 말이오. 다 늙어서 매일 찾아오는 당신을 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았소. 잠깐은 행복했었지. 난 당신이 어렸을 적에 그늘이 되어주었고, 배고프다고 하면 내 열매를 내어주었소. 당신이 성인이 되고 살 집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난 당신에게 내 몸통과 가지까지 내어 주었소. 그 뿐이오? 당신은 자식을 장가보내고 나서 내 밑동을 원했소. 그래서 난 내 밑동까지 주었지. 내
“그리스의 왕이자 뛰어난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조각상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조각상을 닮은 여자를 짝으로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여신은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김00 기자님께“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연인들이 이 노랠 듣는다면 반복재생을 하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뉴스로 넘어간다면? 기자님도 잘 아실 겁니다. 지루할 거라는 것을요. 매 순간마다 변해야 하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암요. 그렇고 말구요. 작은 세상입니다. 그렇다고 다음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