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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피그말리온
[글케치북] 피그말리온
2017년 05월 10일 (수) 13:21:54 안윤석 PD eunomiadike3@gmail.com
   
▲ 안윤석PD

“그리스의 왕이자 뛰어난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조각상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조각상을 닮은 여자를 짝으로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여신은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김00 기자님께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연인들이 이 노랠 듣는다면 반복재생을 하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뉴스로 넘어간다면? 기자님도 잘 아실 겁니다. 지루할 거라는 것을요. 매 순간마다 변해야 하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암요. 그렇고 말구요. 작은 세상입니다. 그렇다고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을 이용해 같은 시간에 제목만 바꿔가며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올리시는 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기자님 이름을 치니까 대부분의 기사가 조회수 10,000이 넘어가던데 조회수가 10,000이 되길 간절히 바라시며 제목을 그렇게 바꾸시는 겁니까? 제목에 혹해 클릭하면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내용의 기사더군요. 오늘도 그렇게 전 기자님의 똑같은 기사를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봐야 했습니다. 자꾸만 낚이니 제 자신이 낚시용 물고기가 된 것 같군요.

2017년 4월 17일 오후 11:00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 장동민

기자님이 아까 올리신 기사 제목은 “장동민 <더 지니어스> 결승 진출”이었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장동민이라 떠서 클릭해 들어가보니 역시나, 기자님 글이더군요. 그런데 기자님, 기사를 올린 시간이 좀 이상합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간보다 빨리 기사가 올라오다니... 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이군요. 10시 55분에 기사의 맨 밑부분 ‘장동민이 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님, 혹시 오현민과 장동민의 십이장기 게임을 보시면서 기사를 쓰고 계신건 아닙니까? <시사매거진 2580>에서 00닷컴의 어뷰징 매뉴얼을 보여준 것이 있는데 사건이 발생 후 기사작성에서 출고까지 평균 10분이 넘지 않아야 효과적이라 하더라구요 기자님은 1시간 5분이나 앞서나가시는군요. 대단하십니다.

   
▲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 우승자 장동민. ⓒ tvN 더지니어스 블랙가넷 갈무리

2017년 4월 17일 오후 1:20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 고래

기사를 보다가 20분쯤 뒤 네이버에 뜬 실시간 검색어는 ‘고래’였습니다. 아마 얼마 전 세월호 인양이 성공하고 4.16 3주기가 넘어갔기에 나온 검색어겠지요.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리는데, 아 기자님 정말 너무하신거 아닙니까? ‘고래 오현민, 이번엔 물고기 장동민을 이기다’하고 1페이지 7번째 기사에 딱 보이더군요. 설마 하고 클릭하는 순간, 아뿔싸 아까 본 것과 똑같은 내용이더군요. 이렇게 제목만 바꿔서 기사를 올려도 됩니까? 조회수를 보니 5002건이 넘어가고 있군요 이제는 다시 낚이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하는 클릭 한번이 기자님 회사 수입이라는 거 잘 압니다. 왜 제가 같은 기사를 보면서 기자님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설마 기자님은 이걸 간절히 바라신겁니까?

2017년 4월 17일 오후 11:34 다음 실시간 검색어 1위 도끼

같은 기사를 보기 싫어 네이버에서 다음으로 넘어갔더니 검색어 1위가 '도끼'더군요. 아마 <나 혼자 산다>에 나와서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왔을 테지요. 프로그램을 보지 못한 저로서는 기사를 보면서 도끼가 화려한 집에, 돈이 많은 래퍼라는 걸 차차 알아갔습니다. 그렇게 스크롤을 내리다가 자극적인 제목을 보았습니다. “도끼 과거 ‘돈 자랑’, 나 2주만 있으면 ‘돈자랑’, ‘기다려라 도끼’” 이게 뭘까 싶어 들어갔더니 또 장동민 결승진출 기사네요. 기자님, 지니어스는 12시에 끝나잖습니까. 오현민이 진출할 수도 있어요. 아직 결정도 되지 않았는데 왜 이러십니까. 바보가 된 기분이군요. 불과 30분 사이에 3번이나 같은 기사를 보다니... 이제 조회수는 7572를 넘어가는군요. 저한테 감사해 하셔야 될 겁니다. 같은 기사를 3번이나 클릭해드렸잖아요. 오늘도 어김없이 조회수 10,000을 채우시겠네요. 악한 피그말리온이 요즘 기자님 컨셉인가 봅니다.

김00 기자님은 이렇게 말하겠죠. 다른 매체들도 다 똑같다구요. 어뷰징 한다구요. 인정합니다. 결국 돈 때문이겠죠. 광고를 무시할 순 없어요. 그래도 그게 부끄럽다면 대부분의 기자님들처럼 어뷰징 기사에 본인 이름을 쓰지 않으면 될 것이지, 기자님은 김00기자! 하고 이름을 꼬박 쓰지 않습니까. 이름이 알려지고 싶고 조회수를 올리는,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다면 방법이 잘못됐습니다. 기자님, 처음에 기자가 되려고 했던 초심의 모습으로 돌아가세요. 기자님이 배운대로만 잘해도 간절히 바라시는 명성과 부는 따라 갈 것입니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요. 그래도 기자님! 한번 낚고 두번 낚고 자꾸만 낚고 싶은 기사보단,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은 제대로 된 기사를 하나 쓰시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지켜보겠습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니어스를 사랑하는 독자가


편집 : 황두현 기자

[안윤석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장, 전략부, 시사현안부 안윤석입니다.
오늘도 또 다른 another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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