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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시켜라, 그러면 감동한다
[미디어비평] 게임 형식의 탐사 프로그램
2018년 01월 19일 (금) 20:14:58 안윤석 PD harrypotter-tam@hanmail.net

“탓타교라고? 이런 다리 이름은 없어요! 현장에 갔다 올게요. 부장님!” 일본 NHK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의 주인공 에츠코는 오늘도 외근이다. 그녀는 교열 중에 이상하다 싶으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에츠코는 극 중 일본 유명 작가 혼노 선생의 책을 교열한다. 교열 중 그녀는 ‘탓타교’의 실제 이름이 ‘탓피교’라는 걸 찾아낸다. 한 걸음 더 들어가 그녀는 혼노 작가의 아들이 어렸을 적 다리 이름을 ‘탓타교’라 말해 작가가 일부러 다리 이름을 틀리게 차용한 사연까지 알게 된다. 사연 속 ‘스토리’에 에츠코는 감동한다. 패션지만 봤던 그녀가 ‘소설’을 사랑하게 된 사연이다. 발로 뛰고 스토리를 몸소 체험했으니 애정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참여’는 콘텐츠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추적 60분>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같은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참여’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기껏해야 방영 후 시청자 게시판이나 페이스북 페이지에 댓글로 공감이나 분노를 표하고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시청자는 프로그램의 ‘주인’이 아닌 ‘주변’을 맴돈다. 시청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탐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탐사 프로그램의 중대 원칙은 ‘전통 저널리즘’의 실현이다. 정확한 사실에 기반을 둔 신뢰성과 시의성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에 공론장을 형성하는 게 탐사프로그램의 목표다. 그러나 ‘전통 저널리즘의 추구’만으로는 이젠 부족하다. 지금은 한 가지 쟁점이라도 다양한 상황과 관점 등이 맞물려 돌아가는 인터넷·모바일 시대이기 때문이다. PD 한 사람만의 해석과 분석으로는 다수의 시청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자로, 세월호 X파일’은 방영 후 PD의 해석과는 다른 주장들이 차례로 올라와 SNS를 뜨겁게 달궜다.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넘어선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다. 사람들은 이제 작은 스크린을 통해 세상을 본다. BBC 3채널은 TV 채널을 폐쇄하고 온라인 채널을 운영한다. 페이스북에서는 40~50대 이용자들이 80%를 넘어섰다. 문제는 온라인 뉴스 소비 형태다. 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모바일 뉴스 이용률’에서는 40~60대, 60대 이상의 모바일 뉴스 이용시간 점유율이 2030세대보다 높았다. 이는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온라인과 연동했을 때 주 시청자층이 40~60대임을 말해준다. 빅데이터 시대, “양은 질에 우선한다”는 말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10~30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탐사프로그램의 참여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게임’형식을 차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게임처럼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면 기존 40~60대 시청자층은 훨씬 심층적으로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고 10대를 비롯한 청년층의 호기심도 끌 수 있게 된다. <포트 맥머니>라는 캐나다 공영방송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포트 맥머니>는 보이는 것은 모두 촬영해 시청자들이 어떤 것을 클릭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스토리를 보여준다. 눈 덮인 길가에 떨어진 지갑을 시청자가 클릭하면 지갑 속 운전면허증과 함께 주인 인터뷰가 나오며 ‘자신의 직업은 석유 트레일러 운전사’이고, 다니는 회사가 어떤 부정한 일을 했는지 등을 설명한다. 시청자들은 영상 속 스토리를 따라가며 ‘영향력 포인트’를 쌓는다. 그리고 프로그램 속 공론장에서 ‘영향력 포인트’로 발언권을 얻어 캐나다 지역 석유개발에 관한 토론도 할 수 있다. 게임 형식을 차용한 자발적 ‘시민 참여’ 탐사 프로그램이 공론장까지 연결된 셈이다.

   
▲ <포트 맥머니>는 다큐멘터리에 비디오 게임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 <Fort Macmoney> trailer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게임 형식’ 포맷은 방대한 자료가 필수다. 프로그램 속 시민들이 플랫폼을 활용해 스스로 참여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PD와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은 이들과 협력해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영상을 모으고 다양한 견해를 분류해 보여주면서 ‘게임’ 형식을 차용해 시청자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앞부분만 조금 보다가 채널을 돌려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청자가 직접 프로그램 전 과정에 게임처럼 참여할 수 있다면 탐사프로그램이 말하는 어젠다에 시청자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에츠코가 혼노 작가의 책을 교열하며 직접 사실을 찾아 나서고 이상한 구절은 작가에게 대안을 제시하며 소설에 애정을 갖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츠코는 그렇게 책을 사랑하게 됐고 참여 속에서 감동했다. 그런 감동을 이젠 시청자들도 느껴야 할 때다.


편집 : 양영전 기자

[안윤석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장 안윤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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