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시민이 바란다] ① 귀농귀촌

올해 37살인 청년 농부 김선흠 씨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서 ‘새마을 선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1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에 벼와 서리태, 고추 등을 키운다. 김 씨는 귀농인이다. 3년 전까지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했다. 못해도 매년 5000만 원 정도 건질 것을 기대하며 귀농했다. 그는 농사짓는 땅을 지금보다 세 배 늘리는 꿈이 있다.

김 씨는 제천으로 온 지 3년째인 지난해 4월에야 자기 이름으로 농업경영체를 등록했다. 드디어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됐다. 만 18살에서 39살 사이 청년농업인에게 땅과 집을 마련하라고 3억 원까지 낮은 이자로 대출해 주는 정부 사업이다. 직접 지원금을 주는 게 아니라 대출 이자를 낮춰주는 것이지만 자기 명의 농업경영체를 갖고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어 이제 막 귀농한 청년 귀농인은 지원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공전3리에서 ‘새마을 선농장’을 운영하는 김선흠 씨. ⓒ 최은솔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공전3리에서 ‘새마을 선농장’을 운영하는 김선흠 씨. ⓒ 최은솔

“귀농해서 마을에 정착하는 데 최소 3~5년은 걸리는 것 같아요. 비용도 최소 5000만 원은 들어요.”

지난 3년 동안 김 씨가 쓴 돈은 8000만 원가량이다. 김 씨는 “부모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해서 정착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준비 기간은 22.9개월이다. 정착할 지역을 탐색하고, 주거·농지를 구해서,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포함해서다.

지역소멸 대책으로 떠오른 귀농·귀촌

지역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행정구역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다. 소멸위험지역은 지역별 65살 이상 노인 대비 20~39살 여성의 비율을 따져 소멸위험지수를 산출해 분류한다. 0.2~0.5는 소멸위험, 0.2 미만은 소멸고위험으로 본다. 제천시는 0.41로 소멸위험지역, 단양군은 0.19로 모두 소멸 고위험지역이다.

지난해 충북 농가 인구는 약 16만 명으로 도내 인구의 9.9%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2021년 귀농·귀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약 50만 명 정도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이주한다. 2020년 귀농 인구는 전년 대비 9.3%, 귀촌 인구는 7.3% 증가했다. 귀농은 농촌에 내려와서 농사를 전업으로 삼는 것이고, 귀촌은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농촌 인구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귀농·귀촌 인구 증가가 꼽힌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에 담긴 지난 5개년 귀농귀촌 인구 추이. 연평균 49만 2천여 명이 귀농귀촌을 했다. ⓒ 최은솔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에 담긴 지난 5개년 귀농귀촌 인구 추이. 연평균 49만 2천여 명이 귀농귀촌을 했다. ⓒ 최은솔

지자체들이 나서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충북지사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농업도시, 즉 ‘농시(農市)’ 개념을 설명하면서 농촌을 되살리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충북은 농촌체험, 주택지원 등 다양한 귀농·귀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천시도 마찬가지다. 제천시는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통해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농업경영 교육을 한다. 교육생에 선정되면 9개월 동안 농업과 관련된 기초교육과 농사짓는 기술을 배우고, 멘토링도 진행한다. 귀농에 실패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제천시 농업기술센터의 대표적인 귀농·귀촌 정책으로 ‘귀농인 영농정착 지원사업’, ‘참살이주택 지원사업’ 등이 있다. ⓒ 최은솔
제천시 농업기술센터의 대표적인 귀농·귀촌 정책으로 ‘귀농인 영농정착 지원사업’, ‘참살이주택 지원사업’ 등이 있다. ⓒ 최은솔

귀농인 가운데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어 귀농귀촌 장려 정책은 지역소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 기준 40대 이하 귀농·귀촌 가구 비율은 전체 27.5% 수준이다. 이들의 귀농은 한국 농업의 인적 자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지만 정작 이들은 농촌 정착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기 정착 과정에서 생계비는 물론 토지 확보 문제 등 영농기반 확보에 필요한 자본 부족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귀농자본 부족에 살 집 구하기부터 문제

젊은 귀농인일수록 ‘자본금 부족’은 큰 걸림돌이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에 내놓은 <최근 귀농·귀촌 실태와 시사점>에 따르면, 귀농·귀촌을 해서 정착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1억 7000여만 원이다. 주로 농지를 사거나 빌리고 살 집을 마련하는 데 사용된다. 

이렇다 보니 정착 초기 귀농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많지 않다. 올해 3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귀농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첫해 3104만 원이다. 2016년 연평균 소득인 1782만 원보다 훨씬 올랐지만, 여전히 충분한 소득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 응한 귀농 가구 가운데 57.6%는 소득이 부족하여 농업 외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귀농자금 부족은 당장 살 집을 마련하기조차 어려운 문제로 나타난다. 김선흠 씨도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최근 5년 사이 제천시에 전입한 만 65살 이하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농촌 빈집 수리 비용 1500만 원을 지원하는 ‘참살이주택지원 사업’이 있지만, 이 정도 돈으로 실제로 살 만한 집을 마련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농촌 빈집 가운데 상당수는 단순히 벽을 도배하거나 장판만 깔아서 살 정도로는 살기 어려울 정도로 낡았다. 제천에서 귀농·귀촌 청년을 지원하는 한석주 ‘청년마을’ 대표도 “빈집 수리로 쓸만한 집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남동현 제천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팀 주무관은 “올해 자잿값이 뛰어 지원금을 높였다”며 “1500만 원도 지난해 지원한 1000만 원 보다 크게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남 주무관은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도 많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살 집을 마련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를 봐도 귀농·귀촌 뒤 빈집 지원정책을 활용해 집을 마련하는 경우는 0.5% 수준이다. 

주민 텃세 극복할 지원도 필요

충북 단양군 영춘면으로 귀촌한 이동순 씨는 올해 35살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2018년 남편이 단양에서 창업하면서 귀촌했다. 이 씨와 남편은 단양에서 ‘청춘극장’이라는 극단을 만들었다. 연극으로 벌 수 있는 돈은 연간 2~300만 원 수준이었다. 관광지 중 하나인 구인사 근처에 있는 카페를 권리금 1500만 원을 주고 이어받았다. 카페 월수입은 300만 원 정도였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집을 구할 수 없어, 카페에 딸린 단칸방에서 7살 딸과 살아야 했다. 그는 “시골에서 집 구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집 지원이 가장 절실했다”고 말했다.

단양에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지원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양은 귀농·귀촌인과 빈집 소유주를 연결해주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보면, 귀촌인은 ‘처음 거주 주택 마련 시 어려움을 느낀 이유’로 ‘예상보다 비싼 가격’(45%) 다음으로 ‘매물에 대한 정보 부족’(33.6%)을 꼽았다.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 귀촌인은 ‘처음 거주 주택 마련 시 어려움을 느낀 이유’로 ‘예상보다 비싼 가격’(45%)과 ‘매물에 대한 정보 부족’(33.6%)을 꼽았다. ⓒ 최은솔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 귀촌인은 ‘처음 거주 주택 마련 시 어려움을 느낀 이유’로 ‘예상보다 비싼 가격’(45%)과 ‘매물에 대한 정보 부족’(33.6%)을 꼽았다. ⓒ 최은솔

그가 집을 구하기 어려웠던 건 농촌지역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탓도 있다. 이 씨는 “이쪽에는 부동산 중개업소 대신에 입소문으로 거래를 한다”며 “부동산에 물어봐도 동네 이장하고 얘기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역주민이 알려주지 않으면 빈집이 어디 있는지 알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귀농·귀촌 정책이 도움이 되려면?

김선흠 씨가 완두콩, 감자, 참깨, 서리태 등 10가지 작물을 키우는 자신의 밭을 소개하고 있다. ⓒ 최은솔
김선흠 씨가 완두콩, 감자, 참깨, 서리태 등 10가지 작물을 키우는 자신의 밭을 소개하고 있다. ⓒ 최은솔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보면 귀농·귀촌인들은 ‘양질의 정보, 농촌생활 사전체험, 지역민과의 교류 등 내실 있는 준비를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농촌지역 환경과 생활기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귀농인은 소득과 영농기술 향상을 위한 농업경영 지원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귀촌인은 농촌에서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길 바랐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귀농·귀촌 실태와 시사점>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농촌 인구 문제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귀농·귀촌 정책을 더욱 체계화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단지 지방소멸론에 대한 대응 논리 차원을 넘어 귀농·귀촌이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농촌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석주 청년마을 대표는 2019년 농업회사법인 ‘청년마을’을 설립해, 청년 농촌 정책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현장에서 귀농인을 지켜봐 온 당사자로서 귀농·귀촌인 정착 방안으로 소득 보장책을 제시했다. 일본처럼 도시 청년들이 농촌에 들어와 살면, 해당 지자체에서 일정 기간 동안 청년들의 소득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 정착한 청년이 농사를 지어서 올린 소득이 아니라,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돌봄이나 공동체 활동을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 대표는 “많은 액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생활비를 보장해주면 젊은 사람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는 지금 시행 중인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에 대한 꾸준한 지원을 당부했다. 전국적으로 지자체는 5개월 맛보기 수준의 ‘농촌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체험 기간이 끝나고 실제 정착이 시작되면 연계되는 프로그램은 적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제천의 체류형 지원센터도 9개월 체험 끝난 뒤엔 다음 단계의 지원이 거의 없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젊은 층이 농촌인구 유입이 중요한만큼 장기적인 지원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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