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공약점검] ③ 제천시장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 투표는 이미 시작됐다. 충청북도 제천시장에는 이상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창규 국민의힘 후보, 김달성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이상천 후보는 현직 제천시장이다. 민선 7기 제천시정 기조인 ‘체류형 관광도시’를 완성하겠다며 재선에 도전했다. 김창규 후보는 ‘외국기업 특화도시’를 만들겠다며 선거에 나섰다. 외교관 출신으로 중동 국가인 아제르바이잔 대사를 지내는 등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9개 국가에서 근무했다. 김달성 후보는 제천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을 지내는 등 주로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불필요한 개발사업을 중단하겠다며 출마했다.

<단비뉴스>가 지난 10일 후보들에게 보낸 매니페스토 공약 질의서에는 이상천, 김달성 후보만 답변을 보냈다. 김창규 후보는 답변 기한인 18일을 일주일 넘겨 “캠프 인력 사정이 좋지 않다”며 답을 보내지 않았다. 김창규 후보 공약은 TV토론회와 선거공보물을 참고해 파악했다.

왼쪽부터 이상천 더불어민주당 , 김창규 국민의힘, 김달성 무소속 후보. ⓒ 후보별 SNS
왼쪽부터 이상천 더불어민주당 , 김창규 국민의힘, 김달성 무소속 후보. ⓒ 후보별 SNS

시각 차이 드러나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민선 8기 제천시정 핵심 방향으로는 세 후보 모두 지역경제 활성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행방안에는 차이를 보였다. 이상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체류형 관광 완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체류형 관광은 청풍호처럼 시 외곽에 있는 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을 시내로 끌어들여 하루 이상 머물게 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 후보는 민선7기 1호 공약이었던 ‘드림팜랜드’를 계획대로 2026년까지 완공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지방공기업인 제천도시공단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충북관광공사를 제천으로 유치하겠다고도 공약했다.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노영민 충북지사 후보가 제주나 부산에 있는 지역관광공사를 충북에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 공약이 이행된다면 지난해 충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제천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천지역 관광객은 693만 명으로, 644만 명을 기록한 단양보다 많았다. 

이상천 후보 선거공보물 일부. 1번 공약으로 체류형 관광을 넣었다. ⓒ 이상천 후보
이상천 후보 선거공보물 일부. 1번 공약으로 체류형 관광을 넣었다. ⓒ 이상천 후보

김창규 국민의힘 후보는 제천을 ‘외국기업특화도시’로 만들어 임기 4년 동안 3조 원을 투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외교관 출신으로 외국 기업 인사들과의 친분을 동원해 외국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한방제품과 중고차를 수출하는 제천무역투자진흥공사 설립도 약속했다. 제4산업단지에 이어 제5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김창규 후보와 이상천 후보가 같았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 <MBC충북>이 유튜브를 통해 방송한 ‘후보자 탐구생활’에 출연해 “인접한 원주와 충주는 투자가 포화한 상태”라며 “KTX 개통으로 수도권에 편입한 제천은 투자 유치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천시가 지난 4년 동안 1조 7000억 원을 투자 유치했으니, (지금 속도에) 외국 기업을 더하면 3조 원 투자 유치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해내는 미국계 기업과 제천 진출을 이미 협의해 뒀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창규 후보는 선거공보물에서 3조 원 투자 유치와 외국기업특화도시를 강조했다. ⓒ 김창규 후보
김창규 후보는 선거공보물에서 3조 원 투자 유치와 외국기업특화도시를 강조했다. ⓒ 김창규 후보

김달성 무소속 후보는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드림팜랜드 계획과 제천국제음악영화제부터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신 “개발중심 관광이 아닌 자연보전을 중시하는 관광으로 재편”하겠다고 기조를 밝혔다. 이미 토지 매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드림팜랜드는 “예산을 축소해 인공조형물이 아닌 조림을 통해 자연녹지와 쉼터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국제음악영화제는 “지역에서 영화산업이 전혀 없어 경제 활성화에 의문이 많은 사업”이라고 평가하며 폐지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달성 후보의 선거공보물 일부. 관광개발사업 폐지를 전면에 내걸었다. ⓒ 김달성 후보
김달성 후보의 선거공보물 일부. 관광개발사업 폐지를 전면에 내걸었다. ⓒ 김달성 후보

세 후보, 서로 다른 주요 공약 방향 제시

이상천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보건과 복지 분야에 집중해 차이를 보였다. 공공산후조리원 건립과 영유아 야간진료센터 운영을 약속했다. 영유아 야간진료센터는 종합병원을 지정해 영유아 진료를 위한 야간 응급실을 운영하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형태다. 교통약자를 위해 현재 5대인 저상버스 4대 추가 도입과 11대인 장애인 콜택시 2배 확대도 약속했다. 특히 구체적인 청년 공약도 제시했다. 지역대학 입학 지원금 300만 원 지급, 미성년자 버스요금 100원 등을 약속했다. 지역화폐 15%까지 할인 확대,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억제도 내세웠다.

하지만 이들 공약을 비롯해 전체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 추정치를 밝혀 달라는 질의 항목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청년 관련 예산은 400억 원을 사용하겠다며 포괄적인 목표를 제시했고, 직원 120명을 고용하는 제천도시공단은 설립 초기 연간 180억 원을 시 예산으로 지출한 뒤 드림팜랜드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예산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군사 용도가 폐기된 제천비행장에 조성할 스포츠센터는 사업비 550억 원 전액을 시비가 아닌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부지 30% 가량인 5만 제곱미터 규모이며 “나머지 부지는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천 후보의 어린이·청소년 100원 버스요금 공약 홍보물. ⓒ 이상천 후보
이상천 후보의 어린이·청소년 100원 버스요금 공약 홍보물. ⓒ 이상천 후보

김창규 후보는 외국기업 투자유치 다음으로 이 후보 못지않은 체류형 관광 추진을 공약했다. 구체적으로는 시내권에 여러 개발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세계희귀민물고기수족관, 세계나비정원, 한방스파휴양리조트, 파크골프장 10개를 시비와 도비 등으로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림지 주변에 대규모 한옥 호텔은 민자를 유치해 짓겠다고 밝혔다. 충북관광공사가 만들어진다면 제천에 유치하겠다는 이상천 후보와 달리 제천시가 직접 관광공단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선거공보물을 통해 모든 계획을 “임기 내 완료”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예산계획은 적지 않았다. 김창규 후보 캠프 김혜균 총괄은 “한방스파휴양리조트 등은 투자자가 예정된 사업이 아니”라면서 “희귀민물고기수족관은 단양에 있는 비슷한 사업을 참고해 시가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관광지 개발사업은 제천시 서부동 등 낙후한 지역에 지어 체류형 관광은 물론 시내 공동화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달성 후보는 핵심공약으로 ‘자립지원전세주택’을 제시했다. 제천시가 아파트를 매입해 청년세대와 저임금 노동자에게 무상으로 전세를 주고, 임대료 대신 적금을 들게 해 이자소득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김 후보는 시립요양원 건립도 약속했다. 시내에 일방통행 노선과 버스 전용노선을 확대해 유휴 부지를 만들어 노상주차장과 녹지휴식공간으로 이용하는 등 보행자 중심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공약이 많지 않고, 시립요양원 설립을 제외하면 규모가 큰 개발사업도 제시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답변서를 통해 모든 공약 이행에 75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자체장 권한 밖이거나 법적 근거 애매한 공약도

이상천 후보는 교육 공약도 적지 않게 발표했다. 초·중·고등학교 수학여행비를 지원하고, 초등학교 입학축하금, 중·고등학교 체육복을 지원한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교육청의 협력을 얼마나 잘 끌어낼지가 관건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18년 선거 당시에도 고등학교 무상급식과 교복비를 지원을 공약했다. 하지만 당선 뒤 한 달 만에 열린 공약 검토보고 회의에서 교육청 업무여서 “시의 역할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공약관리 제외 목록에 무상급식과 교복비 지원사업이 들어가 있다. ⓒ 제천시
공약관리 제외 목록에 무상급식과 교복비 지원사업이 들어가 있다. ⓒ 제천시

이상천 후보는 응급분만 임산부를 이송할 수 있는 확장형 대형 구급차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도 기초지자체장에게는 권한이 없어 지역소방본부 업무를 관리하는 충청북도와 협의해야 한다. 이 후보는 답변서나 선거공보물, 온라인 공간 등을 통해서 공약 이행을 위해서 어느 기관과 어떻게 협조하겠다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김창규 후보는 제천무역진흥공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실치 않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할 수 있는 지방공기업의 범위는 한정돼 있다. 수도와 하수도, 주택, 지방도로, 토지개발사업 등 10가지다. 다만 ‘경상경비의 50퍼센트 이상을 경상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 사업’이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나 지역개발의 촉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업’이라면 10가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조례를 제정해 공기업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민간인의 경영 참여가 어려운 사업’이어야 한다. 공기업 설립 심의와 지원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민간에서는 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민간에 맡겨서는 난개발이나 과도한 경쟁이 우려되는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지방공기업평가원의 타당성 검토를 받아 광역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공약 수, 확정 여부 알 수 없어

이상천 후보와 김창규 후보는 공약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약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5대 공약’을 제출받아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하고 있다. 이상천 후보는 5대 공약 1번으로 체류형 관광을 명시한 뒤 서로 다른 세부 과제 4개를 제시하는 등 모두 15개 세부 공약을 썼다. 김창규 후보는 거의 모든 공약을 5개로 분류해 33개를 넣었다. 김달성 후보는 5개를 정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민선 7기 기초지자체장의 5대 공약을 분석한 결과 평균 공약 수는 26.7개였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5대 공약을 발표하게 하는 건 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밝히라는 뜻이기도 하다”며 “어떤 공약이 우선이고 나중인지 구분해주지 못하면 변별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전체 공약 수를 확정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이상천 후보 측은 답변서를 통해 “공약 세부 내용 및 예산 추계는 최종적으로 당선 뒤 검토될 사안”이라며 “현재까지 발표된 공약을 중심으로 답변한다”고 밝혔다.

이상천 후보도 김창규 후보와 같은 날 MBC충북 ‘후보자 탐구생활’에 출연해 “의림지부터 나오는 수로를 만들어 드림팜랜드를 거쳐 시내까지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림지와 도심의 해발고도가 200미터가량 차이 나 자연력만으로도 물의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선거공보물과 개인 블로그 등 어디에도 관련 내용이 공표되지 않았다. 이상천 후보 캠프의 엄태섭 정책실장은 “공약화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모든 공약을 확정 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창규 후보는 선거공보를 통해 공약 40개를 공개했고, 김달성 후보는 공보물을 통해 공약 18개를 공표했다. 당선 뒤 공약 파기나 변경 방법에 관한 질문에 이상천 후보는 “관련 위원회 심의 및 시민의견 수렴 뒤 변경을 확정하겠다”고 답변했고, 김달성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답변서를 보내지 않은 김창규 후보는 <단비뉴스>와 통화에서도 이 질문을 포함한 세부 질문 모두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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