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정달성 광주광역시 북구 구의원

‘마을활동가’가 구의원이 됐다. 마을활동가는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 일종의 ‘조정자’다. <단비뉴스>는 지난달 22일 정달성 광주광역시 북구 구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2009년부터 정월대보름 한마당행사위원장으로 마을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주민자치를 이끄는 마을활동에 “매력을 넘어선 마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마을발전소장으로서 마을 쓰레기 문제, 안전 보행로 등 마을 의제를 주민과 함께 발굴하고 해결해왔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 광주광역시 북구 라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11,734표, 38%의 득표율로 의회에 입성했다. 사람들은 일꾼을 잃었으니 마을의 손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의원 한 명이 있고 없고 차이는 관련 행정부서가 실제로 그 일을 처리 하느냐 마느냐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준다”며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북구의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기자와 만난 정달성 구의원. 손민주 기자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북구의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기자와 만난 정달성 구의원. 손민주 기자

지방의회에 진출한 마을활동가

정 의원은 2009년 용봉골 정월대보름 초대 한마당행사위원장을 맡으며 마을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그후 13년간 광주 북구 용봉동에서 마을 행사를 주최하고 주민자치 활동을 이끌어왔다. 2014년에는 시민단체 ‘생활정치발전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전업 마을활동가가 됐다. 지금의 ‘마을발전소’다. 정 의원은 주민들과 함께 마을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자원순환본부’와 ‘클린하우스’를 만들고 초등학교 주변을 중심으로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그린로드’ 조성 사업을 이끌었다.

광주광역시 용봉동에 위치한 자원순환클린하우스. 죄측에 보이는 초록색 보도는 어린이 통학로를 눈에 잘 보이게 만든 ‘그린로드’다. 손민주 기자

정 의원은 마을활동이 지속되려면 “운영을 위한 재정적 지원들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을활동가 시절에는 마을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에 건의했지만 “검토해 보겠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는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정 의원은 “주민이 결정한 민원을 해결하고 제도화하는 게 의회의 일”이라고 말했다.

마을 일꾼이 의회에 가버리면 되느냐는 우려에는 “마을 활동가들이 얼른 빠지고 새롭게 또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마을 활동이 일부 활동가만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2014년부터 마을활동의 거점으로 삼았던 마을발전소 소장직을 올해 초 다른 활동가에게 넘겨주었다.

1만 개 의견이 모이는 주민총회

전업으로 마을활동에 뛰어들기 전, 정 의원의 직업은 평화통일교육센터 센터장이었다. ‘북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주민의 기부금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스스로 민주, 평화, 인권, 통일의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 활동가’라고 자부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정한 마을의 의제는 정 의원이 소중하게 생각해오던 ‘가치’와 동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저도 놀랐던 게 1등 의제가 하필 쓰레기 문제였어요. 사실 저는 평화와 인권, 민주적 가치 이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이에요. (주민총회 의제와 관련해) 마을 곳곳에 투표 포스터를 붙였는데 스티커가 만 개가 넘게 붙은 거예요. 제가 너무 형식적으로 운동을 해왔구나 하는 반성을 많이 했어요.”

정 의원은 집행위원장으로서 2017년부터 5년 동안 ‘용봉마을 주민총회’를 이끌었다. 등록비 천 원을 낸 주민 1% (400명) 이상의 총회인단 투표를 받았다. 마을의제를 하나 선택하는 투표 포스터를 마을 곳곳에 붙여 주민 1만여 명의 의견까지 반영했다. 총회에서 결정된 마을 의제가 곧 정 의원의 활동 주제가 됐다.

정 의원은 ‘용봉동 쓰레기 해결단’을 결성해 부단장을 맡았다. 그가 소장을 맡았던 생활정치발전소를 거점으로, 뜻있는 주민과 함께 활동했다. 활동은 봉사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안정화했다. 시민참여예산 제도를 통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클린하우스’를 만들고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하여 인력을 확보했다. 제법 커진 사업을 상시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자원순환본부’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은 가치를 지향하는 활동 못지않게 주민자치의 매력을 느꼈다. 그는 “‘민주’라는 가치가 거대 담론이 아니에요. 주민총회를 잘 운영해 나가며 주민들은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어요”라며 “결국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주민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2021년 광주 용봉동 비엔날레호수공원에서 열린 주민총회에서 의사 진행을 하는 모습. 정달성 제공

“정당보다 중요한 건 주민이 느끼는 정치 효능감”

구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 최소 2명에서 5명이 당선되는 중대선거구제다. 정당도 의석수에 맞게 후보 여러 명을 공천한다. 정 의원은 3인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첫 번째 후보가 됐다. 정 의원이 속한 광주 북구의회 의원 20명 중 17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광주광역시 지방선거 당선자 중 경쟁자가 없는 ‘무투표 당선인’도 12명이나 됐다. ‘경선이 곧 결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지도가 높은 정당의 후보가 되면 본 선거에서도 유리하다 보니 기초의원들이 주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정당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시기가 가까웠고, 많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이 대통령 선거인단 모집과 유세 등을 도왔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나름의 소신이 있다.

“(당내 역할을 하느라) 기초의원들이 주민들에게 효능감을 주는 활동을 못 한다는 것은 다 핑계라고 생각해요. 정치인들은 주민들을 위해서 뭔가 하겠다고 출마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럼 그걸 하면 돼요. 중앙당도 반대하지 않아요. 그 이외에 (중앙당이) 임무를 주는 것 때문에 효능감 있는 정치를 못 한다면, 미안하지만 정치를 안 해야죠.”

정 의원이 광주 북구 주민자치회가 공동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손민주 기자

정 의원은 인터뷰 중 여러 차례 ‘효능감’을 강조했다. 마을활동을 통해 그가 얻은 정치적 자산도 주민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효능감이다. 정 의원이 마을활동 중 주민에게서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말도 “이사 안 가련다”는 말이다. “어제 학부모 임원 모임을 했는데 한 분이 원래 3학년까지 다니고 아이를 전학시키려고 그랬대요. 그런데 통학로에 안전로드가 깔리고 마을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이사 갈 마음을 접었다고 하셨어요.” 효능감을 느껴 마을을 떠나지 않은 주민들이 정 의원의 든든한 지원군인 셈이다.

“북구를 주민자치특구로 만들고 싶다”

인터뷰 전날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례회 5분 발언을 인용한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이렇게 적었다. “지방자치의 세 축인 민·관·정 중 하나인 ‘의회 자치’가 잘 세워져서 가장 중요한 '주민자치'가 더 활성화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 의원에게 주민자치를 지원할 계획을 물었다. 그는 “북구를 ‘주민자치특구’로 만들거나 제 선거구에 있는 동들만이라도 ‘주민자치특례동’ 같은 형태의 주민자치 모델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조례를 통해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주민자치회란 마을 문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 해결하는 조직이다.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방자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안전부 시범사업에 따라 한시적으로 확대됐다. 정 의원은 “마을 공동체 활동들이 모이는 정점에 주민자치회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3가지를 조례에 담을 계획이다. 주민자치회 상근 인력 지원과 주민총회 정례화, 그리고 총회에서 나온 의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정 의원은 마을 활동이 일부 활동가들의 전유물이 되게 하지 않기 위해선 주민이 정한 의제를 직접 해결하는 ‘민관정 협치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구의원 당선 후 당선인사 겸 아침 등굣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달성 제공
정 의원이 구의원 당선 후 당선인사 겸 아침 등굣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달성 제공

마지막으로 초선의원으로서 포부를 물었다. 정 의원은 “임기를 마쳤을 때 ‘한결같더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특별한 일이 없어도 상시적으로 주민들을 계속 만나고 또 더 내공 있는 활동가,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1년간은 공부하는 의원으로 지내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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