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시민이 바란다] ② 의료 분야

충북은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역이다. 출생 후 0세부터 몇 살까지 살 것인지 기대하는 평균 생존년수인 ‘기대수명’은 전국 최하위다. 평균수명 중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 기간인 ‘건강수명’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1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이러한 수치를 이루는 건 사람이다. 충북 유권자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과 ‘생존’을 원한다고 말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인 어려움과 요구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단비뉴스는 충북 충주, 제천, 옥천, 괴산에 거주하고 있는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 현경아
단비뉴스는 충북 충주, 제천, 옥천, 괴산에 거주하고 있는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 현경아

믿을 수 있는 의료시설 부족

임성호(충주·55) 씨는 2011년 폐와 신장을 이식받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피해자였다. 지난해 임 씨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당시 고열과 구토 증세가 심했고 무엇보다 폐 이식환자였기에 불안감이 컸다. 그의 아내 이재남(충주·43) 씨는 증상이 심해지는 남편을 보며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가 사는 충주시 용산동과 가까운 병원은 충주의료원과 건국대 충주병원이다. 그러나 충주의료원에는 호흡기내과가 없어서 갈 수 없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임 씨의 입원을 거부했다. 위험도가 높은 이식환자였기 때문이다. 3일 동안 몇몇 병원을 전전하다 보건소 직원의 추천으로 오송 베스티안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베스티안 병원은 집에서 1시간 반 가까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 이 씨는 “충주의료원이 충주에서는 큰 병원에 속하는데도 호흡기 내과가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임 씨의 폐에 기흉이 생겼다. 호흡기 내과가 있는 건국대 충주병원에 한 달 가량 입원했다. 이식받은 폐였기에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병원에서는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수술을 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결국 한 달 동안 가슴 쪽에 관을 꽂은 채로 입원만 해 있다가 서울아산병원에 가서야 ‘흉막유착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지역에 언제든 믿고 갈 수 있는 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남편이 폐 이식환자다 보니까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을 때 가까운 병원에서 가서 응급 처치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결국은 의료 인력 확충의 문제

현재 충주의료원은 292병상에 전문의 33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웃의 청주의료원도 정신과병동을 제외하고 종합병원 기능을 하는 병상은 200병상 규모로 전문의는 43명이다. 서울의료원이 630여 병상에 전문의 143명인 것에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서울의료원에 있는 수련의나 전공의도 충주나 청주에는 없다. 

지난 4월 충북은 국비 86억 원과 도비 80억 원을 들여 청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설을 개선하고 장비를 보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장비를 보강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고 지적한다. 양승준 보건의료노조 충북지역 본부장은 “시설 위주의 지원에서 벗어나 인건비나 경상비 같은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충북의 보건 분야 예산은 전체의 2.3%다. 지난해 2.2%에 비해 0.1% 포인트 증가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6일 충북도청 앞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주최로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전국 순회 캠페인이 열렸다. ⓒ 이정민
지난 6일 충북도청 앞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주최로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전국 순회 캠페인이 열렸다. ⓒ 이정민

2020년 충북이 조례를 만들어 설치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박종혁 단장은 충북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것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지난해 충북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은 49명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한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강원도는 267명이고, 전북은 235명이다. 그러나 의대 정원은 국가 차원에서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당장 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장학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충북은 지역의 공공 간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의료원 공공간호사 장학금 지원’을 시작했다. 충북대를 비롯한 도내 13개 대학과 충주의료원과 가까운 2개 대학의 간호학과 학생 40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선발된 간호사들은 졸업 후 2년간 청주의료원이나 충주의료원에서 의무 복무를 하게 된다. 박 단장은 “앞으로 선발하는 공공간호사 수를 늘리고 지원 범위를 확대해 의과대학에도 이런 장학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내 응급의료센터는 청주에 편중돼

충북은 응급센터가 청주에 몰려있다. 권역 응급의료센터는 청주에 있는 충북대병원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나 기관은 모두 15군데지만 이들 중에서도 6곳이 청주에 있다. 응급상황에서 갈 수 있는 선택지의 40%가 한 지역에 몰려 있는 셈이다. 반면 단양, 증평, 보은에는 응급센터가 아예 없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20년 발표한 공공보건의료통계집을 보면 충북의 관내 의료이용률 가운데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용률은 55%에 불과하다. 관내 의료이용률이란 해당 지역 주민 환자가 지역 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을 뜻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해당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전국 평균이 68%, 강원이 86%인 것에 비해 충북은 관내 응급의료센터 이용률이 매우 낮다. 

충북도의 응급의료센터와 기관 분포 상황. 청주에 몰려있고 단양군, 증평군, 보은군에는 없다. ⓒ 이정민
충북도의 응급의료센터와 기관 분포 상황. 청주에 몰려있고 단양군, 증평군, 보은군에는 없다. ⓒ 이정민

노정섭(61) 씨는 충북 제천 토박이다. 병원을 한번 다녀오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제천에서 서울 강남까지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건강검진에서 경동맥이 막혀 있는 걸 발견한 후 서울 강남 세브란스 병원으로 통원치료를 다닌 지 1년이 됐다. 두 달에 한 번씩 노 씨는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이 넘게 걸리는 병원을 간다. 

그는 병원에서 아스피린과 혈전약을 받아온다. 혈전약을 복용하면 피가 잘 안 멈추는 속성이 있어, 이를 뽑거나 간단한 시술을 할 때도 담당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노 씨는 제천에서 임플란트를 다시 시술받기 위해 강남에 있는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한 후 소견서를 받아왔다. 제천에서 할 수 있는 진료임에도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셈이다. 

지난해 경동맥이 막혔다는 진단을 받고 그는 적잖이 놀랐다. 운 좋게 건강검진으로 발견할 수 있었지만,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 응급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제천에는 심뇌혈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부터 제천·단양 공공의료강화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직접 뇌혈관 문제를 겪으니 지역에서 치료를 못 받는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2020년 기준 충북은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표준인구 10만 명당 23명이다. 서울이 18명, 전국 평균 20명인 것에 비해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높다. 뇌혈관질환에서 핵심은 치료에 착수하는 속도다. 충북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을 말하는 치료가능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제천이나 단양에서 심뇌혈관센터를 찾을 경우 가장 가까운 병원은 강원도에 있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다. 제천역에서 출발할 경우 기차와 버스 환승으로 1시간이 넘게 걸리고 차로는 40분 가량 걸리는 거리다. 심뇌혈관센터가 갖춰진 병원은 충북에 몇 군데 안 되고, 그나마 두 지역에 몰려있다. 청주에 있는 충북대병원과 한국병원, 하나병원과 충주에 있는 충주의료원과 건대 충주병원이 전부다. 그마저도 건대 충주병원에서 최근 심장내과 교수가 전원 사직해 의료진이 공백인 상태다. 그나마 오는 12월 제천 명지병원에 심뇌혈관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노 씨는 제천 명지병원에 심뇌혈관센터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시민으로서 고맙게 생각하지만 지자체 차원의 재정지원을 통해 센터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병원 없는 지역에 보건소 기능 강화 필요

충북은 의료시설 자체가 부족하다. 보은, 영동, 증평, 괴산, 음성, 단양에는 종합병원이 아예 없다. 2020년 기준으로 시도별 의료기관 수를 비교했을 때 충북의 종합병원 수는 인구 백만 명당 7.5개로 인구가 비슷한 강원의 9.07개에 비해서도 적다. 

자녀 둘을 키우는 39살 A씨는 작년 8월에 옥천군 청성면으로 이사를 왔다. 도심 아파트에서 살았던 그는 자연과 가까워진 생활에 만족한다. “성냥갑 같은 집에서 지내다가 트인 데 와서 좋죠. 청정지역이라 두꺼비, 도룡뇽, 맹꽁이 등등 처음 보게 된 것도 많아요.” 그러나 단 한 가지,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것이 문제다. 옥천군 청성면에는 병원은 물론 약국조차 없다. 청성보건지소가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A씨는 보건지소를 방문해도 매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배탈이 나거나 벌레에 물려서 가면 그건 치료가 안 되니까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해요. 그럼 보건지소가 대체 왜 있는 거죠?” 보건지소에서는 간단한 혈액검사나 예방접종조차도 해주지 않았다.

옥천군에는 입원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옥천성모병원밖에 없다. 나머지는 의원급 병원이나 요양병원, 정신병원이다. 지도에서 빨간 부분이 옥천성모병원, 나머지는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이다. ⓒ 이정민
옥천군에는 입원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옥천성모병원밖에 없다. 나머지는 의원급 병원이나 요양병원, 정신병원이다. 지도에서 빨간 부분이 옥천성모병원, 나머지는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이다. ⓒ 이정민

가까운 종합병원은 영동군에 있는 영동병원이다. 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을 생각하면 삼십 분이 넘게 걸리는 이동거리는 주민에게 심적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노인이나 아이에게는 언제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 거잖아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이 가까이에 없으니까 불안해지더라고요.” 그는 충북도지사에게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바란다. 적어도 보건지소에서 기본적인 진료는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네에 있는 보건지소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는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마음 놓고 살고 새로운 사람 유입도 가능하겠죠. 병원 하나도 제대로 안 해놓고 사람만 유치하려고 하면 그게 될까요?” 

올해 5월 기준으로 충북은 총인구 159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30만 명을 넘어 전체의 18.9%를 차지한다. 65세 이상인 고령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이면 초고령화사회로 분류하는데, 충북은 이에 근접하다. 괴산에서 노인학교 교장을 지내는 김언수(46) 씨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부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사일을 하다 보면 관절이 상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약을 처방하는 것보다 예방이나 재활체계, 노인 맞춤형 근력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건소에서 담당하는 생활보건 영역의 역량 강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지역 노인을 위한 기초적인 보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MBC충북에서 충북도지사 후보자 첫 TV토론회가 열려 공약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 MBC충북
지난달 28일, MBC충북에서 충북도지사 후보자 첫 TV토론회가 열려 공약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 MBC충북

충북도지사 후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후보는 주요 의료공약으로 응급의료 전용 닥터헬기를 내걸었다. 제천·단양권의 공공의료 기반 확대를 위해 종합병원급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 후 시설과 장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민의힘 김영환 후보는 의료비 후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에서 설립하는 ‘착한은행(가칭)’에서 도민의 의료비를 대납하고 환자가 무이자 장기할부 방식으로 갚아 나가는 방식이다.

충북은 당뇨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나 치료가능사망 비율이 전국 평균에 비해 크게 높다. <단비뉴스>가 만난 지역 주민들은 응급상황에서의 빠른 처치가 가능해질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원하고 있었다. 또 가까운 1차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의료는 기본적인 거잖아요.” 삶의 기본이 지켜지길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희망이다.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이런 주민들의 희망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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