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팩트체크 주간] “팩트체크는 현대 사회의 필수 교양”

‘생분해 플라스틱’은 정말 100% 분해가 되는 걸까?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팩트체크 하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2021년 청소년 팩트체크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목포혜인여고 팀은 ‘생분해 플라스틱 100% 분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내용은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공동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주간 세 번째 콘퍼런스인 ‘시민 참여’ 부문에서 발표됐다. 

이 팀을 대표해 발표한 이하린 씨는 자신들이 왜 이 내용을 검증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어떤 검증 도구를 사용했고 어떤 근거로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차례로 발표했다. 팩트체크가 전문 언론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이하린 씨는 당시 ‘100% 생분해’라는 문구를 검증대상으로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이하린 씨는 팩트체크 검증대상을 결정할 때 시의성, 근접성, 영향성, 흥미성, 신기성, 저명성 같은 여섯 가지의 뉴스 가치를 고려해 ‘100%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문구를 검증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하린 씨는 팩트체크 검증대상을 결정할 때 시의성, 근접성, 영향성, 흥미성, 신기성, 저명성 같은 여섯 가지의 뉴스 가치를 고려해 ‘100%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문구를 검증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씨는 팀원들과 팩트체킹을 했던 목표가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며 뉴스의 가치를 결정하는 여섯 가지 척도로 시의성, 저명성, 영향성, 신기성, 근접성, 흥미성을 검증대상 선정 기준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증 도구는 ‘신뢰도’를 바탕으로 선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도자료나 환경부 보도자료,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등의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발행한 자료와 학술지를 참고해 검증에 필요한 내용을 수집했다. 근거 수집과 분석 단계에서는 시민단체 ‘녹색연합’의 보고서 ‘플라스틱 이슈 리포트’를 참고해 생분해 플라스틱의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검증을 시작했다. 이어서 생분해 플라스틱의 종류와 각각의 분해 조건을 알아보고 ‘생분해 플라스틱이 종류와 매립환경에 따라 분해 정도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웠다.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참고해 검증을 이어갔다. 자연환경에 따른 생분해 플라스틱의 분해도 차이는 영국 폴리머스 대학의 해양환경학자 이모젠 내퍼(Imogen Napper) 박사의 실험 결과를 참고했다. 전문가의 자문과 연구 결과를 참고하면서 생분해 플라스틱 ‘100% 분해’라는 문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이 씨는 청소년들을 향해 “팩트체킹은 마냥 어려운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팩트체크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필수 교양’

교사직을 은퇴한 시민 팩트체커인 김광훈 씨는 시청자미디어재단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시니어 팩트체크 기자단 교육을 받았다. 팩트체크가 필요한 이유를 배우고, 팩트체킹을 통해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교육 과정을 마친 뒤 팩트체크넷에서 3기 시민 팩트체커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팩트체크넷이 신설한 ‘대한민국 팩트체크상’에서 지난해 김 씨가 작성한 <국가채무가 4년간 무려 400조원이나 늘었다고요?> 기사가 시민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민 팩트체커인 김광훈 씨가 팩트체크넷에 등재되어 있는 팩트체크 과정 도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팩트체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시민 팩트체커인 김광훈 씨가 팩트체크넷에 등재되어 있는 팩트체크 과정 도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팩트체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 씨는 이제 팩트체크는 “현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교양”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팩트체크 기사를 작성한 과정을 보여주며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팩트체크 방법을 설명했다. 먼저 SNS나 커뮤니티 게시글, 정치인의 발언, 각종 실생활 정보들이 허위정보라고 판단되면 원문을 확인하고 그것이 사실인지 주장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누군가 팩트체크한 것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검증 대상을 정리한 진술문을 작성해야 한다. 이때, 하나의 진술문에는 하나의 검증 대상만 있어야 한다. 이후 필수자료를 수집하고 검증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김 씨는 “제자들이 사는 세상은 조금 더 투명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면서 그것에 도움이 되는 팩트체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편향되지 않고 균형 있게 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팩트체커를 양성하는 교육의 힘

시민들이 이런 팩트체크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제4회 팩트체킹 공모전에서 학생들의 수상을 이끌어낸 경기도 성남시 이우고등학교 오인선 교사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팩트체킹을 지도한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실제 수업 사례를 발표하며 어떻게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학생들의 관심과 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오 씨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를 ‘사용’하는 교육은 기존에 많았지만, 미디어를 ‘읽는’ 교육은 적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지식이나 기능 교육이 아닌 가치, 태도와 연결된 교육이다. 따라서 친구들과의 협업, 토론을 통해 자기 안의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지식을 스스로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현직 언론인인 구본권 기자의 책 <뉴스를 보는 눈>을 선정해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언론의 책임, 뉴스 가치 등을 토의했다. 그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세상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설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교육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극복하는 담론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인선 교사는 학생들의 주체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학습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오인선 교사는 학생들의 주체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학습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미디어강사협회(kaMel) 소속 유경혜 강사는 비판적 태도의 일상화를 교육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팩트체크 자료를 개발하는 과정과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팩트체크 교육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노인 대상의 교육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은 92.8%지만, 역량, 활용 수준은 각각 53.7%와 71.4%다. 유 강사는 “고령층 노인들이 미디어 속 의도된 메시지에 속아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느 세대보다도 정보 판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종합 조사한 결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종합 조사한 결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 강사는 한국미디어강사협회에서 개발한 ‘체크톡’을 설명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체크톡은 체험 게임 형식의 팩트체크 콘텐츠다. 메신저 앱을 통해 전달된 다양한 정보를 이용자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팩트체크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메신저로 받은 정보를 공유할 것인지, 팩트체크할 것인지 이용자가 선택하며 정보판별법을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4일 시작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콘퍼런스는 8일까지 계속된다. 6일 시민 참여 부문의 발표 내용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인 <체카TV>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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