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팩트체크 주간] 팩트체크 미디어와 기술 혁신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 두 번째 날인 5일에는 ‘미디어’와 ‘혁신’을 주제로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유튜브 채널 <체카TV>에서 생중계된 이날 행사의 ‘미디어 세션’에서는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이끌고 있는 주요 매체 또는 기관의 대표들이 강연했다. ‘혁신 세션’에서는 인공 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국내외 사례가 소개됐다.

시민이 팩트체크의 주체인 팩트체크넷

이날 발표 가운데 ‘팩트체크넷’의 사례는 여러모로 눈길을 끌었다. 팩트체크넷은 2020년 11월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와 함께 만든 온라인 플랫폼이다. 팩트체크넷은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팩트체크를 해나가는 크라우드소싱 팩트 체킹 플랫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시민들이 전문가와 함께 직접 참여하는 팩트체크를 시도하고 있다.

김세옥 팩트체크넷의 상임이사는 ‘객체에서 주체로’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언론인, 전문가, 시민이 소통과 협업을 통해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시민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접한 정보 가운데 의심 가는 것을 팩트체크 주제로 팩트체크넷에 제안하면, 시민과 함께 언론인 및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사실을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허위정보를 판명할 뿐만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도 기르게 된다.

▲ 김세옥 팩트체크넷 상임이사가 ‘크라우드 소싱 팩트체크’의 철학을 설명한 자료.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 김세옥 팩트체크넷 상임이사가 ‘크라우드 소싱 팩트체크’의 철학을 설명한 자료.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이러한 팩트체크의 단계 하나하나가 시민과 전문가, 그리고 언론인의 소통 매개체가 된다. 이를 통해 시민은 하나의 정보를 이용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된다. 결국 팩트체크넷은 시민이 어떤 정보를 얻었을 때, 그냥 받아들이는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검증된 정보에 근거해 의견을 형성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도록 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속보 기사에 파묻히는 맥락 정보

이어 강연에 나선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2017년 6월 국내 최초의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를 설립하여 운영해온 경험을 이야기했다. ‘전문 팩트체크 언론으로 살아남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김 대표는 속보 중심으로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외신의 경우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아니더라도 기사 하나에 하이퍼링크나 사진, 동영상을 다수 삽입해 어떤 맥락에서 기사가 나왔는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속보 위주의 보도만 내놓고 있어, 맥락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기사의 완결성을 위해서 하이퍼링크,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맥락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말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 기사의 완결성을 위해서 하이퍼링크,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맥락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말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다만, 김 대표는 팩트체크에 관한 잘못된 믿음도 경계했다. 팩트체크를 통해 허위 정보를 완벽히 근절하겠다는 접근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해나 왜곡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정보를 모두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가치는 허위 정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허위 정보에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사회적으로 공유하여 허위 정보에 대한 항체를 갖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정치 정보 검증에서 사회 정보 검증으로

뒤이어 강연에 나선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은 국내 팩트체크의 성장과 진화 과정을 직접 겪으며 이끌어왔다. 정 센터장은 SNU팩트체크 센터가 출범했던 2017년 무렵에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진영 대립과 허위 정보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정치적 허위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 주로 정치인 또는 공직자의 토론, 연설, 인터뷰 발언을 검증하는 것이 초창기의 주요 작업이었다.

▲ 정은령 ‘SNU펙트체크’ 센터장. SNU펙트체크는 한국 최초의 팩트체크 플랫폼이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 정은령 ‘SNU펙트체크’ 센터장. SNU펙트체크는 한국 최초의 팩트체크 플랫폼이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그런데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에는 사회 분야의 허위 정보를 검증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정 센터장은 말했다. 예컨대, 2020년 1월 20일부터 2022년 2월 말까지 이 센터가 검증한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는 52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77%는 인터넷 공간의 루머였고, 22%는 잘못된 언론보도에 대한 검증이었다. 허위 정보의 주요 출처가 디지털 공간이긴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비중으로 기성 언론도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팩트체커를 위한 도구의 등장

미디어 세션에 이어 열린 혁신 세션에서는 국내외 인공지능 기술이 소개됐다. 특히 영국 최대 팩트체크 기관이자, 팩트체크를 전 세계에 전파한 주역으로 평가받는 <풀팩트>의 앤드류 더드필드 팩트체킹팀 총괄이 발표에 나섰다. 올해로 설립 11년을 맞은 <풀팩트>는 팩트체크를 개선할 기계학습과 AI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풀 팩트에서 제작한 팩트체크 자동기술인 '알파'(Alpha)를 설명하는 앤드류 더드필드.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 풀 팩트에서 제작한 팩트체크 자동기술인 '알파'(Alpha)를 설명하는 앤드류 더드필드.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알파’(Alpha)라는 자동기술 프로그램이다. 알파는 신문사, 소셜 미디어, 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식별하고, 수천 개의 진술을 포착해 무엇을 팩트체크할 것인지 가려낸다. 또한 팩트체크 절차를 일부 자동화해 팩트체커를 돕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은 팩트체크의 신속성을 높였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풀 팩트>는 아프리카의 <아프리카 체크>, 남미의 <체키아도> 등 다른 나라의 팩트체크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더드필드 총괄은 “팩트체크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파트너쉽이 중요하다”며 협력을 촉구했다.

허위 정보 범람 시대, 인공지능의 역할

뒤이어 스페인의 팩트체크 기관 <뉴스럴>의 최고 책임자인 루벤 미게즈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팩트체크를 소개했다. 미게즈 책임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팩트체크의 신속성을 높이면서 기자들의 업무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인공 지능 기술을 통해 정치인 400여 명의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 하는데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영상에도 적용된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 30분 분량의 영상을 2초 만에 분석하여 팩트체크 필요한 진술 23개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 AI로 정보 검증을 시연중인 뉴트럴의 루벤 미겐즈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 AI로 정보 검증을 시연중인 뉴트럴의 루벤 미겐즈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국내에서도 팩트체크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팩트체킹하는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이준환 서울대 교수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 인터넷 뉴스 데이터를 활용한 ‘한국형 팩트체킹 인공지능’을 소개했다. 한국어를 적용한 최초의 인공지능 팩트체킹 기술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아직 여러가지 한계점이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제2회 팩트체크 주간’은 8일까지 개최된다. 모든 강연과 발표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 <체카TV>를 통해 실시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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