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팩트체크 주간] 개막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한국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하는 제2회 팩트체크 주간이 <시력 2.0 : 진실을 보는 힘,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4일 시작됐다. ‘시력 2.0’은 물체의 존재나 형상을 인식하는 눈의 능력인 시력의 가장 좋은 수치를 말한다. 거짓과 사실을 구분하는 분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제목이다. 온라인 콘퍼런스는 4일부터 금요일인 오는 8일까지 진행된다.

개막식에서는 미국 듀크대학교 샌퍼드 공공정책대학의 빌 어데어 교수가 <팩트체크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빌 어데어 교수는 팩트체크가 처음 등장한 199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과 30년 만에 정보 과잉으로 접어든 디지털시대를 비교하며, 급변한 환경에서 저널리즘으로서의 팩트체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6년과 2020년 미 대선을 통해 가짜뉴스가 사업적 목적으로까지 활용된 사례를 설명하며 가짜뉴스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 팩트체크의 중요성 커져”

▲ 기조 강연을 한 미국 듀크대학교 샌포드 공공정책대학의 빌 어데어 교수. 미국 3대 팩트체커인 폴리티팩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편집장이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 기조 강연을 한 미국 듀크대학교 샌포드 공공정책대학의 빌 어데어 교수. 미국 3대 팩트체커인 폴리티팩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편집장이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어데어 교수는 “(팩트체크 사이트는) 지난 2014년에 비해 44개 늘어나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353개가 활동하고 있다”며, “한국에도 11개의 팩트체크 기관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팩트체크 기관 수가 증가한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이러한 증가는 팩트체크가 아주 중요한 형태의 저널리즘으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어데어 교수는 이어 “사람들의 정치적 정보 수용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팩트체크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은 ‘팩트체크 웹사이트 방문 가능성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그 이유로 강한 정파적 정서와 미디어에 대한 신뢰 부족을 들었다.

▲ 어데어 교수는 듀크대에서 새롭게 실험 중인 ‘스쿼시’(SQUASH)라는 이름의 팩트체크 자동화 기술도 소개했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 어데어 교수는 듀크대에서 새롭게 실험 중인 ‘스쿼시’(SQUASH)라는 이름의 팩트체크 자동화 기술도 소개했다.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듀크대에서 실험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뉴스 소비자들에게 팩트체크를 전파하기 위해 자동화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데어 교수는 어떤 사람이 정치적 메시지를 받는 즉시 팩트체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자동화된 도구인 ‘스쿼시’(SQUASH)를 소개했다. 가령 정치인 연사가 토크쇼에서 이야기할 때, 화면 오른쪽 하단에 일종의 ‘진실게이지’(Truth-O-Meter)를 띄워서 필요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음’ 같은 메시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어데어 교수는 “정치인은 이전에 검증이 끝난 주장을 반복해서 말하기 때문에 스쿼시 같은 실시간 팩트체크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쿼시의 작동방식에 대해서는 “실시간 팩트체크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공개된 팩트체크 데이터베이스와 그 사람이 한 말을 비교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관련된 팩트체크를 찾으면 화면에 띄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먼저 정치인이 한 말을 음성 파일을 거쳐서 텍스트로 변환시킨 다음 그 속에서 팩트가 아닌 주장을 걸러낸다. 이 내용을 검색엔진이자 분석 도구인 ‘일래스틱서치’라는 툴을 이용해 이전에 미국의 3대 팩트체크 서비스에서 공개한 팩트체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이 직접 화면에 표시할 가장 좋은 팩트를 선택한다.

어데어 교수는 아직은 스쿼시가 몇 가지 한계와 과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할 때 정확도가 높지 않고, 팩트체크 데이터베이스에 충분한 팩트체크 정보가 쌓여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사용자들이 보기 쉽도록 가장 효과적인 화면 표시 방법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데어 교수는 스쿼시 이외에도 ‘팩트를 공유하세요’(Share the Facts)라는 도구도 소개했다. ‘팩트를 공유하세요’는 아마존에서 만든 AI 스피커인 에코를 위해 만든 최초의 팩트체크 앱으로 사용자가 에코에게 질문을 하면 데이터베이스에서 팩트체크된 내용을 가져와 답을 해주는 것이다. 가령, 정말 북한에 긴 주유 대기 줄이 있는지, 혹은 도널드 트럼프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팩트 스트림’이라는 아이폰용 앱도 있다. 팩트스트림은 3대 팩트체크 서비스에서 업데이트한 최신 팩트체크 목록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팩트체크는 흥미롭고 활기 넘쳐야 한다”

▲ 가장 엉뚱한 거짓말에는 ‘새빨간 거짓말’ 표시가 붙는다. 팩트체크도 유머러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빌 어데어 교수가 소개한 폴리티팩트의 진실게이지 화면.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 가장 엉뚱한 거짓말에는 ‘새빨간 거짓말’ 표시가 붙는다. 팩트체크도 유머러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빌 어데어 교수가 소개한 폴리티팩트의 진실게이지 화면. ⓒ 제2회 팩트체크주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어데어 교수는 “저널리즘이 채소를 먹는 일처럼 따분해 보인다는 통념과 달리, 흥미롭고 웃기고 활기 넘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진실게이지(Truth-O-Meter)를 개발한 이유를 밝혔다. 진실게이지는 사실-대체로 사실-사실반 거짓반-대체로 거짓-거짓-새빨간 거짓말의 여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 단계인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의 경우 우스꽝스러울 정도의 거짓 주장에 부여된다. 선출직 공직자, 후보자, 정당 지도자 등 정치인이 뉴스, 언론 보도, 캠페인 소책자, TV 광고, 페이스북 포스팅, TV 출연 대본,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한 발언을 검증한다. 어데어 교수는 “실제로 학계 연구자들에 따르면 (진실게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었다”고 그 효과를 전했다.

“우리 모두가 팩트체커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데어 교수는 “대중이 더는 그저 청중에 머무를 수 없다”며 일반 시민이 스스로 팩트체크에 참여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였다. 먼저 한국의 청취자들에게 “한국에는 10개가 넘는 팩트체크 조직이 있으니 그들에게 확인해야 할 것들에 대해 제안을 하라”고 조언했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나 확신할 수 없는 정보를 발견하면 전문팩트체커에게 알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팩트체크된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팩트체크된 결과를 주변에 공유하면 팩트체커는 더 큰 청중을 가질 수 있다. 스스로 팩트체커가 되는 방법도 있다. “신뢰할 만한 출처에서 의심이 가는 정보에 대해 검색하는 것”이다. 정보가 적절하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 된다.

이런 팩트체크 활성화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개막식에 참석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시민참여형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막식에서는 또 2월부터 한 달 동안 온라인서 진행한 팩트체크에 관한 어린이 그림 공모전과 숏폼 영상 공모전 시상식도 진행됐다. 처음 열린 공모전이었는데도 250여 편의 작품이 모였다.

제2회 팩트체크주간은 8일까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다. 4일 있었던 빌 어데어 교수의 기조 강연을 비롯해 이미 진행된 행사 내용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체카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편집 : 현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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