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팩트체크 주간] 국내외 팩트체크 현황과 과제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 네 번째 날인 7일에는 세계의 팩트체크 기관들이 성과를 공유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유튜브 채널 <체카TV>에서 생중계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써머 첸(Summer Chen) 타이완팩트체크센터(Taiwan Fact-Check Center. TFC) 총괄에디터, 알렉산드라 시들(Alexandra Siddall) 대한호주대사관 부대사, 임동준 팩트체크넷 활동가가 참여해 국가별 팩트체크 현황과 주요 과제, 극복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팩트체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마련된 이번 세미나의 핵심 키워드는 ‘협력’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허위 정보에 대응하려면 언론인, 시민, 나아가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7일 ‘제2회 팩트체크 주간’ 세미나에 참석한 연사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7일 ‘제2회 팩트체크 주간’ 세미나에 참석한 연사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소셜 플랫폼과의 협력, 시민에게 더 가까이

첫번째 연사로 나선 써머 첸 타이완팩트체크센터 총괄에디터는 2018년 설립된 센터가 어떻게 다양한 주체와 협력해 팩트체크를 수행하는지 이야기했다. 타이완팩트체크센터는 2019년부터 야후, 구글, 페이스북, 라인 등의 소셜 미디어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소셜 미디어에 퍼지는 허위 정보와 더불어 주류 미디어의 뉴스도 팩트체킹한다. 첸 총괄에디터는 작년,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였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써머 첸 타이완팩트체크센터 총괄에디터가 팩트체크 없이 중국 미디어를 인용해 보도된 대만 사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써머 첸 타이완팩트체크센터 총괄에디터가 팩트체크 없이 중국 미디어를 인용해 보도된 대만 사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게시글에서는 대만 여성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초대를 받지 못했고, 사진은 행사장에 무작정 들어가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은 트위터에 게시되었고, 대만의 주류 미디어가 팩트체크 없이 중국 미디어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스에서는 당국 대사가 티켓을 구매해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타이완팩트체크센터는 그가 사진을 촬영한 자리를 찾고, 다른 국가 대사들이 올린 사진을 통해 위치를 가늠했다. 당시 보안 상황을 기록한 지도를 찾아보고, 해당 시간, 해당 지역에 방문객이 입장할 수 있는지 찾아봤다. 방문객을 위한 티켓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또한, 첸 총괄에디터는 시민 사회와 연계하여 잘못된 정보에 대한 방어 체계를 구축한 사례도 소개했다. 타이완팩트체크센터는 ‘라이브 팩트체크’ 기능을 구축하여, 잘못된 정보를 발견한 독자가 소셜 플랫폼 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브 채팅 봇을 통해 타이완팩트체크센터는 즉각 허위 정보 여부를 판단하여 독자에게 알려준다. 만일 새로운 허위 정보라면, 팩트체킹을 다시 수행하여 그 결과를 독자에게 알려준다. 

첸 총괄에디터는 “팩트체크는 직업이 아닌, 미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의 사람만 팩트체크를 수행해서는 수없이 많은 허위 정보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팩트체크가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에 대응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팩트체크, 세계의 과제

두번째 연사로 나선 알렉산드라 시들 주한호주대사관 부대사는 호주의 허위정보 대응 정책을 소개했다. 시들 부대사는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허위정보를 유포하려는 시도가 러시아의 중요한 계획이라는 점에서 허위 정보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드라 시들 주한호주대사관 부대사가 강연하고 있다. 시들 부대사는 허위 정보가 실시간으로 퍼지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알렉산드라 시들 주한호주대사관 부대사가 강연하고 있다. 시들 부대사는 허위 정보가 실시간으로 퍼지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현재 우크라이나 바깥의 또다른 격전지인 소셜 미디어에서는 수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이 잔혹한 영상이나 키이우로 향하는 군용 차량의 모습을 게시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추적하는 팩트체크기관에 따르면 이러한 영상들은 고도로 조작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우리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인 것처럼 보이지만, 초연결 사회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몇 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시들 부대사는 열린 민주주의 사회가 특히 이러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며, 허위 정보가 사회적 합의를 공격하고 사회를 양극화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호주를 위협했던 허위 정보의 사례로 시들 부대사는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허위 정보를 소개했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사회적 손실이 커졌고 이를 바로잡기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들 부대사관은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호주의 전략 중 하나로 ‘전략적 소통’을 들었다. 허위 정보는 사실에 대한 진술만으로는 반박할 수 없다. 악의적이거나, 만들어낸 내러티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관되고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대중적인 논의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들 부대사는 어느 때보다 정부 기관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위 정보 문제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는 허위 정보에 관한 대부분의 조사가 북미와 유럽에서 이뤄지고,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허위 정보 대응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협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초연결 사회에서 벌어지는 허위 정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도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시들 부대사는 설명했다. 

한국 팩트체크의 과제, 시민 참여

마지막 연사인 임동준 팩트체크넷 활동가는 ‘팩트체크넷’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 국내 팩트체크 현황 및 과제를 소개했다. 팩트체크넷은 2020년 11월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와 함께 공동 출자로 만든 비영리 재단으로, 같은 이름의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임 활동가는 국내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이 확산되면서 팩트체크가 대두되었다며, 그 밖에도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허위정보가 확산되고 언론의 오보가 겹치면서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크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정보를 수용하기 전에 객관적 근거를 통해 검증됐는지 확인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임동준 팩트체크넷 활동가가 팩트체크의 역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임동준 팩트체크넷 활동가가 팩트체크의 역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언론사 중심의 팩트체크 활동이 활발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임 활동가는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의 사례를 들었다. <팩트체크넷>에서는 시민 누구나 검증 주제를 제안할 수 있고, 팩트체커와 함께 검증 자료를 수집하여 결과물을 내놓는다. 관련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팩트체크 전문 기자의 멘토링도 받는다. 

시민이 뉴스의 소비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검증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임 활동가는 설명했다. <팩트체크넷>은 현재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다’ 라는 모토로 누구나 참여 가능한 시민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2회 팩트체크 주간’은 8일까지 개최된다. 모든 강연과 발표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 <체카TV>를 통해 실시간 시청할 수 있다. 


편집: 김지윤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