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팩트체크 주간] 창작물로 거짓에 맞서는 사람들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혹하는 사이>, 책 <슬기로운 팩트체크>,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의 창작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허위 정보의 위험성을 다루는 콘텐츠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한 ‘제2회 팩트체크 주간’ 네 번째 날인 7일 오후에는 토크쇼가 열렸다. 토크쇼는 3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먼저 이한기 SBS PD가 <당신이 혹하는 사이>의 제작 후기를 나눴다. 시민 전은희씨가 사회를 맡아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수집과 검증의 방법을 물었다. 다음으로 ‘책으로 보는 팩트체크’를 주제로 북토크가 이어졌다. <슬기로운 팩트체크>의 저자인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와 <감기 걸린 물고기>의 저자 박정섭 작가가 참석했다. 북토크는 유튜브 채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진행하는 김기화 KBS 기자가 이끌었다.

원 출처인 1차 자료 살펴야

이한기 PD가 제작하는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는 여러 출연진이 음모론을 하나씩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이 PD는 기자나 팩트체커에게 필요한 것은 1차 자료를 확인하려는 습관이라고 말했다. 정보의 접근성이 좋아진 디지털 환경에서는 2차 자료인 언론 보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언론 보도의 근간이 된 1차 자료를 살펴야한다는 의미다. 이 PD는 그 과정에서 2차 자료를 만든 제작자가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어떤 정보를 버렸는지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 자료를 찾는 과정에는 데이터베이스가 활용된다. 예컨대, <당신이 혹하는 사이2: 9회 할리우드 스타 ‘진 세버그’의 수상한 죽음, 피어나는 음모론>편에서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주로 자료를 찾았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사안을 다룰 경우에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든 한국사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조선왕조실록’, ‘주한일본공사관기록‘등을 확인했다. 이렇게 원 자료를 보면서 2차 자료를 크로스체크하고, 2차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하기도 한다고 이 PD는 설명했다.

이한기 SBS PD가 '당신이 혹하는 사이' 제작 과정에서 사용한 자료수집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 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이한기 SBS PD가 '당신이 혹하는 사이' 제작 과정에서 사용한 자료수집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 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중요한 건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다음으로 <슬기로운 팩트체크>의 저자인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가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정 기자는 ‘제3자 효과’(the third-person effect)라는 개념을 빌어 허위 정보가 현혹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제3자 효과’는 다른 사람은 허위 정보를 잘 가려 내지 못하고 쉽게 속아 넘어가지만 나는 아닐 거라고 믿는 현상이다. 자신이 잘 속지 않는다고 확신할수록, 오히려 더 잘 속아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정 기자는 말했다. 결국 허위 정보를 극복하는 시작은 “자신의 인식에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는 태도”인 것이다.

김기화 KBS 기자(왼쪽)가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에게 '슬기로운 팩트체크' 책을 들어 보이며 질문하고 있다. ⓒ 시청자 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김기화 KBS 기자(왼쪽)가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에게 '슬기로운 팩트체크' 책을 들어 보이며 질문하고 있다. ⓒ 시청자 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정 기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결사항전을 선언한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영상을 ‘딥페이크’(deepfake) 기술로 조작한 영상이 유포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조작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항복을 선언하는 것으로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영상이 조작되었다고 밝혔지만, 허위 정보의 확산은 당분간 지속됐다. 다만 이에 대항하는 전 세계의 팩트체커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검증하고 해시태그 ‘유크레인 팩츠’(#UkraineFacts)를 붙여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세계 지도를 보면, 나라별로 얼마나 많은 허위정보가 유통되고 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함께 만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허위 정보 유통 지도’이다. 미국에서는 총 70개의 허위정보가 유통되었다. ⓒ ukrainefacts.org 화면 갈무리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함께 만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허위 정보 유통 지도’이다. 미국에서는 총 70개의 허위정보가 유통되었다. ⓒ ukrainefacts.org 화면 갈무리

허위 정보의 핵심은 약간의 사실의 섞는 것

마지막으로 <감기 걸린 물고기>의 저자 박정섭 작가가 그림책을 통해 표현한 허위 정보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감기 걸린 물고기>는 다양한 물고기 사이에 특정 색깔의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특정 색깔의 물고기들을 공동체 밖으로 배제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몰려다니는 물고기를 분열시켜서 조금씩 잡아먹으려는 아귀가 퍼뜨린 거짓 소문이었다.

박정섭 작가가 '감기 걸린 물고기'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 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박정섭 작가가 '감기 걸린 물고기'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 미디어재단 유튜브 갈무리

박 작가는 어렸을 때 봤던 기사나 들었던 소문을 자문했던 순간이 책을 쓰는 동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림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거짓 소문의 핵심은 약간의 사실을 섞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빨간색 물고기를 향해, 몸이 빨간 건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나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식이다.

이어서 박 작가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두 가지를 뽑았다. 하나는 아귀 배 속에 있던 물고기들이 터져 나오는 장면이다. 박 작가는 그 장면에서 대부분의 물고기가 살아 나오지만, 뼈만 남은 물고기도 몇몇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의 자유가 과거에 희생된 사람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마지막 장면이다. 살아남은 물고기들은 다시 뭉치지만, 아귀는 포기하지 않고 물풀 속에 숨는다. 박 작가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지금은 아귀가 숨어있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걸 암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에 똑같은 거짓 소문이 돌았을 때 우리는 어떤 대처를 하게 될지 독자들에게 묻고 싶었다는 것이다.

‘제2회 팩트체크 주간’은 8일로 모든 행사를 마쳤다. 그동안의 강연과 발표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 ‘체카TV'를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다.


편집: 남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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