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의 반박자료 살펴보니

지난 10일 고용노동부는 부처 누리집과 정부 정책브리핑 누리집에 반박자료를 올렸다. 그 전날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한 1장 분량의 반박자료였다. 보도 내용은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지난달 유세 차량 운전기사 사망과 관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했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반박자료를 통해 “기사에 인용된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보도에 신중”해달라고 밝혔다. 자료에는 관계자의 발언을 부인한 내용 외에 별다른 반박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식의 반박자료나 설명자료를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270건, 보건복지부는 105건, 교육부는 총 44건 게시했다. 고용노동부는 하루에 0.73건씩 자료로 대응한 셈이다. 현재 외교부를 제외한 17개 중앙정부 부처는 누리집에 반박자료를 올리는 코너를 만들어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반박자료는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반면, 지엽적인 오류로 전체 보도 내용을 부정하거나, 정부의 의견과 주장을 검증된 사실처럼 전달할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반박자료는 언제부터?

정부 부처의 반박자료가 생긴 건 27년 전이다. 1995년 <서울신문>의 ‘정부시책 이렇습니다’란을 통해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누리집에 ‘사실과 주장’이라는 코너가 생겼고,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에는 ‘그건 이렇습니다’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비슷한 방식으로 지금까지 반박자료가 나오고 있다. 

언론보도 대응에 쓰이는 자료는 '보도설명자료'(설명자료)와 '보도반박자료'(반박자료)로 나뉜다. 설명자료는 문제가 된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배경이나 맥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 내놓는다. 반박자료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상당히 다른 경우에 작성된다.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정도의 사안에 해당한다. 

반박자료의 내용과 형식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유사하다. 맨 위에 자료 배포 일자, 담당 부서, 담당자명이 있다. 그 밑에는 반박의 대상이 되는 언론보도에 관한 정보, 언론의 보도 중 해명이 필요한 내용 요약이 나온다. 정부의 해명 의견과 근거는 그 아래 적힌다. 배포 대상과 게시 방식은 일반 보도자료와 비슷하다. 하지만 반박자료는 새로운 정보를 알리는 것보다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겠다는, 이른바 ‘오보 대응’을 목표로 작성된다. 

▲ 역대 반박자료 구성요소. ⓒ 서울대 행정대학원

‘해명자료’라는 명칭은 2020년에 ‘보도 설명자료’나 ‘보도 반박자료’로 바뀌었다. 2020년 8월 10일 <중앙일보>는 2020년 8월 부처 대변인협의회에서 기존의 ‘해명자료’라는 용어는 변명으로 읽힐 수 있어서 없애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소극적 반박...반박이 틀리기도

지난해 8월 30일 <조선일보> 보도에는 대학 진단평가에 탈락한 대학의 문제제기가 담겼다. 탈락한 대학에 관한 평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평가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탈락한 대학 관계자는 올해 평가에서 처음 ’지역할당제‘가 도입되어 수도권 대학이 역차별을 당했고, 평가 기준이 모호한 정성적 지표에 따라 탈락했다고 기사를 통해 주장했다.

▲ 지난해 8월 30일 교육부가 낸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반박자료(오른쪽)와 문제가 된 조선일보 보도 내용(왼쪽). ⓒ 조선일보 누리집 갈무리, 교육부

교육부는 누리집에 보도 당일 반박자료를 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진단평가 내용은 기사 내용과 달리 2019년 6월부터 공개되어 있었다. 교육부는 평가 세부기준조차 2020년 2월에 대학마다 안내했다고 밝혔다. 반면, 기사에는 ‘구체적인 평가 내용이 공개되지 않자’라고 나와 있다. 또한, 교육부는 지역할당제를 올해 평가에 처음 도입한 게 아니라 2018년 평가부터 도입했다고 반박했다. 대학 관계자가 객관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 정성평가는 전체 점수 100점에서 48점을 차지한다. 정성평가 점수만으로 변별력이 생겼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반박자료의 담당자인 우성현 교육부 사무관은 당시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사에 사실관계가 완전히 틀렸다거나 고쳐야 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보도에서 ‘지역할당제가 올해 처음 도입되었다’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부분적으로 있지만, 기사 전반적인 내용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지역할당제 탓에 엄청난 부작용이 생겼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과장한 내용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박한 기사 내용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기도 한다. 해당 정부 부처가 보도된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반박하는 것 가운데 이런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 23일 보건복지부 설명자료도 비슷한 내용이다. 당일 <SBS>는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이 담긴 정부 보고서를 토대로 확진자 중심에서 사망자나 중증 환자 위주로 대응체계를 바꾼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해당 문서 내용이 부처의 공식 내용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은 예방접종과 방역상황을 고려해 추후에 공개할 예정이므로 결정된 바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 지난해 9월 23일 보건복지부가 올린 ‘단계별 일상회복’에 대한 반박자료(오른쪽)와 반박대상이 된 보도 화면(왼쪽). ⓒ SBS, 보건복지부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결과적으로 SBS의 보도는 사실이었다. 보도된 지 1달 여가 지난 뒤인 지난해 10월 2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은 기사 내용과 일치했다. 발표된 이행계획에는 거리두기 개편의 기본 방향이 “기존의 확진자 억제를 위한 보편적 규제에서 벗어나 중증, 사망 발생 억제에 주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박자료 반영 비율은 낮아

정부가 이렇게 반박이나 해명 자료를 내더라도 이후 실제 보도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10일부터 3월 11일 현재까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누리집에는 각각 29건, 59건의 보도반박·설명자료가 올라왔다. 자료에서 언급한 보도에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는 없었다.

▲ 지난해 8월 10일부터 현재인 3월 11일까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낸 반박자료와 설명자료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 최은솔

예전부터 반박자료는 보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2016년 ‘정부의 언론대응 실태에 관한 연구’에서는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 후반기 3개월 동안 주요 중앙부처가 발표한 해명자료 538건과 이와 연결된 언론사 기사 538건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정부의 해명자료를 언론이 반영한 경우는 전체의 10%가 되지 않았다. 해명자료가 명확한 근거와 논조를 담고 있든 아니든, 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 부처의 반론권은 어디까지?

이런 식의 반박자료를 정부의 반론권 행사의 일부로 볼 수 있을까? 반론권이란 특정 언론보도가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 보완적인 보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측이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정부관계자도 포함된다. 하지만 반론권은 원칙적으로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에 청구하는 것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2016년 ‘정부의 언론대응 실태에 관한 연구’에서는 반박자료 배포를 ‘행정적 수단을 통한 소극적인 반론권 행사’라고 했다. 반박자료의 장점은 법적, 제도적 노력 없이 비교적 간편하고 신속하게 행사할 수 있고, 언론사나 기자 개인에게 요청하는 방식보다 공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언론보도에 대해 반박자료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반박자료가 사실보도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언론의 비판을 위축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자료 배포로 사실관계가 틀린 언론 보도를 빠르게 바로잡고 오해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언론이 일정한 개연성을 갖고 비판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조직적인 반박을 통해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2015년 3월 보도에서 2014년 40개 부처에서 배포한 언론 해명자료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보도 해명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 쓰인 게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에 해명자료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최근에도 정부의 해명자료 개수는 줄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고용노동부는 매년 270여 개의 반박, 설명자료를 올렸다. 이틀에 보도 한 건 정도를 직접 대응한 것이다. 

▲ 지난 2년 동안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가 게재한 반박자료와 설명자료 통계. ⓒ 최은솔

반박자료가 사실확인에 도움 되려면

정부 부처가 반박자료를 낼 때는 근거를 충실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2016년 연구에서도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냈던 해명자료 538건 가운데 근거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해명자료는 107건(19.9%)에 달했다. 근거가 있어도 출처가 없고 추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104(19.3%)건 있었다. 근거가 없는 해명자료는 대부분 ‘결정된 바 없다’거나 ‘논의한 적 없다’는 식으로 보도를 부인하는 주장만 담고 있다.

정부 부처와 언론사 모두 반박이나 해명에 앞서 보도 내용을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보는 태도가 요구된다. 박영상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의 2005년 논문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의 반론권 행사>를 보면 “정부가 정책적 결함이 있을 때에도 해명에만 급급하고, 대처를 세우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는 건 문제”라고 한다.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정부가 언론 보도나 지적에 무조건 해명부터 한다는 불신감을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편집: 이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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