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운영하는 심야버스, 일명 ‘올빼미버스’는 오늘도 만원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 사이를 달리며 피곤에 지친 이들을 실어 나른다. 야근이나 회식을 마친 직장인, 야간 업무를 시작하는 직장인과 장사꾼, 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돌아가는 학생들이 올빼미 버스를 이용한다.서울역환승센터와 숭례문 오거리를 지나는 올빼미 버스들은 새벽 3시가 넘는 시간까지 만석이었다. 피곤에 지쳐 입을 굳게 다문 승객들에게 기자는 ‘야근’과 ‘저녁 없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다 가족 먹여 살리려고 하는
도시 일상에서 농사가 잊힌 지 오래다. 도시인들은 먹거리를 만드는 농부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도시와 농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농부시장’이 도심에 등장했다.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농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먹거리를 사고파는 ‘얼굴 있는 농부시장’, 곧 줄여서 ‘얼장’이 열린다. 얼굴을 보고 나누는 인사처럼, 직접 만나 농산물을 사고 파는 농부와 소비자 사이에는 신뢰와 친밀감이 쌓인다. 농부가 정성을 담아 가꾼 농산물과 가공품으로 건강을 찾는 것은 덤이다.‘얼장’은 도심 속에 농부들과
천안 효덕목장, 욕심내지 않는 게 자립의 비법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유기농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개별 농가에서 친환경으로 자립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연수단은 첫날, 충남 천안시에 있는 효덕목장을 찾아 외부 지원도 부족한 가운데 자립을 이룬 비결을 들었다. 효덕목장은 천안시 유일의 유기축산농가로 농민 스스로 유기농 우유 생산과 가공, 목장체험 등으로 활로를 개척했다.효덕목장에는 김호기(53) 대표의 30년 노고가 서려있다. 이 목장은 1986년 소 네 마리로 축산을 시작한 뒤 2008년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
“우리 국민이 일해서 수확한 쌀을 일본에 보내고 우리는 먹지도 못했다고 생각하니 마음 아팠어요.”지난 30일 가족여행으로 군산을 찾은 이모(50·광주 운암동)씨가 근대역사박물관을 둘러본 소감을 말했다. 드넓은 호남평야가 펼쳐지고 북쪽으로 금강이 흐르는 군산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고리대금업을 통해 쌀을 수탈한 근거지였다. 군산시는 고통스런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는 방식의 ‘도시 재생’을 택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조선은행, 일본18은행, 미즈상사, 군산세관 등 수탈의 현장들이 기억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구호가 ‘잊지 않겠습니다’였어요. 저는 이게 잘못된 구호라고 생각해요. 유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거든요.”여성학 강사인 정희진 선생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화두를 던지며 ‘독창적 글쓰기’에 대한 두 번째 강의를 이어갔다. 유가족에게는 ‘세월호’가 일상이 됐는데, 이 시간을 버티는 이들에게 “잊지 말자”고 얘기하는 건 이상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가족들은 살기 위해 잊어야 한다. 기억하고 살 수 없어서 잊으려 발버둥친다. 이때 외부인은 고통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고 연대해야 하는데, 잊
안경케이스, 필기구꽂이, 시계, 소형서랍. 학생들이 직접 목재를 구해 학교 동아리실에서 톱으로 썰며 만든 작품이다. 학생들은 목공예를 익히기 위해 근처 공방에 견학을 가서 제작방법을 배워왔다. 다른 학생들은 혈액에서 개인 DNA를 추출해 팔찌, 펜던트 등을 만들었다. 축제 기간에는 DNA가 담긴 열쇠고리를 만들어 팔아 70여 만원 수익을 올렸다.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는 수업이 끝난 저녁 무렵부터 더 활기를 띤다. 수많은 학생이 방과후 특별활동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세명대 내 학생 모임의
정약용이 예순이 되어 그의 일생을 돌아보며 직접 쓴 묘지명에서 소개한 호는 사암(俟菴)이다. 사암은 ‘초막에서 기다린다’는 뜻인데,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그의 삶과 사상을 후손이 평가해주길 기다린다는 뜻이다.다산으로 더 알려진 정약용이 태어나고(1762) 잠든(1836)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다. 다산은 벼슬살이와 18년 유배생활, 그리고 말년에 고향살이를 하면서 쓴 책이 무려 503권에 이르러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학자요 저술가다. 그가 목민관을 위한 <목민심서>를 완성하고 형리들을 위한 <흠흠신서
“귀촌하면 많은 분들이 농업에 사명감을 갖길 원합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토지를 구할 수 없어요. 한 뙈기 땅이라도 구하려면 자본이 있어야 하는 거죠.”전북 완주에서 지역마켓 셀러로 일하는 김다솜(25)씨는 일을 하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원해서 귀촌을 결심했지만, 농사지을 땅을 구하기가 어려웠다.충북 청주에 사는 강진호(31)씨도 “귀농하고 처음 2년 정도는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실력이 미흡해 농사로는 적자를 봤고, 피자배달과 우유배달을 병행해야 했다. 농협 대출은 농지나 시설 보유에 50% 자부담 등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업농촌문제세미나’에서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농촌, 먹거리 위기와 대안’을 주제로 두 번째 특강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더불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너무나 긴 한국의 푸드마일리지우리는 무엇을 먹으며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난 50여 년간 한국 사회의 압축적 발전과 세계화 물결에 따라 우리 식단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눈에 띄는 것은 생산지에서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 거리를 말하는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가 증가한다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Investor State Dispute)의 2차 심리가 끝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심리를 주관하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일찌감치 참관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ICSID는 소송의 양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재판 공개를 거부하면 참관을 허가하지 않는데, 1차 심리는 우리 정부가, 2차 심리는 양측 모두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심리에 앞서 지난달 4일 서울 서초동 수륜아시아법률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있는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관장 김재균)은 농업과 거리가 멀어진 서울시민이 도심에서 농업의 역사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농업박물관대학 두레학당은 농업의 역사와 가치를 일깨워주고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강좌여서 100명 정원을 추첨으로 결정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 3월 26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업농촌문제세미나’ 참가자들은 박물관측의 배려로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의 강연을 함께 들었다. 느티나무 아래서 일어난 일을 썼더니 책이 2권
정부가 정책을 밀실에서 결정하고 추진하는 일이 많아졌다. 정책의 시행 대상이 되는 국민이 알 권리를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다.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의견을 대표해야 할 국가 본연의 역할을 저버렸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가?6월 6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가 51명, 격리자수는 약 1,900명에 이른다. 메르스 초기 대응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첫 번째 환자의 메르스 확진 검사 요청을 거부하다 ‘메르스가 아닐 경우 검사를 요청한 병원 측이 책임진다’는 조건으로 검사를 해줬다. 그 과정에서 환자
“사찰음식은 제철에 나는 재료에 자연 양념을 사용해서 식재료가 가진 원래 모습을 그대로 내놓아요. 화장 전 모습인 ‘생얼’이죠. 저도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 피부가 반짝반짝하지 않나요?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자신감이 있는 거예요.”제3회 사찰음식대축제가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렸다. 14일 오전 화엄강당에서 열린 ‘사찰음식, 편견을 깨다’라는 토크쇼에서 장성 백양사 천진암의 정관스님은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에 비유하며 사찰음식을 소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주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