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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말해주는 걸 받아쓰니 시가 됐다
[지역농업이슈] 농업박물관대학 ‘두레학당’ 김용택 시인 강연
2015년 06월 11일 (목) 21:21:04 김영주 김민지 기자 yj0254@naver.com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있는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관장 김재균)은 농업과 거리가 멀어진 서울시민이 도심에서 농업의 역사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농업박물관대학 두레학당은 농업의 역사와 가치를 일깨워주고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강좌여서 100명 정원을 추첨으로 결정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 3월 26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업농촌문제세미나’ 참가자들은 박물관측의 배려로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의 강연을 함께 들었다.

   
▲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있는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에서 김용택 시인이 강연을 하고 있다. ⓒ 하상윤

느티나무 아래서 일어난 일을 썼더니 책이 2권

김 시인은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라는 주제 강연에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시인의 고향인 전북 임실 진메마을 앞에는 잎이 풍성한 느티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이 마을 앞 들판이 텅 비면 마음이 불안하다며 심은 나무라고 한다. 시인이 27살 된 봄날 느티나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썼더니 책 2권이 됐다. 자연에서 나온 말들을 받아쓰니 시가 됐다는 것이다.

자연은 그에게 삶을 가르쳤다. 어릴 적, 어머니는 절대 그를 업고 호수의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았다. 스스로 건너길 기다렸다. 아이는 건너편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며 울다 다리를 뛰어넘기로 했다. 그러려면 돌의 생김새를 알아야 한다. 둥근지 경사가 졌는지 관찰한다. 징검다리를 보며 생태계를 이해한다. 돌의 색깔을 알게 되고 오목한 구멍에는 다슬기를 주워 모았다. 7살이 되자, 물에 빠지지 않고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비로소 생태계를 다 알게 된 것이다.

교육 안 받은 어머니는 모르는 게 없었다

“마을의 모든 것들이 다 선생이었어. 우리 어머니는 교육은 안 받았는데 모르는 게 없단 말이지. 어머니는 삶이 공부셨어. 지금은 직장이란 걸 다니잖아? 20년에서 25년 공부해서 직장에서 30년 일 해. 그런데 직장 나오면 써먹을 때가 없어. 어머니는 안 그랬어.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잘 써먹어. 평생 공부했어.” 

   
▲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 박덕성 씨는 여든여덟의 나이에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 KBS 인간극장 화면 갈무리

그는 38년간 교편을 잡으며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도 나무를 정해줘서 글을 가르쳤다. 나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오라 했다. 나무를 자세히 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모습이 보인다. 나무는 언제 봐도 새롭다. 자연은 언제 보아도 완성되어 있는데 언제 보아도 다르다. 그렇게 아이들은 감동이 스며들어 시를 쓰기 시작한다. 이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늘 신비롭고 새롭다.

“여러분들은 새로운 게 없어. 새로운 게 없으니까 신비로운 게 사라져 버렸어. 감동도 없어. 부부 간에도 감동이 없어. 그냥 저냥 살아. 할 말이 없어져 버려. 아이고, 불행해. 배우자를 자세히 보면 알게 되고 이해하지. 서로를 받아들이게 돼. 그럼 내 생각과 행동이 변해. 내가 변하면 아내도 변해. 두 삶이 새로워져. 그게 관계의 출발이야.”

교육은 좋아하는 걸 찾아주는 것

김용택 시인은 글을 쓰려면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글을 쓰기 위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면,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바꾸게 된다. 자신을 고치고 바꾸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공부는 새로운 지식을 얻어서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바꾸면 나 자신이 바뀐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뀐다. 교육은 결국 세계를 바꾸는 혁신이 된다.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게 인문학이라고 했다. 인문학은 사람을 귀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인 인격을 갈고 닦게 한다. 인격을 닦으면 자신만을 귀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를 귀하게 여기고 소중히 가꾸게 된다. 인간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돼. 사람을 뒤로 젖히면 돈이 남아. 우리는 돈과 출세를 중시하지. 그러다 보니 나라에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져. 돈을 먼저 생각하니 다 부실공사죠. 어떻게 하면 집을 잘 지을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빼먹을까 생각합니다. 집을 지으면 잘 지어서 수백 년을 가야 하는데, 집을 대충 짓고 돈만 어떻게 벌까 이 생각만 해요. 겁이 나요.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사람이 그러면 안 돼.“

   
▲ 2시간이 넘는 강연에도 두레학당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하상윤

“지금 대학생들은 120년을 살게 돼요. 대개 60살이 되면 직장 생활을 그만두죠. 그럼 60년이나 더 남아 있는 거예요. 엄마 말을 듣지 말고, 엄마가 좋아하는 건 엄마보고 하라 하세요. 그리고 너희들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 교육이라는 건 좋아하는 걸 찾아주는 거야. 늙을 때까지 좋아하는 걸 찾아서 해.”

소나무는 소나무로 감나무는 감나무로 키워야 

김용택 시인은 교육은 나를 새롭게 바꾸어가며, 궁극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박덕성 씨는 올해로 여든여덟인데 좋아하는 일을 새롭게 찾았다. 병원에 입원한 뒤로 며느리에게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을 아들이 써준 대로 베끼다 보니 글을 배우게 됐다. 지금은 집에서 책도 보신다. 며느리의 도움을 받아 자수도 놓는다. 어머니는 글을 배우고 수를 놓으며 인생을 새롭게 가꾸게 됐다. 자존심과 인간으로서 위엄도 찾았다고 한다.

“삶이 행복해야 되는 거지 돈을 많이 벌자고 사는 게 아니야. 내가 예순여덟인데 68년간 우리나라는 늘 경제위기야. 난 늘 위기 속에 살았어. 돈을 따라가다 보면 늘 이기적으로 살아 불안해. 마음을 조금만 낮추고 눈을 다른 데로 돌리면 다른 것들이 또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는 거죠.”

김용택 시인은 각자에게 행복을 주는 삶을 찾아감으로써 조화로운 공동체가 된다고 말했다. ‘다른 나무도 느티나무가 되라 하는’ 숲이 아니라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감나무는 감나무대로 잘 크는’ 아름다운 숲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문화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편집자)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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