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얼장’

도시 일상에서 농사가 잊힌 지 오래다. 도시인들은 먹거리를 만드는 농부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도시와 농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농부시장’이 도심에 등장했다.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농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먹거리를 사고파는 ‘얼굴 있는 농부시장’, 곧 줄여서 ‘얼장’이 열린다. 얼굴을 보고 나누는 인사처럼, 직접 만나 농산물을 사고 파는 농부와 소비자 사이에는 신뢰와 친밀감이 쌓인다. 농부가 정성을 담아 가꾼 농산물과 가공품으로 건강을 찾는 것은 덤이다.

‘얼장’은 도심 속에 농부들과 청년들을 ‘인큐베이팅’한다. 도시에서 설 자리를 잃은 농부들은 판로를 개척하고, 도시 청년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농부시장 기획에 참여했다. 15명의 청년기획단원들은 블로그 운영, 농가 소개, 홍보 포스터 제작, 사진 전시회 등의 활동을 이어간다.

올 4월 ‘얼장’이 문을 열 때부터 기획에 참여한 전소연(32) 콘텐츠매니저는 “다양한 분야에 꿈과 지식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자신의 삶을 가꾼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느린 농부시장’부터 기획을 담당한 홍성웅 팀장은 “지속 가능한 장터가 되려면 물건을 사고 팔 뿐 아니라 문화사업과 연계돼야 한다”면서 “판로와 노동력이 부족한 농가, 일자리가 부족하고 진로가 고민인 청년,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하려는 시민들을 위한 장터가 바로 ‘얼장’”이라고 소개했다.

‘얼장’은 농사를 시작한 청년들에게도 판매 활로를 개척해준다. 3년 전 경기도 연천에 귀농해 농사를 짓는 홍동섭(30)씨는 친환경으로 재배한 참외와 사과를 내놨다. 홍씨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 상품을 설명하고, 싱싱한 상태의 농산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쁨”을 농부시장의 매력으로 꼽았다.

1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울림광장에서 35팀의 농부들과 15명의 청년기획단이 참여한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다.

▲ ‘얼장’에 참여한 35팀의 농부들은 유기농, 친환경, 무농약, 자연 농법으로 재배한 1차 농산물과 첨가물 없이 만든 2차 가공품들을 판매했다. © 김영주
▲ 경기도 양평에서 슬로푸드 협동조합 ‘2980’을 운영하는 심홍섭(30·오른쪽)씨도 샐러드 채소로 가판을 꾸렸다. 그의 꿈은 ‘자연과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대안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농사부터 시작해 교육 컨텐츠 개발, 흙집과 같은 생태건축 사업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 김영주
▲ 전국적인 판매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온 농부들도 있었다. 경북 문경에서 온 노주연(40)씨가 오미자액을 판매하고 있다. 노씨는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판로를 전국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어 참여했다”면서 “농부시장에서 직접 판매도 하지만, 시장에 다녀간 분이 생과를 전화 주문하곤 한다”고 말했다. © 김영주
▲ ‘슬로카페리소’에서 내놓은 밀랍 떡으로 만든 피자를 사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동작구에서 온 김나영(25)씨는 “몸에 건강한 농산물을 트랜디하게 소개해 흥미롭다”고 말했다. © 김영주
▲ 천연재료로 만든 초콜릿과 쿠키를 내놓은 ‘앙쥬러브’에서 아이들이 시식을 하고 있다. © 김영주
▲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요리를 배우는 학생들이 ‘당 줄이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무료 쿠킹 클래스를 열고 있다. ‘얼장’에서 지원금이 제공된다. © 김영주
▲ 농사와 관련된 체험 활동도 할 수 있다. 연은 농사지을 때 조류의 피해를 막는 역할을 했다. 아이들이 연 만들기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 김영주
▲ 3월부터 청년기획단 활동에 참여해온 허재성(24)씨는 “농촌과 농사에 관심 있지만, 도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청년들에게 청년기획단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 김영주

편집 :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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